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상작] 더블메모리얼 DOUBLE MEMORIAL

충혼탑 추모공원 조성사업 마스터플랜 설계공모
라펜트l기사입력2023-03-14

 

‘충혼탑 추모공원 조성사업’ 마스터플랜 설계공모에서 ▲㈜에이치엘디자인 + ㈜제이에이치피건축사사무소 + ㈜건화의 ‘더블메모리얼 DOUBLE MEMORIAL’ 경남종합조경 + 스튜디오테라 + ㈜건축사사무소신의 ‘가림단원’이 공동 3등작으로 선정됐다.


더블메모리얼 DOUBLE MEMORIAL
㈜에이치엘디자인 + ㈜제이에이치피건축사사무소 + ㈜건화

메모리얼 또는 추모의 공간은 전통적으로 엄숙하고 신성한 장소로 인식된다. 청주시 충혼탑과 그 일대의 부지 또한 오랜 시간 동안 추모와 기억의 의미를 담은 특별한 장소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관계자가 아닌 일반 시민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이 느껴지는 친숙하지 못한 공간이기도 하다. 장소의 의미와 추모의 정신을 살리는 동시에, 도시민들이 일상의 공원으로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두 가지 모습이 공존하는 추모공원을 제시한다.




과업의 개요
추진 배경 및 의의




과업의 목표




대상지 분석 및 설계 방향성 설정
대상지의 역사

대상지는 오랜 시간동안 신과 같은 초월적인 존재와 조우하는 공간이자, 떠나간 사람들을 기리는 추모의 공간이었다. 이 장소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 중에 하나는 고려시대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청주에 와 있을 때, 이곳에 사직단을 지었다는 것이다. 토지를 주관하는 신인 사(社)와, 오곡을 주관하는 신인 직(稷)에게 제사를 지내는 제단이었으며, 조선시대로 넘어와 풍년과 국민의 평안을 기원하는 제사가 이어져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의 대상지는 제의를 관장하는 소수의 인원만 출입이 가능한 엄숙하고 신성한 공간이었다.

일제강점기,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전사한 일본 군인을 위해 일제가 세운 천지신단비는 현재 철거 및 이전하여 아픈 역사의 기록으로 보존하고 있다. 6·25 전쟁 이후 청추, 청원 출신 등 3,203위의 호국전몰영령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된 충혼탑은 현재까지 자리를 지키며 전몰용사들을 추모하고 유족들을 위로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충혼탑 주변부와 청주시 도심의 변화는 원도심의 쇠퇴와 도시의 재생이라는 키워드를 주요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2040 도시계획 및 관련 도시 재생사업의 맥락에서, 충혼탑 일대의 공간이 과연 전통적인 제의의 기능만을 수행하는 - 일상에서 한발짝 떨어진 공간으로 남아 있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질문에서 본 제안의 논의를 시작하고자 한다.




도시 맥락에서 대상지의 입지 분석

대상지가 위치한 청주시는 속리산, 도명산, 양성산 등 산지와 자연녹지로 둘러싸여 있고, 금강과 그 지류인 무심천이 도심을 지나 흐르는 입지에 자리 잡고 있다. 산과 강, 청남대 등과 같은 주요 오픈 스페이스 자원이 풍부한 것으로 보이지만, 청주 도심지역은 공원 등의 녹지 비율이 현저히 낮다. 도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양질의 공원, 청주시를 대표할만한 특별한 도심형 오픈 스페이스 공간이 부족한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 도심 외곽에 형성된 자연녹지의 상황을 살펴보면, 산업화와 환경오염 등의 원인으로 매해 숲 영역이 감소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도시민의 여가 선용을 위한 공간뿐만 아니라 생태적으로 건강한 녹지의 확보가 절실히 필요하다.

