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상작] 가림단원 佳林壇園

충혼탑 추모공원 조성사업 마스터플랜 설계공모
라펜트l기사입력2023-03-15

 

‘충혼탑 추모공원 조성사업’ 마스터플랜 설계공모에서 경남종합조경 + 스튜디오테라 + ㈜건축사사무소신의 ‘가림단원’, ㈜에이치엘디자인 + ㈜제이에이치피건축사사무소 + ㈜건화의 ‘더블메모리얼 DOUBLE MEMORIAL’이 공동 3등작으로 선정됐다.


가림단원 佳林壇園
경남종합조경 + 스튜디오테라 + ㈜건축사사무소신

가림단원 佳林壇園 double squares
아름다운 숲과 단이 있는 공원



곡식과 토지의 신을 모시는 두 개의 단, 사직단 터로 추정되는 이곳은 이미 생명의 존엄과 일상의 풍요로움을 기리는 소망과 염원이 충만하다. 과거 땅과 하늘을 매개하던 두 개의 단(double altars)은 추모와 일상을 담는 두 겹의 단(double squares)으로 거듭나고, 아름다운 구릉 경관 속에 펼쳐진 숲과 길이 도시와 자연을 편안하게 이어준다.

충혼탑은 수직적으로 증폭되어 시민들의 삶 속에 함께 한다. 낮게 자리한 아래 광장은 누구라도 편안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문턱과 레벨을 낮춘다. 높게 위치한 윗 광장은 시원한 나무 그늘을 주고, 경건하되 편안한 그린카펫을 깔았다. 나무들이 호위하듯 두 개의 단은 푸른 담으로 아늑하게 둘러싸고, 끊겨있던 도시의 장소들은 풍성한 숲길로 이어준다.

아름다운 숲과 두 겹의 단으로 만드는 공원, 가림단원(佳林壇園)은 과거와 미래, 하늘과 땅, 도시와 자연, 그리고 추모와 일상을 이어주는 청주의 새로운 브랜드가 될 것이다.


인문학적 배경

‘淸州’는 고려시대 때부터 1000년 넘게 불려지던 유래깊은 지명이다. 청주는 강(무심천)과 산(우암산), 비옥한 평야를 두루 갖추어서 오래전부터 취락이 형성되어왔다. 청주목은 조선전기 주요 행정취락이었으며, 읍성과 사직단, 문묘 등이 설치되었다. 이 중 사직단은 토지의 신(사社)과 곡식의 신(직稷)에 제례를 올리는 공간으로 사용되었고 읍성의 서쪽에 배치되었다.

대상지는 과거 사직단이 위치해 있던 자리로 추정되며, 2020년에는 사직단 시굴조사가 착수되기도 하였다. 일제감정기에 사직단이 훼손되었고, 그 자리에는 천지신단이라는 비석이 대신하게 되었다. 이후 청주는 읍성을 중심으로 도시화되었고 사직단이 있던 양지바른자리에는 한국전쟁의 호국영령을 기리는 충혼탑이 세워져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19070년대에는 KBS청주방송국과 충청북도학생회관이 건립되어 지금은 각각 청주시립미술관과 충청북도교육도서관이 되었다. 이렇듯 오래된 도시의 역사적 ‘켜’는 대상지 곳곳에 남아있거나 복원되고 사라지거나 재해석되어 사용되고 있다.




지리적 환경적 배경

청주는 우암산과 부모산의 사이에 남북 방향으로 무심천이 흐른다. 풍수지리학에서는 이를 행주(行州)형국이라 하며 이때문에 과거 청주시청사가 배모양을 본 따서 지어지기도 하였다. 부모산의 얕은 자락은 대부분 도시화되었고 무심천 가까이남은 대상지와 몇몇 녹지만이 섬으로 남아있다. 부모산 자락의 끝에 위치한 대상지는 우암산을 배경으로 무심천이 흐르는 청주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이는 뛰어난 경관자원으로 현재 충혼탑은 조망 포인트이며, 도심 어디에서든지 조망되기도 한다.

도시재개발로 보행환경이 개선되고 대상지를 중심으로 한 도심녹지 네트워크가 강화된다면 무심천 서쪽 생활권의 생활형 녹지 SOC를 확충할 수 있다.




