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을 따라 배를 타고 싶다

[조경명사특강] 임승빈 교수의 도시사용설명서_10회
라펜트l임승빈 명예교수l기사입력2013-10-02



프랑스 파리 세느강_ 연중 수위가 비교적 일정하여 배가 다니기에 유리하다.

 

전통적으로 고대도시와 인류문명은 강변을 따라 성장하였으며 강변에서는 도시의 많은 역사적 유물을 볼 수 있다. 강변에는 기름진 충적토가 많아 경작에 유리하고, 낚시도 가능하여 식량 얻기가 용이하다.

더불어 강은 중요한 교통수단이어서 타 도시와의 교역에 유리하고 전쟁 시에는 방어에 유리하므로 강변에는 자연스럽게 도시들이 발달하게 된다. 대부분의 유명한 도시에는 강이 흐르고 강줄기를 따라 하천유람선(river cruise)이 운영되고 있어, 걷지않고 편안하게 이동하며 도시의 역사와 경관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도시하천에는 호안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인공하천과 자연지형으로 만들어진 자연하천이 있다. 이 가운데 인공하천은 주로 고밀도 개발이 이루어진 도심지에 위치하는 소하천(지천)으로서 하천 폭이 좁고 수변은 돌 혹은 콘크리트 수직벽으로 되어있다. 도심지 특성상 많은 사람의 다양한 활동을 수변에서 관찰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의 청계천, 수원의 원천천 등이 소하천(지천)에 해당되며, 암스테르담 시내의 운하수로, 베를린의 슈프레강, 싱가포르의 싱가포르강, 파리의 세느강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인공하천은 도심지에 위치하는 특성상 많은 교량과 교차하게 되는데, 배를 타면 교량에 의해 프레임된 경관과 교량을 지나고 나서 보이는 개방된 경관이 연속적으로 반복되는 흥미 있는 경관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네델란드 암스테르담은 인공하천이라기 보다는 운하를 중심으로 발달된 도시인데, 도심 전역에 수로가 있고 이 수로를 관광유람선이 쉴 새 없이 순환한다. 수상교통에 100% 의지하는 베니스를 연상하게 하지만 암스테르담의 수로에는 유람선이 주로 다니고 일반 생활교통은 트램(tram, 노면전차), 자전거 등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한다. 암스테르담에서는 유람선을 타는 재미도 있지만, 수로 옆을 거닐며 흐르는 물, 수로를 지나는 배, 그리고 물가 카페에서 쉬는 사람들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수로는 암스테르담의 도시이미지를 만드는 가장 주요한 요소이다.

 


네델란드 암스테르담_ 암스테르담은 도심부 전체가 수로로 연결되어있다. 교량자체가 하나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교량하부의 아치를 통해서 보는 경관은 프레임효과로 인해 무척 아름답다. 배를 타고 지나가며 곳곳에 있는 건물의 내력을 설명들으면서 암스테르담 역사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다.

    


네델란드 암스테르담_ 유람선에서는 걸을 때와는 색다른 경관경험을 하게 된다. 수로가 낮으므로 주변 가로를 올려다보게 되고 특히 선루프를 통한 경관은 프레임을 통해 보게 되어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물가에서 쉬는 사람을 올려다보는 재미가 있고, 물가의 사람들도 지나가는 유람선과 관광객을 바라보는 재미가 있다.

 

독일 베를린에는 도심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슈프레(spree)강이 있다. 강변에는 주요 전철역들이 있어 강변으로의 접근이 용이하며, 대성당 등의 고건축, 그리고 연방의회, 총리관저 등의 국가 주요 건물이 강변에 위치하여 배를 타고 가면서 편안하게 역사를 이해하고 경관을 즐길 수 있다. 이와 같이 국가의 주요한 중앙정부 건물들을 배를 타고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것이 슈프레강 유람선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독일 베를린_ 보트를 타고 다리 아래를 지날 때는 프레임된 경관을 보고, 다리를 지나면 다시 개방된 경관을 조망하며, 연속된 리듬이 있는 경관을 감상하게 된다. 다리의 조각도 흥미를 끄는 요소로 등장한다.

