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국립공원, 이용보다 보전을 우선해야!

글_최진우 논설위원(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
라펜트l기사입력2023-04-25

국립공원, 이용보다 보전을 우선해야!





_최진우 박사(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



최근 정부는 철새들이 찾는 흑산도에 공항을 건설하기 위해 국립공원을 해제하였고,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에 설악산국립공원 핵심지역의 문을 열어주었다. 국립공원을 대하는 정부의 어처구니없는 결정에 분노하여 환경단체는 들고 일어났고, 전국의 국립공원에서 케이블카, 산악열차 등 난개발이 꿈틀대고 있다.

우리에게 국립공원은 무엇인가? 국민 검색엔진 네이버에 물어봤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는 “국가의 대표적 경승지를 보호, 육성하고 국민의 보건·휴양 및 정서생활의 향상에 기여할 목적으로 국가가 지정 관리하는 공원”이라 하고, 두산백과에는 “한 나라의 자연풍경을 대표하는 경승지를 국가가 법으로 지정하고 이를 유지·관리하는 공원으로서 자연환경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레크레이션 지역이자 국제적으로는 나라의 대표적 관광지로서 역할을 한다”라고 한다. ‘경승지’, ‘풍경지’라는 단어가 어색하고 ‘보전과 이용’에 있어 뭐가 우선인지 받아들이기에 찜찜한 구석이 많다. 우리나라 자연공원법에는 국립공원을 “우리나라의 자연생태계나 자연 및 문화경관을 대표할 만한 지역”으로 정의하고 있고, 법의 목적에 “자연생태계와 자연 및 문화경관 등을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이용을 도모”한다고 되어 있다. 법의 문구는 백과사전 정의에 비해 나아 보이지만 여전히 보전과 (지속가능한)이용의 양자적 입장에 중립적으로 걸쳐있다. 국립공원은 원래 그런 애매한 제도일까?


보호지역과 국립공원 제도

국립공원은 보호지역(Protected Areas)이라는 폭넓은 개념으로부터 도출된 제도이다. 보호지역에 대한 엄밀한 정의는 국제기구나 국가들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의 세계보호지역위원회가 2007년에 규정한 바에 따르면 보호지역이란 “생태계서비스와 문화적 가치를 포함한 자연의 장기적 보전을 위해 법 또는 기타 효과적인 수단을 통해 지정, 인지, 관리하는 지리적으로 한정된 공간”을 말한다. 근대적 개념의 보호지역은 18~19세기에 영국과 유럽에서 넓은 사유지를 대상으로 왕실과 귀족계층이 주로 이용한 수렵보호구역에서 비롯되었다. 현대적 개념의 보호지역은 큰 규모의 생태계와 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1872년 지정된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시작되었다. 소수의 권력자와 자본가가 독점하던 대규모 토지를 국유화하여 모든 국민이 이용하도록 공유화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적 인식의 발로였다고 평가받았다. 미국에서 국립공원 제도가 탄생하게 된 정치·사회적 배경에는 유럽보다 문화유산이 적은 열등감에서 비롯되었고, 원주민을 쫓아내고 야생지를 개척하는 국가적 명분으로 사용되었고, 국립공원 지정으로 수익을 기대했던 철도회사의 로비가 주효했다는 부분도 있다. 아무튼 미국에서 태동한 국립공원 제도는 자연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인식하게 하는 자연관으로 발전하여 전 세계에 전파되어 각국의 국토환경과 경제·사회적 여건에 맞게 적용되었다.


국립공원의 국제적 이념  

미국은 국립공원을 “자연보전과 제한된 이용을 통해 현세대뿐 아니라 미래세대까지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훼손없이 남겨 두기 위한 곳”으로 정의하고 있다. IUCN은 국립공원의 정의 및 관리목표에 대한 통일성을 갖추기 위해 국립공원을 “생물종, 생태계 특성, 생태계 형성과정을 보호하기 위한 대규모 지역으로서, 환경·문화적으로 양립할 수 있는 정신·과학적, 교육·휴양·탐방 기회의 토대를 제공하는 곳”으로 정의하였다. 이에 국립공원의 가장 중요한 1차 관리목표는 생물종·유전적 다양성 보전, 환경서비스 유지, 관광 및 휴양이고, 2차 관리목표는 원생지 보호, 자연·문화경관 보호 및 교육이며, 3차 관리목표는 생태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두고 있다. 국립공원의 공통적 이념은 “공원의 가치를 엄격하게 보전하되, 그 가치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의 이용을 허용함으로써 미래세대까지 그 가치를 향유하고 영속되게 하는 것”이다. 국립공원이 갖는 특별한 존재가치는 보전과 이용의 공존, 현세대와 미래세대의 공유라는 ‘형평적 이념’을 추구하고, 국가의 자랑스러운 상징물로서 국민에게 긍지를 심어 주며, 개발을 통한 이익보다 보전을 통한 생태계서비스가 더 많은 혜택을 준다는 논리에 있다.


