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생태복원업 신설의 정도(正導)

조세환 논설위원(한양대 도시대학원)
라펜트l기사입력2017-05-07

 

생태복원업 신설의 정도(正導)



_조세환(한양대 도시대학원 도시경관생태조경학과 교수
                                        (사)한국조경학회고문/ (사)한국조경사회 고문)



2007년도 전·후 언제인가부터 생태복원업 신설과 관련하여 조경계 내부에서 균열음이 나기 시작했다. 생태복원업 신설을 주장하는 목소리와 반대를 위한 목소리가 충돌하며 불협화음이 솟구쳤다. 어쩌면 찢어지는 파열음까지 내는 경우조차도 왕왕 있었을 정도였다. 그 불협화음의 진원지는 학계에서는 조경을 전공하는 사람과 생태조경을 전공하는 사람들, 업계에서는 조경업을 하고 있는 사람과 생태복원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 기술계에서는 조경기술사와 자연환경관리기술사 간의 지각 충돌이었다. 

충돌이란 말이 사실은 무색하다. 조경계에서 그 충돌을 자초했으니 그렇다는 말이다. 오늘날 생태복원업 신설을 주장하는 (사)한국생태복원기술협회(구 (사)한국환경계획조성협회)는 조경계에서 환경분야로 조경의 업역을 넓히고자 하는 원대한 의도와 차원에서 조경가들이 스스로 (사)한국조경사회에서 자가 분리하여 만든 단체이다. 그 당시 국토교통부에 등록코자 하였으나 국토교통부에 등록이 여의치 않아 환경부에 등록을 하게 된 것이 오늘날 균열음의 원인이라면 원인인 셈이다. 

그렇게 10여 년 이상을 대치 국면에 있었다. 그 동안 우여곡절의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러한 듯하다. 양측의 생각과 주장들은 비슷한 듯 다르며, 이해하는 듯 오해하며, 부드러운 듯 강력하다. 한 부모에서 태어난 자식이라도, 같은 유전자를 가진 생명체라도, 새로운 환경이 출현하면 거기에 적응을 하게 된다. 그 적응의 변화가 극심하면 어느 순간에 돌연변이 하여 다른 종으로 진화하기까지 한다. 생태복원업 신설의 환경 변이점은 바로 환경부의 강력한 소망이고 그에 따른 환경부의 태도 변화다. 

지금 빚고 있는 생태복원업 신설의 갈등은 어쩌면 조경 DNA의 새로운 변이의 시작점일 수도 있고, 단지 환경부라는 새로운 환경 출현의 적응 과정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간에 그 정도와 시간의 속도 차이는 있을지언정, 조경에서 생태복원으로의 표현형(Phenotype)의 변화 또는 다른 업종으로의 유전자형(Genotype) 변이의 서막은 이미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생태복원업 신설을 두고 조경계는 어떻게 적응해 나갈 것인가? 조경계 후학들의 생존 문제와 조경업종의 이해관계가 걸린, 우리가 당면한 과제 중의 과제이고, 난제 중의 난제이다.  

문제는 더 이상 충돌 양상으로만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조경계 후학의 문제, 조경계 업역의 문제가 걸린 이상 이 중차대한 문제를 건너 뛰어 넘고 갈 수는 없다. 조경학과 학생들이 졸업을 할 경우 어느 다른 분야보다도 생태복원업계에 전문성을 인정받고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는 조경계 일자리 창출 해법이 담겨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현재 조경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원조 조경가들이 분가해 나가는 자식에게 서운하지 않도록 무마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집을 나가지만 당분간은 아버지와 아들이 식사도 같이 하고 아버지의 직종을 아들이 존중을 해주는 도를 행해야 한다. 나만 잘 살겠다고 아들이 집을 나가면 부모자식 간에도 원수가 질뿐만 아니라, 집안이 망하는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   

문제는 이 중차대한 문제를 대하는 조경계 내부의 양측 협상 태도다. 너도 좋고 나도 좋고 식의 포지티브 썸 게임(Positive Sum Game)이 협상의 기본이다. 너 죽고 나 살기 식의 제로 썸 게임(Zero Sum Game)이나 너 죽고, 나 또한 ‘죽자의 막가파식 네거티브 썸 게임(Negative Sum Game)은 곤란하다. 협상(Negotiation)은 언뜻 얻는다는 느낌이 들지만, 기실 그 반대다. 조금씩 양보하고 손해 보는 것이 협상의 기본이다. 사과 두 개가 하나로 합쳐지려면 양쪽이 조금씩 자신의 몸을 뭉그러트리는 아픔을 겪는 것이 정도다.  