도시적 배경

2014년 7월 1일. 국내 최초로 청원군과 청주시가 시민간 자율합의로 통합하여 인구 85만의 준광역시가 되었다. 도시의 권역이 팽창함에 따라 분리된 도시적 자원들의 네트워크 강화가 필요하며 노후화된 원도심이 재개발시기가 도래함에 따라 도시의 정체성과 새로운 시대상에 부합하는 녹지가 필요하다.

최근 청주시청사 건립 국제설계공모 등을 통해 청주의 원도심 회복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2040 청주기본계획안’에 따르면 충혼탑 - 종합운동장 - 청주예술의전당 을 연결하는 문화여가활동거점 권역, 사직대로의 보행중심화 도로사업 등 원도심의 흩어진 자원을 연결하기 위한 사업들이 진행 중이다.

대상지는 인근의 다양한 역사자원을 잇기 위한 중심 오픈스페이스로 시민의 일상생활을 위한 녹지일뿐만 아니라 도시의 탄생부터 함께한 도시공간 요소로서의 상징성을 부각하는 상징물이 될 것이다.




단(壇), 담(墻), 숲(林)

대상지는 미술관, 충혼탑, 도서관으로 크게 3가지 단으로 나뉘어 진다. 각각의 단은 소통하지 못한채 개별공간으로 작동되고 있다. 이러한 3가지 공간을 연결하기 위해 담의 유입과 함께 지형을 회복한다. 담은 앉음벽으로, 공간을 구분하는 담장으로, 토사를 막는 구조물로서 변형된다. 개별로 조성된 공간을 하나로 묶어주는 숲을 조성한다. 숲의 연결과 정원의 생성은 개별적 공간들을 하나의 공원으로 묶어줄 것이다.

개별적 층위를 가지는 단(壇)

담(墻)의 유입과 지형의 연결


숲(林)의 형성과 공간의 일체화








공간구성

3개의 건축물, 정원과 숲, 동선으로 엮여진 공간은 하나의 佳林壇園(가림단원) 아름다운 숲과 단이 있는 공간으로 형성된다. 건축물 사이의 공간의 숲(Forest Room), 광장, 정원과 쉼터는 다양한 지형의 공간을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을하게 된다. 그리고 무장애보행로, 숲길, 보행자 도로등 다양한 동선과 길로 엮여 공원의 역할을 수행한다.






단(壇)의 형성

토지의 신인 사(社)와 곡식의 신인 직(稷)에게 제사를 드리는 것은 종묘와 함께 조선왕조의 사상적 버팀목이자 가장 중요한 제사였다. 청주 사직단은 고려시대 공민왕(1330~1374)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청주에 왔을 때 설치했다고 전해지며 그 흔적은 신증동국여지승람(1530)의 기록과 청주목지도(1872) 등에서 나타난다. 그러나 일제의 위령시설과 대신궁 건립 등으로 훼철된 이후 동공원과 서공원이 들어서면서 흔적이 완전히 사라졌다. 우리는 원지형의 아름다운 숲(가림)을 회복함과 동시에 이 장소의 정체성이 시작되었던 ‘제단’의 기하학적 형태를 흔적으로 남기고자 한다. 사직단의 제단은 동일한 규모의 윗광장과 아랫광장의 형태로 재해석 된다. 큰 잔디밭으로 표현되는 윗광장은 이팝나무 숲이 감싸돌며 행사나 이벤트를 수용하는 광장이 된다. 거울연못이 있는 아랫광장은 튤립나무 숲과 함께 조금 더 일상적인 광장으로의 역할을 한다.





곡식의 풍요로움은, 생명의 필요조건이자 꿈틀거리는 대지의 산물이다. 공간을 덮은 잔디광장은 이용자 모두의 필요와 만족을 풍요롭게 담는 하나의 단이다. 비옥한 토지는 내리는 비를 받으며 하늘과 관계 맺는다. 고요히 차 있는 물은 하늘을 왜곡 없이 담아 이용자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한다.


충혼탑 기억 존중

머리 위로 높게 솟은 충혼탑은 호국영령의 명예를 높이는 상징임과 동시에 (세대가 거듭되어 시간이 쌓일수록) 현 세대에게 거리감을 주는 수직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국가유공자의 이름이 새겨진 위패는 충혼탑 하부의 내부공간에 보관되어 쉽게 다가가기 어렵다.

