[녹색시론] 나무의 멸종

김동필 논설위원(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김동필 교수l기사입력2021-09-15

나무의 멸종



_김동필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1915년 제주도에서 구상나무를 채집한 윌슨(Ernest Henry Wilson)은 1920년 신종으로 학회에 보고하고 학명(Abies koreana Wilson)을 붙였다. 이후 미국에서 개량하여 기존의 크리스마스트리에 비해 키가 작아 실내에 놓기 알맞고 견고한 가지 사이에 여백이 있어 장식물을 달기 쉽게 개량되면서 미국의 나무로 유명하지만 실제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한다. 일본 식물학자 나카이(Nakai)가 분비나무와 착각한 덕분에 학명에 koreana라는 이름이 남겨진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구상나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줄기인 백두대간과 정맥을 대표하는 특산 고산수종으로  한라산과 지리산에 가장 넓은 집단 서식지를 가지고 있으며 덕유산, 가야산, 속리산, 백운산, 금원산, 영축산 등의 고산지대에 분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빠르게 고사가 진행되어 아고산대 침엽수의 집단고사라는 위기에 처했다. IUCN Red List에 멸종위기종, 산림청 희귀식물, 환경부 국가기후변화 생물지표종으로 지정되었다. 고사의 원인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한 겨울과 봄철의 빠른 기온상승과 가뭄, 높은 산지의 기상특성에 따른 피해, 수종 개체목간 경쟁에 의한 고사 등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설치류에 의한 고사도 있다는 보고도 있었다.


지리산 천왕봉 중봉일대 구상나무 / 녹색연합 서재철 제공

이러한 조짐에 대한 실증적 연구로서 한라산 고지대에 대한 학회 발표된 논문에서 나타나는데 2006년부터 10년 동안 구상나무림은 15.2%가 지속적으로 쇠퇴하는 반면 소나무림은 4.1% 증가하면서 고지대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소나무림의 고지대로의 확산은 기온 상승의 속도가 빠를수록 진행될수록 가속이 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고산지대의 나무뿐만 아니라 모든 수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100년간 우리나라 연평균기운이 1.5℃ 상승하는 동안 대나무의 분포는 60~100㎞ 북상하여 생육하고 있고, 상록활엽수림인 동백나무는 중부 내륙까지 진출을 하고 있으며, 1970년 산림의 50%를 차지하던 소나무림은 최근 23%로 줄어들었고, 2060년이 되면 남부지방의 저지대에서는 자취를 감출 것이라는 추정을 하고 있다. 식물의 생육기간에 있어서 생육개시일이 빨라지고 생육종료일이 늦어져 생육기간이 길어지거나 짧아지는 현상이다. 이와 같이 기후변화의 적응속도보다 기후대의 이동속도가 빨라져서 고산지대에 생육하던 식생들은 줄어들고 저지대 식생들이 고산지대로 이동하고,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침엽수림은 줄고 상록활엽수림은 북상을 할 것이라는 예측이 맞아떨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세계적으로도 확산되고 있는데, 최근 국제식물원보전협회(BGCI)의 ‘세계나무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보고된 58,497종의 30%는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으며, 특히 440종은 50개체 미만으로 멸종직전으로 평가하였다. 이미 142종(0.2%)은 멸종되었고, 멸종걱정이 없는 수종은 전체의 41%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나무가 직면한 위협은 농업과 방목으로 인한 산림벌채, 과잉개발을 하는 인간이 주요원인이지만 기후변화도 새로운 위협임을 경고하면서 ‘자연생태계의 중추’인 나무가 무너지면 생태계 전체가 무너질 수 있음을 경고하였다.


미국 Rocky mountain National Park의 Pine bettle의 피해(2014년)

최근 부산 해운대구 나루공원에는 2011년 가덕도에서 이사 온 500살 된 할매와 할배나무가 있다. 올봄, 할배나무는 새순이 나오는데 할매 팽나무는 상대적으로 우듬지가 마르는 현상이 보이면서 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신호가 있어 관계자를 긴장시켰다. 다행히 우려한 바와는 달리 늦게 새순도 나오고 지금은 잘 생육하고 있지만 따뜻하다가 추워지는 이상기온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모든 조경수목에 있어서도 재배에서부터 출하에 이르기까지 지역에 맞는 수종의 선정, 현장에 이루어지는 시공, 식재후의 하자에 대한 대책(최근 하자율이 높아지는 것도 기후변화가 원인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사후관리에 대한 기준과 매뉴얼의 변경 등 대비가 필요하다.

이와 같이 생물은 계절에 따라 모습도, 사는 곳도 바꾸게 되는데, 계절에 따라 바뀌는 동식물의 변화 과정을 생물계절이라 한다. 식물은 그 지역의 기후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어, 계절이 바뀜에 따라 모양과 색깔도 변하고, 꽃이 피는 시기도 기온, 지면온도, 습도, 강수, 일조량 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렇게 변하는 생물계절에 대해 이미 느끼고 있는 실질적인 사례가 식목일을 당겨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지 오래되었다. 


그림  Montenver mer de glace 빙하의 바다(여름은 7㎝/1일 빙하 감소)(2015년)


이러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국제적으로도 생물다양성협약(CBD)의 생물다양성 전략계획과 아이치타겟 추진, Post-2020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의 채택을 위한 노력, 유엔식량농업기구의 우선과제 13 ‘유전적으로 적절한 재료를 활용한 생태계의 복원과 복구를 촉진한다’와 유럽산림유전자원 프로그램 등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구상나무의 권리와 같이 생물주권을 보호한다는 나고야 의정서의 ‘유전자원과 관련지식으로부터 파생된 이익을 공유한다’는 조항이 발효되면 탄소시장을 능가할 경제적인 가치도 가지게 된다.

언론에 보도된 심각성에 입각하여 산림청을 비롯한 관계기관에서는 구상나무 등 주요 7대 수종에 대해서는 집단고사에 대한 실태파악과 원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환경특성과 치수에 대한 모니터링이나 분포 및 고사지역에 대한 조사, 분자생태학적으로 종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유전자 마커로 선별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우량종자에 대한 배아줄기세포를 배양하여 외부현장의 적응실험과 균근곰팡이의 이식기법도 실시하고 있다, 현장에서 복원재료를 수집하고 소규모 현지외 보존원을 조성하는 등 다양한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칭찬하고 박수를 보낼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구상나무만의 문제만이 아니라 모든 수목, 아니 모든 식물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기후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나? 늦추어야 하나? 기술로 이에 대처해야하는가?

인간이 지구에서 숨을 쉴 수 있도록 산소라는 환경을 만들어준 식물이 멸종된다는 것은 인간에게도 큰 트릴레마(Trilemma)가 아닐 수 없다.
_ 김동필 교수  ·  부산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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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공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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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과 기후변화의 관계는 언제나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드네요. 잘 읽었습니다 ^^
2021-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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