더더욱 피해야 할 문제는 협상의 주체 문제이다. 협상의 주체는 조경계 스스로가 되어야 한다. 중앙정부의 대변자 입장에서 협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까지 생태복원업 신설에 늘 환경부가 앞장서고 있는 형국이지만 뒷짐 지고 있는 국토교통부의 내심도 만만치 않다. 우리 조경계 내부에서 후학들의 장래와 현재 조경업계의 이해관계를 타결하는 협상 안을 만들고, 이 안으로 환경부든 국토교통부든 들이대고 설득해야 한다. 우리의 협상안을 지지하거나 받아주는 쪽이 우리 조경계의 아군이다.  

그러기 위해선 협상에 나서는 양측 지도자들의 협상력과 협상의 내용이 중요하다. 첫째, 밥그릇 싸움식의 감정의 골을 깊게 하는 언행은 삼가야 할 것이다. 내 밥그릇이 적으니 네 밥그릇 양보해라 식의 생각은 바람직 하지 않다. 비즈니스를 하면서 내 밥그릇을 포기하는 일이 어디 쉽겠는가? 그건 죽고 살기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둘째, 따라서 상대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태도가 옳다. 만약 내가 상대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이기적인 것은 생명체 DNA의 기본이지만, 이기적이기 위해 이타적인 것 또한 DNA의 또다른 기본이다. 하물며 도덕적 윤리를 강조하는 인간이면 더더욱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셋째, 협상에 나서는 지도자는 지도자가 아닌 평상시의 자신의 모습을 견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도자가 되면 통상 투사로 변화는 게 다반사다. 뇌과학 이론을 빌리면, 이것은 인간 뇌 작용 때문이다. 지도자가 되면, 테라토스테스라는 뇌 호르몬이 평소보다 더 많이 방출된다. 이 호르몬은 사람을 과장되게 하고, 흥분성을 지니며 과격하게 용기있는 사람으로 돌변하게 만든다. ‘나를 따르라’, ‘내 말이 진리다’, ‘누가 나를 상대하겠는가’와 같은 과격성은 평소의 그 답지 않게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 다분히 감정적이 되고 서로 간 협상은 난항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 

넷째, 협상에 경계선을 긋고 하지 말고 에코톤(Ecotone)적 사고로 임하는 게 좋다. 경계는 인간의 영역을 분리하기 위해 선을 그은 것이고, 에코톤은 생물들이 조화롭게 살 수 있도록 상호간의 조화로운 영역을 설정해 준 것이다. 시간의 영역과 업역의 영역에서 에코톤을 설정해 주고 그 영역을 받아들이는 게 협상 당사자간 포지티브 썸 게임이 될 것이다. 예컨대, 소정의 기간 동안은 조경기술사와 자연환경기술사가 생태복원업에 대한 동등한 자격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며 조경업자나 생태복원업자가 공히 동등하게 생태복원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조경기술사의 경우, 생태복원 관련 소정의 교육 기간을 거치면 자연환경관리기술사와 동등한 자격을 부여하는 등의 공간적 에코톤 마련도 고려해 볼만하다. 사실 조경기술사 고사의 문제 중 상당 부분이 생태복원과 중복되고 있는 것은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이다. 생태복원업을 전통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생태조경업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해서 (사)한국생태복원기술협회가 주체가 되어 교육기관으로 인가가 되고, 희망하는 조경기술사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서로가 윈윈하는, 이른바 포지티브 썸 게임을 만들 수가 있을 것이다.  

여섯째, 여기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은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우리 후학들의 문제이다. 조경학과를 졸업한 학생들이 생태복원업에 더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줘야 한다. 이건 학계의 몫이다. 즉, 생태복원업이 신설되면 생태복원기사나 자연환경기술사에 도전할 수 있는 자체 역량과 정보력를 키워져야 한다. 이 부분에서는 학계에서 솔선수범해야 한다. 대학별 특성을 부여하고, 커리큘럼을 조정하며, 학과의 명칭도 바꾸는 변화(예컨대, 생태복원조경학과 등)를 모색해야 한다. 이것은 생태복원업 신설 전에 선행적으로 추진해야 할 시급사항이다.

이 모든 것들이 업계와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새로운 과제다. 우리 조경계의 합의된 의견 없이 일방적으로 어느 중앙부처의 의견에 맞춰서 우리의 일을 맡기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우리 조경계의 길은 우리가 스스로 찾고 나아가야 한다. 주사위는 또 던져졌다.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지금이 그 기회다. 

글_조세환 · 한양대 도시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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