부지의 가장 상부 레벨(+76m)에 있던 충혼탑을 공원 최하단부(+70m)로 이설한다. 이설된 충혼탑의 하부 보관실의 위패는 밀폐된 공간을 탈피하여 유리창을 통해 어디서든 들여다볼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재조성 된다.

이는 전시공간과 연계되어 새로운 메모리얼 공간을 구성한다. 건축물 상부 슬라브레벨과 맞추어진 탑신은 더이상 멀리서 올려다보는 조망대상이 아닌, 공원레벨(+76m)에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경험대상이 되어 ‘추모’의 행위가 공원 이용행태 중 하나로써 보다 일상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정면성과 수직성이 강했던 충혼탑은 이제 공원의 중심공간에 자리 잡아 공원의 여러 층위와 입체적으로 관계 맺는 상징적인 오브제가 된다.



하나의 조명 상징물로 조성되는 충혼탑

아랫광장


이설된 충혼탑


윗광장



담(墻)과 숲(林)의 연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적으로 형성된 기존 녹지와 지형 사이에 자리잡은 Forest Room은 계수나무, 벚나무, 이팝나무, 튤립나무 등으로 울창한 녹음 뿐만 아니라 계절 변화의 경험을 제공해주는 새로운 식재공간이다. 이는 대상지의 높이 차이로 인해 연결성이 떨어지는 서로 다른 세 영역(도서관, 충혼탑, 미술관)을 잇는 Forest Path로 꿰어진다. 아름다운 숲을 배경으로 Forest Path를 따라 단과 단 사이를 오가는 이용자는 다채로운 Forest Room들의 질감과 분위기를 일상 속에서 마주할 수 있다.




진입성과 입구성

보행로와 동일한 레벨로 이어지는 아랫광장은 문턱을 낮추어 누구라도 편하게 들어올 수 있는 공원의 상징적인 입구가 된다. 벽체와 나란히 배치된 수목은 푸른 담이 되어 방문객에게 편안한 진입경관을 만들어낸다. 산책길에 시나브로 마주하는 수반이 담은 하늘과 수목이 주는 자연경관, 가림단원(佳林壇園)을 떠올리는 가장 처음의 경관이 될 것이다.




아랫광장


이야기 언덕




윗광장, 이팝나무 숲





추모전시관



건축의 형태는 아랫광장을 ‘ㄷ’자 형태로 둘러싼 모습을 띄며 이는 식재와 함께 아랫광장의 위요감을 한층 강조한다. 아랫광장으로 진입한 방문자는 충혼탑 하부의 위패와 함께 6.25 및 이와 관련된 전시를 전시공간으로부터 감상할 수 있다. 또한 공원근무자를 위한 사무실, 탕비실, 창고, 회의실을 계획하여 관리를 용이하게 하고 공용화장실 및 엘리베이터와 계단실 계획을 통해 이용자들의 편의를 증진한다. 5.5m의 단차를 두고 있는 윗광장과 아랫광장은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통해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다른 층위를 형성한 두 개의 광장은 각각 다른 의미의 추모 및 기억의 공간으로서 작동하고 경관의 다양성을 제공한다.



추모전시실




공원의 전면성과 진입

청주시립미술관은 인접 도시에서 공원으로 들어섰을 때 마주하는 첫인상이다. 현재 진행 중인 사직대로 인근의 접근성 개선사업은 미술관에서 나아가 공원 전체의 전면성에 대해 재설정을 요구한다. 따라서, 북측을 미술관의 전면으로 재설정하고 미술관 인접 대지에 광장형 공원을 조성할 것을 제안한다. 아스팔트 대신 수목이 우거진 광장은 미술관을 오고가는 방문객을 환기시킬 수 있는 전이공간으로 기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미술관과 예술광장



미술관 활성화 제안

청주시립미술관의 출입구를 이원화하고 내부 전시동선을 재구성하는 새로운 이용 동선체계를 제안한다. 예술광장에 대응하는 미술관 북측의 새로운 주출입구를 조성하여 사직대로로부터의 접근성을 높인다. 기존의 출입구는 보조 출입구로 기능하며, 사운로에서부터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방문한 사람들을 맞이하는 소광장을 조성한다.





예술정원





단계별 계획과 제안부지

글_전지은 기자 · 라펜트
다른기사 보기
jj870904@nate.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