 

독일 베를린_ 슈프레강은 도심 시가지를 가로지르고 있으며, 프리드리히스트라세역, 베를린중앙역 등 주요역이 인접해 있어 강으로의 접근성이 높다.

 


독일 베를린_ 연방의회건물(, 나무뒤의 돔과 독일국기가 있는 건물), 총리관저() 등의 연방정부 주요 건물이 슈프레강변에 위치하고 있어 보트를 타고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싱가포르도심에는 싱가포르강이 흐른다. 이 강은 마리나베이(Marina Bay)에서 바다와 만난다. 클라크부두(Clark quay)에서 배(river taxi)를 타는데 부두 인근에는 식당, 기념품가게 등 잘 정비된 상업시설이 밀집돼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마리나베이까지 내려가면 샌즈호텔 등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빌딩들을 볼 수 있으며, 싱가포르의 상징인 머리는 사자이고 다리는 인어모양인 머라이온(merlion)도 볼 수 있다. 싱가포르는 항구도시이므로 수변경관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싱가포르강을 활용하여 보트를 이용한 도심지관광을 활성화 하고 있다.

 



싱가포르강의 클라크부두(Clark Quay)_ 리버택시(river taxi)가 관광객을 태우고 마리나베이까지 왕복한다. 부두에는 식당 기념품점 등이 있는데 파스텔조의 매점이 인상적이다.

 


싱가포르강 수로에 면한 상가건물인 리버사이드포인트

 


싱가포르 마리나베이_ 리버택시는 마리나베이에서 바다와 만나는데 야경은 싱가포르의 특성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열대과일 두리안을 형상화한 체육문화관(좌측상단), 고층 상업건물과 대회전관람차(좌측하단, flyer), 마리나베이에 위치한 싱가포르의 상징인 머라이온(우측하단, Merlion; 인어와 사자의 합성어).

 

이들 사례에서 볼 수 있는 인공수로들은 연중 수위가 일정하여 충분한 수심이 유지되므로 일년 내내 배가 다니는데 지장이 없다. 우리나라 하천, 특히 지천은 건기와 우기의 수심 편차가 커 배가 다니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복원된 서울의 청계천은 도심지 여건상 인공수로로 만들어졌으나 수량이 부족하여 한강물과 지하철에서 용출되는 지하수를 공급하고 있다. 공급되는 수량이 실개천수준으로 적어서 유람선이 다니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외국의 경우처럼 청계천에서 유람선을 타고 청계광장과 청계천변의 현대식 고층빌딩, 그리고 흥인지문 등의 도심지 문화재를 감상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앞선다. 이는 나만이 갖는 사치스러운 생각일까 자문해본다. 청계광장에서 보트를 타고 청계천을 따라 내려가 중랑천을 거쳐 한강까지 가고 싶은 마음은 나만의 꿈에 불과한 것일까?

 





청계천_ 청계천은 수위변화가 심하고 수량도 부족해 배를 띄우기가 어렵다. 그러나 일부 구간만이라도 보트를 타고 천변 경관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는 없을까? 물가를 걷는 재미에 더하여 배를 타고 청계천변 유명건물과 명소를 올려다보는 즐거움도 경험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도시에는 도시를 관통하는 소하천이 흐르게 마련이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도시 내 하천은 장마철을 제외하고는 수량이 부족하여 배의 통행이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독특한 도시 이미지를 창출하고자 하는 도시에서는 도시 내 하천을 활용하여 비록 짧은 구간일지라도 일정한 수심을 유지하는 수로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독특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며, 관광객 유치를 통해 도시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배를 타고 도심을 유람하는 독특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 

도시 안에 수로를 만들고 배를 띄워 낭만적 도시이미지를 창출하고,

도시 경쟁력을 높이자.

연재필자 _ 임승빈 명예교수  ·  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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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ungbi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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