대상지인 충혼탑과 일대의 공간은 청주 시내 도심생활권을 ‘U’자로 관통하는 도심문화벨트의 주요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중앙공원과 예술의 전당을 연결하는 지점에 위치한 부지 내의 충청북도 교육도서관과 청주시립미술관은 이와 같은 문화의 축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대상지는 청주종합운동장과 직지특구를 연결하는 청주 센트럴파크 조성사업의 시점으로서 그 중요성을 더하고 있다. 명심산과 운천공원을 연결하는 도시내부 남서녹지축과 청주 시내를 관통하는 무심천의 접점에 위치하고 있어, 환경생태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장소이다. 때문에, 충혼탑 부지 일대의 마스터플랜 설계는 이처럼 다각도의 문화, 생태, 도시적 맥락을 모두 존중하는 제안이어야 한다.






추모공간 / 추모공원의 변화

근대적 의미의 메모리얼은 기념비(기념 건축물), 탑, 동상 등과 같은 오브젝트 중심의 성격이 강했다. 파리의 개선문,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워싱턴DC의 오벨리스크 등은 권력의 힘과 상징을 과시하는 목적성이 강하며,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일방향적인 체험을 전제로 한다.

20세기에 들어와서 만들어진 베트남 전쟁 메모리얼, 게이트웨이 아크 등에는 여전히 기념비적인 오브젝트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를 체험하는 방식이 동선을 따라 이동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점적 요소인 오브젝트 중심에서 면적 요소인 공간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2000년대 들어와서 건립된 영국의 다이애나 메모리얼, 베를린의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에서는 이와 같은 공간의 개념이 강화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공원 메모리얼 ‘공간’을 조성하여 접근성을 증대시키고, 조형물 사이를 걸어다니며 ‘공간’을 체험하는 관람 방식을 제안하는 등 공간과의 상호작용이 더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2010년 이후 등장하고 있는 뉴욕의 9/11 메모리얼, 멕시코의 폭력 희생자 메모리얼 등의 동시대 메모리얼은 이와 같은 공간의 이용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공공적인 기능이 추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상지 주변의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평상시 공원처럼 이용하는 등, 기능적인 요구가 바뀜에 따라 메모리얼의 기능에 공원의 기능을 추가하였다. 숲(공원)을 산책하며 메모리얼에 진입하는 시퀀스 설계, 앞으로 발생할 폭력 희생자를 위한 공간을 남겨두는 등 열린 결말의 구성 등도 전통적인 추모공간 및 추모공원과는 달라진 변화하고 있는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설계 방향성 설정

이러한 변화의 관점에서, 충혼탑 일대의 공간은 도심 속에 숨어 있는 추모의 공간만으로 존재하기보다는 도시민들과 더불어 호흡하고 일상을 공유하는 공원의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것이 타당하다.

추모공간과 공원이 서로 분리된 형태는 일상의 공원으로 기능하는 추모공원의 모델이 될 수 없다. 넓은 추모공간 한 켠에 공원의 공간을 마련하거나, 공원 한켠에 추모의 공간을 마련하는 방식도 추모와 일상의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발상이다.

본 제안은 하나의 공간이 추모의 장소인 동시에 일상적인 공원으로 기능할 수 있는 ‘더블메모리얼파크’를 청주의 새로운 랜드마크 공간으로 제안한다.




마스터플랜



마스터플랜 컨셉(더블메모리얼)

시민들이 이 공간에서 추모를 할 때, 추모의 대상과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번째 대상은 위패로 모신 희생자 개개인이고, 두번째는 한국 전쟁이라는 사건 그 자체이다. 대상에 따라 추모의 방식도 두 가지로 나뉜다. 특정한 날(희생일, 생일, 호국보훈의 날 등)에 이루어지는 공식적인 추모와, 매일매일 시민들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일상적인 추모이다. 공식적인 추모는 충혼탑과 파크센터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계획하였고, 일상적인 추모는 공원 전반에서 물, 벽, 수로, 길 등과 같은 다양한 매개체를 통해서 이루어지도록 설계하였다. 충혼탑이 일상의 공원 기능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모든 순간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공원 경계부의 열린 공간에 배치했다.






