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미래조경, 농촌에 답이 있다

이유직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이유직 교수l기사입력2015-07-21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Series No.2

 

미래조경, 농촌에 답이 있다

 


이유직 교수(부산대학교 조경학과)


현재 우리 사회는 질적인 변화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국민소득이 5천 불에서 만 불, 만 불에서 이만 불 시대를 지나 이만 불에서 사만 불로 더블업 하는 시대를 가고 있다. 2007년 무렵 이만 불대로 진입했던 국민소득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만 불대로 주저앉았지만 다시 회복한 뒤 올해는 삼만 불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선진국이라 일컫는 국민소득 사만 불대의 사회를 향해 느리기는 하지만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소득 수준이 두 배로 늘어나는데 15년 안팎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통일을 비롯한 많은 변수들이 있지만 낙관적으로 기대해 본다면 대략 2020년대에는 우리도 선진국의 반열에 이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선진국들이 이 시기를 거치면서 보인 공통의 특징은 양적인 발전에서 질적인 발전으로 사회적 전환을 이루었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이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가정한다면 그동안 우리가 살아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앞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의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그동안은 소수의 선두가 발전을 견인해 나가는 소위 기러기형 발전이 주요한 패러다임이었다면 앞으로는 로우엔드의 발전을 통해 사회 전체의 평균을 튼실하게 도모하는 일이 요체를 이루게 됨을 함축한다. 요컨대 잘사는 사람이 얼마나 잘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못사는 사람이 얼마나 못사는가 하는 점이 사회발전의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것이다.


이런 시대에 조경의 숙제는 무엇인가?

 

그 해답의 출발은 바로 우리 주변에 있는 농촌공간에 있다. 이것은 그동안 우리가 조경이란 작업의 실천적 좌표를 너무 도시에 두었음에 대한 반성이 이 시대 필요함을 뜻한다. 동시대 조경이 도시의 발전에 따라 새롭게 등장하는 공간들에 주목해 왔지만 이런 시각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농촌이란 공간을 개발의 뒤편으로 소외시켰다.

 

어느 날 문득, 농과대학을 졸업했으며, 농과대학 교수로 근무를 하고 있으면서도 농촌에 무관심했던 나 자신을 발견하고는 스스로 놀랐던 기억이 있다. 현대조경이 주목하는 드로스 스케이프의 대표적인 공간은 다름 아닌 우리의 농촌이었던 것이다. 사실 농촌은 우리가 배우고 익힌 조경을 충실하게 실천할 수 있는 전인미답의 공간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 공간은 조경의 비즈니스를 확대할 수 있는 블루 오션이기도 하다. 도시에서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저마다 경쟁을 하고 있어 조경의 목소리를 강하게 내기가 쉽지 않은 반면 농촌은 전문가의 손길이 부족하여 오히려 문제가 되고 있다. 시장규모 또한 적지 않다. 농촌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농림부 지역개발과가 일 년에 농산어촌 지역에 쏟아 붇는 예산만 해도 8천억이 넘는다.


요즘 조경학과에 다니는 학생들은 우리나라에 한 때 조경공사가 있었고, 청와대에 조경을 담당했던 비서관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를 것이다. 조경이라는 지식과 경험이 전무했던 시대, 조경이라는 전문적인 서비스가 사회적으로 필요했지만 공급할 수 없었던 시대에는 국가가 나서서 선도할 수밖에 없었다.

 

공공의 영역에서 담당했던 조경이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민간의 시장으로 전환되어 온 것이 지난 40년 한국조경의 현대사라 한다면 농촌역시 마찬가지이다. 지난 시절 조경공사가 담당했던 역할의 많은 부분을 농어촌공사가 현재에 맡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농촌공간을 지속가능하게 가꾸고 살피는 일은 공공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이 최근 들어 부쩍 드러나고 있다. 비록 공공이 나서서 리드하고 있지만, 아직은 민간의 시장과 기술력이 미흡하지만 이 일은 민간이 나서서 할 때 훨씬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그 중심에 조경이 있다. 


걸음마 단계이지만 조금씩 농촌조경의 실천생태계가 구축되고 있다. 다소 생소한 법체계와 사업들로 이루어져 언뜻 보기에 진입장벽이 높고, 고령화와 과소화 된 공동체를 대상으로 하기에 힘들고 낯설어 보인다. 그렇지만 분명 농촌은 꽉막힌 조경 비즈니스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줄 도전의 영역이자 기회의 공간이다.

 

우리 사회가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살펴야할 농촌에서 미래조경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라펜트는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과 함께 조경의 미래방향을 모색하는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를 매달 1회씩 게재하고 있습니다.  

 

미래는 현재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향방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조경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논의의 장으로서 조경인 모두의 관심과 함께 연재가 이어가기를 기대해봅니다.

 

*8월 필자는 김용규 대표((주)일송환경복원)입니다.


_ 이유직 교수  ·  부산대학교
다른기사 보기
lee@pusan.ac.kr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