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조경전공자가 아닌 친구 오씨와의 아주 사적인 조경이야기

글_백종현 논설위원(HEA 대표)
라펜트l백종현 대표l기사입력2022-03-30
조경전공자가 아닌 친구 오씨와의 아주 사적인 조경이야기




_백종현 HEA 대표



: 조경은 뭐라고 생각해?
: 뭐 그 조경? 모르겠는데?

 : 그 설명하면 긴데 뭐 공원 만들고 꽃 심고 나무 심고 그런 거 있잖아. 

 : 아. 조경하니까 생각나는데 우리 아파트 재개발할 때 나무가 비싸고 좋은 게 들어온다고 하니까 다 반대했어. 부담해야 하는 돈이 늘어나니까. 그런 것 말고 요즘은 프라이빗하게 울타리 쳐주고 막아 주는 게 좋지. 그리고 세대마다 한 평씩 주고 ‘심고 싶은 거 심으세요’ 하는 게 낫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더 좋은 거 같아. 

아파트가 다 만들어지고 보니까 또 불만인 게, 나무마다 이름은 적혀있는데 이 나무가 언제 예쁘고, 언제 꽃이 피고, 꽃말은 무엇인지 적혀있지를 않아. 사람들이 궁금해하지 않을까? 나는 궁금한데? 자라나는 아이들도 보지 않을까?

백 : 아파트에 불만이 많네. 

 : 또 있어. 상록수가 너무 많아. 계절에 따라 꽃도 피고 단풍도 들고 그래야 계절을 느낄 수 있는 거 아니야? 계절을 조금 더 느꼈으면 좋겠어. 그런 게 중앙에 있어도 좋은데, 아파트 출입구라든지 내가 항상 지나다니는 곳에 있었으면 좋겠어. 나같은 직장인들이 언제 그런 걸 느끼겠어.

그런데 사실 출근하는 일반 직장인들은 전혀 관심이 없어. 당장 내 집에서 얼마나 지하철역이 가까운 게 중요하지, 내 주변에 무슨 나무가 심겨있는지가 무슨 상관이야. 슬픈 이야기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주택마련이지 나무나 조경이 아니야. 난 차라리 그런 조경 말고, 정말 생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 바다든, 산이든, 숲이든. 그런 생 자연 말이야.

 : 생 자연에 대한 로망이 있구나.

 : 개인적으로는 바다 앞에 사는 게 로망이지. 그 뭐냐. 호연지기? 큰 그림을 봐야 사람도 커질 수 있잖아. 인류가 아직 바다도 정복을 못 하고 있잖아. 바로 앞에 그게 있으면 와 그냥 바다잖아. 정말 좋은 산맥이나 산이 있으면 그것도 정말 좋겠지.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바다가 좋아. 뭔가 다 묻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스트레스든 뭐든... 그러고 보면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야. 불멸을 꿈꾸는 진시황, 니체의 분노하는 철학도 다 바다에 잠기는 거지.

 : …바다 좋지. 그런데 네가 말하는 그런 생 자연 말고 조경하면 딱 떠오르는 장소가 있어?

 : 음… 있지. 남이섬. 15년 전 걸었던 메타세콰이어 길이 떠올라. 사실 난 유럽의 사이프러스 나무처럼 길쭉하고 큰 나무가 보고 싶어. 우리나라에 없는 풍경이잖아. 예쁜데 여기저기 다 쓰이면 식상하잖아. 아.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서울의 시목, 시화가 뭔지 알아? (휴대전화로 검색하며) 서울의 시목은 은행나무, 시화는 개나리야. 왜 그런지 이유를 알아? 궁금하지 않아?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왜 이런 건 아무도 이야기하지도, 설명해 주지도 않는 거야? (계속 검색하며) 인천의 시화는 장미, 시목은 목백합. 울산의 시화도 장미, 시목은 대나무. 대구의 시화는 목련, 시목은 전나무. 좋은 생각이 났어. 여의도하면 벚꽃이 떠오르는 것처럼 이태원의 개나리, 홍대의 목련. 이러면 동네마다 특색도 있고 지역상권도 활성화되지 않을까? 그런데 아마 그렇게 안 될 거야. 벚꽃이면 꽃잎 날려서 싫다는 사람도 있을 테고. 점점 특색이 사라지는 거지. 

 : 너 그렇게 안 봤는데 조경에 엄청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한강공원 같은 근처의 공원은 자주 가?

 : 아니 별로. 강은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데, 공원은 내가 연인이 있거나, 강아지를 기르거나, 결혼해서 애가 있다면 자주 가겠지?

 : 너 여행 많이 다녔잖아. 기억나는 공원 없어? 

 : 제일 기억나는 공원은 뉴욕의 브라이언트 파크. 세계적인 대도시에 사방은 온통 빌딩인데, 그곳에 가면 다른 세상 같았어. 마치 야구장 같은 거야. 그곳에 들어가는 순간,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그런 느낌. 거기 심지어 의자랑 테이블도 있었어. 너무 좋았어. (유튜브로 브라이언트 파크를 검색. 한참 동안 동영상을 같이 본다.) 봐봐. 별 거 없잖아. 잔디밭에 나무. 의자에 자유롭게 앉아 있는 사람들. 그런데 그게 참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Bryant Park Movie Night 영상을 보며) 야경도 너무 멋지지 않아? 그리고 조경이 음악, 예술과 결합해야 해. 여기 오는 사람들은 이걸 조경이라 생각 안 하고 영화보러 왔다고 생각하잖아. 조경은 티가 안 나게 배경이 되는 거지, 예뻐 보이려고 하는 것들은 다 필요 없어. 뭘 자꾸 꾸미고 담으려고 해.

 : 나 들으라고 하는 얘기 같네. 네 주변에 조경하는 사람들이 나 말고도 있잖아. 혹시 해주고 싶은 얘기 없어?

 : 조경하는 사람한테 하고 싶은 말? 너처럼 설계하는 사람들한테 하고 싶은 말 있지. 사무실에 앉아서 뚝딱뚝딱하지 말고 직접 가서 벚나무 꽃잎이 떨어지는 속도가 초속 몇 센티미터인지 궁금해하고, 왜 사람들이 나무 아래에서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있는지, 왜 나처럼 사람들이 생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지, 보고 느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리고 조경하는 사람들이 인문학, 경제학 하는 사람들, 예술 하는 사람들, IT 개발자 등등 여러 사람을 만나야 시너지가 나지, 맨날 조경하는 사람들끼리만 만나면 발전이 있겠어? 아. 그리고 제발 부탁인데 자기가 만들고 자기가 좋아하지 좀 말라고!
_ 백종현 대표  ·  H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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