풍치가 단정한 울창한 숲 속에 자리잡은 열린 공간에는 가족들이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잔디밭과,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얕은 물과, 홀로 앉아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사색할 수 있는 잔디 언덕, 그리고 천천히 산책을 즐기며 가볍게 오르내릴 수 있는 산책로가 있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단순히 공원을 즐길 수도 있고, 추모의 의미를 천천히 생각하며 머무를 수도 있다. 공원에서 촉발한 잔잔한 울림은 인접한 미술관, 도서관과 연계하여 도시의 연결성과 어메니티를 증진시키고, 더 나아가 청주시의 도시재생 플랜과 맞물려 도시의 생명력을 강화시킬 것이다.




일상적인 공원의 아침은 모두에게 열려있다.


비가 오는 오후의 떨어지는 빗방울은 추모공원으로써의 감각을 확장 시킨다.


눈이 오는 겨울 많은 아이들의 활동 공간이자 추억의 공간이 되어 준다.


한국전쟁의 기억을 추모하는 시기에는 추모의 장치로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더블메모리얼 전략: 물을 매개로 한 추모

물은 메모리얼에서 추모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로 빈번하게 등장하는 소재이자 장치이다. 거대한 물의 볼륨감이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물의 중압감, 정적인 상태의 물이 주는 경건한 분위기 등이 일반적인 메모리얼에서 만날 수 있는 물을 사용한 접근 방식들이다. 본 제안에서는 비일상적이고 엄숙한 분위기의 공간을 만드는 물이 아닌, 친근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물을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로 제안한다.

물울림 폰드에서는 매시간 정각마다 얕은 수면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는 장치를 설치하여, 평상시 잔잔한 물에서 느낄 수 있는 고요한 심상과 다른 분위기와 경험을 유도한다. 또, 겨울철이나 대규모 이벤트시 폰드의 얕은 물을 빼서 이 공간을 도심형 광장처럼 이용할 수 있다. 침전의 벽에서는 거친 석벽을 따라 불규칙하게 흘러내리는 물길을 바라보거나 만지며, 촉각을 통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게 유도하였다.




(1) 물울림 폰드
집단적 기억을 상징하는 폰드에서는 매시 정각 잔잔한 파동을 발생시킨다. 이는 관람자로 하여금 궁금증과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누군가는 한국전쟁의 비공식 기록에 대해 묻거나 기억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파문이 이는 잔잔한 물의 특별한 경험을 가지게 될 것이다. 울림은 불특정 다수의 관람자에게 열린 해석과 저마다의 특수한 경험을 제공한다.


(2) 연결의 물길
물울림 폰드 주변 영역에서부터 시작하는 연결의 물길은 세차게 흐르는 물소리로 주변 도시의 소음을 차단하여 위요된 공간감을 자아내는 요소이다. 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쉽게 친근감을 느끼며 접근할 수 있는 연결의 물길은 감각적이고 체험적인 물 요소이다.



더블메모리얼 전략: 기억의 방식

메모리얼에서 비극적인 사건이나 떠나간 사람들을 기억하는 방식에는 특정한 날에 지정된 공간에서 여는 행사, 또는 항상 공간에 존재하여 언제든지 장소를 찾는 사람들에게 기억을 상기시키는 기념비나 추모의 문구 등이 있다. 새롭게 제안하는 충혼탑을 마주 보도록 완만하게 경사진 잔디 언덕은 평상시 청주 시민들이 공원의 잔디광장으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추모 행사가 있는 날이나, 공연 등의 이벤트가 있는 날에는 경사진 잔디밭을 이용하여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충혼탑과 무대를 바라볼 수 있게 하였다.

