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잡지

월간 환경과조경 2014년 2월 310호|환경과조경

 

“응답하라 1994”의 중반부엔 추억의 영화 잡지들이 등장한다. 성나정의 영화 동아리 선배가 강수연이 표지에 등장한 『키노』를 펼치자 한 후배가 “이런 책은 정기 구독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명색이 영화동아리인데”라고 말한다. 그러자 선배는 목에 잔뜩 힘을 주고 “안 그래도 정기 구독하려고. 그리고 『씨네21』이라고 주간지도 생겼어. 그것도 정기 구독하고”라고 답한다. 문화 전반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이행하던 1990년대 중반은 그야말로 잡지의 전성 시대였다. 이때를 분수령으로 전통적인 종이 잡지는 인터넷 환경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미디어에 자리를 내주기 시작한다. 잡지보다 더 재미있는 읽을거리, 볼거리가 넘쳐나기 시작한 것이다. 통계를 찾아보면 발행 잡지 종수가 1998년을 기점으로 감소 추세로 돌아선다. “특정한 제호 아래 일정한 간격을 두고 정기적으로 간행되는 출판물”이라는 사전적 정의에 맞는 잡지는 멀지 않은 미래에 사라질 지도 모른다. 클릭 몇 번만으로도 지식과 정보와 즐거움을 구할 수 있는 시대, 『환경과조경』 같은 종이 기반 전문 잡지의 가치는, 역할은, 그 힘은 무엇일까?

여러 독자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잡지를 참 좋아하며 자랐다.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지식, 정보, 기록, 취미, 오락… 잡지에서 얻은 것은 여러 가지지만 그 공통분모는 읽고 보고 느끼는 ‘재미’였다. 그리고 많은 경우 나와 잡지의 관계는 우연한 만남에서 비롯되었다. 유년시절에 만난 최초의 잡지는 『새소년』,『어깨동무』, 『소년중앙』 같은 소년 잡지였다. 친구 집에서 우연히 만난 이 잡지들은 세상을 향한 새로운 창이었다. 아동 문학과 미술 콘텐츠에도 눈길이 갔지만, 이 잡지들의 매력은 단언컨대 만화였다. 우리는 길창덕의 “꺼벙이”를 통해 일상을 재해석했고, 이원복의 “시관이와 병호의 모험”을 통해 미지의 세계를 여행했으며, 이상무의 “우정의 마운드”를 통해 그라운드의 영웅이 되었다. 부모님에게 내가 한 최초의 요구는 잡지의 정기 구독이었다.

배정한 · 편집주간
다른기사 보기
관련키워드lEDITORIAL
녹색문화포털, 라펜트(Lafent),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이전 및 다음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