IUCN 보호지역 카테고리 Ⅱ, 국립공원

IUCN은 보호지역의 지정목적과 관리방향, 이용특성 등이 다른 보호지역을 6개 카테고리로 구분한다. 카테고리 Ⅰ(엄정한 보존지역, 야생지역)에서 Ⅵ(자연자원 이용을 위한 보호지역)로 갈수록 인위적 간섭과 이용이 많고 보전강도가 낮다. 카테고리 Ⅰ은 인간의 정주, 방문, 이용, 영향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지역이며, 국립공원은 카테고리 Ⅱ로 명시되어 보전과 이용의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보호지역이다. 그러면,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IUCN 카테고리에서 Ⅱ에 속할까? 우리나라는 1967년 지리산국립공원을 1호 국립공원으로 하여 총 22개의 국립공원이 지정되어있는데, 2006년 되어서야 처음으로 설악산국립공원이 카테고리 Ⅱ로 등재되었다. 지리산국립공원은 지정된 지 40년 후인 2007년에야 카테고리 Ⅱ로 등재되었다. 현재는 16개의 국립공원이 카테고리 Ⅱ로 등재되었고, 5개소(북한산, 계룡산, 덕유산, 무등산, 경주)는 카테고리 Ⅴ(경관보호지역)으로 등재되었다. 마지막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태백산국립공원은 아직 분류되지 못한 상태이다. 북한산, 계룡산, 무등산, 경주국립공원이 카테고리 Ⅴ인 이유는 보호지역 규모가 작고 자연성이 높지 않고 인간간섭이 많기 때문이다. 덕유산국립공원은 무주리조트 개발로 인해 카테고리 Ⅱ로 인정받지 못했다.


국내 국립공원의 관리이념 변화

우리나라는 자연보전 측면보다 지역개발과 관광소득 향상을 목적으로 국립공원 제도가 도입되었다. 따라서 다른 관광휴양지와 차이가 없는 집단시설지 개발과 시설공사로 원생적인 자연이 훼손되고 지역 고유의 향토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국립공원을 찾아오는 관광행태 또한 초기에는 등산, 계곡물놀이, 단풍관광, 수학여행 등 집단적인 유흥·관광 이용 위주였기 때문에 보전관리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관리이념은 1967년 공원법 제정을 시작으로 건설부에서 맡다가 1980년 자연공원법이 제정되고 내무부를 거쳐 환경부로 주관부서가 바뀌게 되었다. 2001년 자연공원법이 개정되면서 보전을 강화하는 관리정책과 건전한 탐방문화 조성에 힘을 쏟게 되었다. 법 개정을 통해 국립공원 지정 대상이 ‘자연풍경지’에서 ‘자연생태계와 자연 및 문화경관’으로 바뀌었고, 관리개념을 ‘보호’에서 ‘보전’으로, 이용수준을 ‘이용 증대’에서 ‘적정한 이용’으로 바꾸었다가 최종 ‘지속가능한 이용’으로 정립하여 국립공원의 국제적인 관리기준과 시대적 추세를 반영하게 되었다. 

국립공원 관리에는 본질적으로 보전과 이용의 상충성을 지니고 있다. ‘지속가능한 이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어떤 수준이 ‘지속가능한 범위’인지 말하기 쉽지 않다. 이용객 증가 및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에 따라 관리하다 보면 보전보다 이용이 우세해지기에, 국립공원 관리원칙과 기준을 정하는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 국립공원은 자연의 입장에서 기후변화와 사람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곳이어야 한다. 과거 세대가 지켜 온 마지노선을 무너뜨리며 현세대의 욕심을 채우려는 국립공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 보전과 이용이 서로 양립되지 않고 상충관계를 최소화할 수 있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인간 영향을 최소화하는 가장 최상의 보전은 감동과 혜택을 극대화하는 가장 최상의 이용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최상의 이용을 통해 국립공원 제도에 대한 정치적·사회적 지지를 끌어냄으로써 최상의 보전을 할 수 있는 공원관리 여건을 확보할 수 있다. 국립공원이 국민에게 주는 생태계 서비스 혜택을 과학적으로 계량화하고 쉽게 해설함으로써 보전을 통해 국민의 정신적·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문화·경제적 이득을 창출한다는 환경논리가 사회이념으로 정착되어야 한다. 불가피하게 보전과 이용의 상충을 조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영국의 국립공원 정책검토위원회에서 정한 샌드포드원칙(Sandford principle)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국립공원에서만큼은 보전이 우선되는 관리원칙과 사회적 동의가 확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전인가 개발인가, 자연이 우선인가 사람이 우선인가, 현세대의 과도한 이용이 차세대의 환경을 남용하는 것 아닌가” 등에 대한 논쟁에서 “마지막 남은 자연, 국립공원만큼은 지켜 내자”라는 것에 대해 분명한 원칙과 철학, 그리고 행동이 필요하다. 


미래를 위한 국립공원의 명확한 보전 관점 필요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이념은 IUCN 및 미국의 국립공원 제도와 비교해 이용의 원칙 및 한계 등에 관한 언급이 미흡하고, 확실하게 보전 위주로 우선하여 관리한다는 이념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 국립공원의 자연생태계와 자연 및 문화경관을 온전하게 보전하는 게 이용보다 더 우선해야 한다.

국립공원의 보전과 이용의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OpenAI ChatGPT에게 물어봤다. GPT는 “국립공원의 보전과 이용의 균형을 맞추는 딜레마는 해결해야 할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일 수 있다.”며 도움이 될 수 있는 여섯 가지 전략을 소개하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국립공원은 명확한 보존이 필요하며 과학적 연구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에 기초한 목표를 사용하고 2) 환경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지역사회 경제적 이익을 위한 지속가능한 관광을 개발하고 3) 공원관리 결정에 지역사회를 참여시키고 4) 방문자 환경 교육으로 국립공원의 책임있는 이용 문화를 만들고 5) 정기적인 모니터링 및 평가로 관리전략 조정의 기회를 제공하고 6) NGO, 지역사회, 민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업이 필수이다.

GPT가 말하길 국립공원은 명확한 보전이 가장 중요하다. GPT의 답은 그를 학습시킨 인류가 낸 답이기도 하다. 우리는 국립공원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이미 알고 있다. 잘못된 답을 선택한 행정은 시정되어야 한다.
_ 최진우 박사  ·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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