시간의 때가 묻은 코르텐강으로 만들어진 기억의 벽은 앞면과 뒷면의 디자인을 다르게 제시하고 있다. 물울림 폰드에서 바라본 면에는 불규칙한 패턴의 구멍이 타공되어, 개인적인 추모를 하러 방문한 사람들이 꽃을 꽂아두거나, 구멍을 통해 맞은편의 땅을 바라볼 수 있게 유도하였다. 기억의 벽 뒷면에는 구조를 보강하기 위한 수직벽면을 세우고, 벽면마다 특정 주제를 담은 문구 등의 텍스트를 기록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수직벽면의 축에 대응하여 나무를 열식하여, 가지런히 정열한 열주와 같은 단정한 산책길의 공간감을 연출하였다.



(1) 잔디 언덕
잔디 언덕은 청주시 시민들에게 자유롭게 열린 오픈스페이스다. 개인적 또는 공식적인 추모가 이루어지는 날에는 파크센터의 옥상과 더불어 잔디언덕에 앉아 추모 행사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파크센터 내부에 위치한 전시공간과 연계하여 공원을 향해 적극적으로 열린 건축 프로그램을 의도하였다.


(2) 기억의 벽
한국전쟁으로 인한 비공식적 기억들, 예를 들어 전쟁 당시의 민간인 희생자, 실종자 등과 같은, 아프지만 잊혀져 가고 있는 사건들은 후 세대가 연속하여 기억하여야 한다. 비공식적으로 다뤄진 잊혀져 가는 기억을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기억의 벽에 문자로 새겨,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일상을 한 공간에서 만나도록 한다.



더블메모리얼 전략: 선적 경험

제안하는 추모공원에는 공원을 따라 천천히 산책하며 느끼는 감각을 통해 특별한 심상이나 추모의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다. 공감의 숲길은 충렬로에서 잔디 언덕까지 지그재그형의 완만한 경사를 따라 오를 수 있는 느린 산책로이다. 산책로 중간중간 설치된 가벽은 잠시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가 되기도 하고, 벽 사이의 구멍을 통해 숲속 작은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창구가 되기도 하며, 추모의 문구를 적은 기념 벽면이 되기도 한다.

공감의 숲길을 따라 조성한 바위와 돌들로 구성된 건천은 평상시 마른 상태를 유지하고, 비가 왔을 때 일대의 물을 모아 흘려 내릴 수 있는 수로로 기능한다. 습한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습윤한 숲에서 자라는 자생 초화를 식재하여 자생 초화원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미술관쪽에 조성한 숲을 가로지르는 계절숲길을 따라서는 야외 조각 작품을 전시하거나, 길을 따라 피크닉을 즐기고, 주변 학교에서 방문하여 사생대회를 열 수 있도록 부지를 조성하였다.




(1) 계절숲길
계절 숲길은 다간형의 장식적인 교목을 식재하여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미술관과 연계하여 다양한 문화 행사를 개최할 수 있으며, 주변 학교와 연계하여 사생대회 등과 같은 행사를 개최하거나, 너른 잔디밭에서 돗자리를 깔고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장(field)을 제공한다.


(2) 공감의숲길
5% 경사를 따라 오르는 완만한 지그재그 형태의 산책로는 산책자들의 숨을 가쁘게 만든다. 산자락에 배치된 크고 작은 돌들로 이루어진 건천은 우리에게 생소한 경관을 자아내는 동시에 공간의 생태적인 기능을 담당한다. 이해의 벽에 적힌 기억하고자 하는 내용의 글귀가 메모리얼에 진입하는 동안 여러 가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더블메모리얼 전략: 비일상적 추모

(1) 건축계획


(2) 평면계획


(3) 동선 및 공간계획


(4) 단면계획


(5) 입면계획


(6) 충혼탑계획









(자료제공=청주시, ㈜에이치엘디자인, ㈜제이에이치피건축사사무소, ㈜건화)
글_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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