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세계적 식물전문가들과의 특별한 만남

김용식 논설위원(영남대 산림자원및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김용식 교수l기사입력2015-10-02
세계적 생물다양성 보전 핵심조직, IUCN SSC
-세계자연보전연맹 종보전위원회 2015년 지도자 회의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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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식 교수(영남대 산림자원및조경학과,

IUCN SSC 한국식물전문가그룹 위원장)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International Union of Conservation of Nature and Natural Resources)은 1948년에 창설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종보전위원회(SSC: Species Survival Commission)는 IUCN 내 6개 위원회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 된 전 세계의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핵심조직이다.

2012년에 제주도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총회는 우리나라의 환경보전 분야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함에도 SSC는 우리에게 참여활동의 폭이 매우 제한적인 꽤 생소한 조직으로 남아 있다. 특히 우리의 조경분야는 어쩌면 IUCN이나 SSC의 미션과 전혀 무관한 것처럼 여기고 있지나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본인은 1992년에 왕립큐식물원에 체류하던 중 옵서버로 몇 차례의 식물보전 관련 회의참석 및 수많은 관련 인사와 교류하면서 이 분야야말로 우리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이 매우 필요함을 느꼈다. 같은 해 7월에 스위스의 글롱에 위치한 IUCN 본부를 방문하던 중 당시에는 식물담당관이었으나 현재 SSC 위원장인 사이먼 스튜어트 박사의 안내를 받았다. 당시 스튜어트 박사로부터 남북한의 식물보전 관련자료 및 인사에 대한 문의를 받은 아주 단순한 계기로 자연스럽게 IUCN의 활동에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각종 회의에서 한국이 적극적인 참여의 당위성과 교류협력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설명하였다. 이는 1997년 캐나다의 세계자연보전총회 시 SSC 내에 아시아에서는 인도에 이어 중국 및 일본과 함께 한국식물전문가그룹(KPSG: Korean Plant Specialist Group)의 승인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현재 아시아지역에는 중국식물전문가그룹과 한국식물전문가그룹 2개만이 존재하며, 이제는 우리나라에도 IUCN 한국위원회가 조직되어 활동 중이다.

SSC에서 주관하는 "SSC Leader's Meeting 2015"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리츠칼튼호텔에서 9월 15일부터 18일까지 4일간 열렸다. 회의의 가장 큰 목적은 전 세계에서 활동 중인 SSC의 전문가그룹(Specialist Group) 위원장이 한자리에 모여 공동의 관심사를 논의하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함과 동시에 현안을 해결하고자 하는 회의이다. 따라서 주제발표와 토론이 대부분이며, 사안에 따라 워크숍 형태의 진행으로 단순한 내용소개를 넘어 참가자 모두가 현안문제 해결에 공동으로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회의는 아침 8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대회의실과 중소규모의 4개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 회의는 약 3~4년의 주기로 SSC 산하 전문가그룹 위원장(Chair of the Specialist Group) 회의가 열린다. 2008년 2월의 알 아인과 2012년 2월의 아부다비 회의에 이어 올해에는 지도자 회의라는 이름으로 같은 나라에서 열린 연속 3회째의 회의이다. 필자는 1990년대부터 요르단의 암만, 튀니지의 져바, 스리랑카의 콜롬보 및 알 아인과 아부다비에서 열렸던 SSC 전문가그룹위원장 회의에 참석해 왔다. 

이번 회의의 개회식에서는 지난 4년 동안 타계한 전문가그룹 회원의 동정을 동영상으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매우 어려운 환경에서 생물다양성 보전에 힘썼던 그들의 고귀한 행동과 업적에 회의장 분위기가 매우 숙연하였으며, 참석자 모두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전체회의 ⓒ김용식

이번의 SSC의 Leader‘s Meeting은 크게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 하나는 지나간 3~4년간의 활동결과를 살피고 앞날의 설계측면, 다른 하나는 같은 미션으로 일을 하지만 평소 만나기 어려운 전문가그룹의 회원이 한자리에 모여 각종 발표와 워크숍, 그룹 토의 또는 식사시간을 통하여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풀면서 회원 상호 간의 소통을 늘리는 의미가 있다.

이 회의가 계속 UAE에서 열리는 이유는 앞서의 회기 이래 계속 Environment Agency of Abu Dhabi에서 기금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기금을 지원해서인지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가 UAE의 생물다양성 보전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전 국토가 대부분 사막 생태계이기에 무슨 활동을 할까 궁금하지만, 육상과 해양생태계를 중심으로 선진국과 대등한 수준의 조직을 갖추어 매우 활발한 활동을 한다.

이번에 열린 지도자회의는 아래와 같은 내용을 주로 다루었다. 

주제별 Market Places
생물다양성의 접근과 이익의 공유(Access and benefit sharing), 기후변화(Climate change), 보전번식(Conservation breeding), 보전유전학(Conservation genetics), 침입종(Invasive species), 재도입(Re-introduction), 지속가능한 이용(Sustainable use), 야생동물의 건강(Wildlife health), 정책소위원회(Policy sub-committee) 및 종보전계획(Species conservation planning) 등 10개 분야로 나누어 공동 주관자 2~3명이 참여자 중심으로 관심사를 토론하였다.

동물분야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우리나라 식물종 재도입의 수준을 높이기 위하여 내년 가을에 국립수목원, SSC 및 재도입전문가그룹(RSG: Re-introduction Specialist Group)의 지원과 한국식물전문가그룹(SSC KPSG: Korean Plant Specialist Group)의 주관으로 식물분야 재도입 워크숍을 개최할 예정이기 때문에 본인은 재도입 분야에 참석하여 토론하였다.

지역 별 Market Places
아시아, 중미와 카리브해, 아프리카 동남부, 유럽, 지중해, 북미, 오세아니아, 남미, 아프리카 서, 중부 및 서아시아 등 10개 권역별로 토론하였다.

국제관련 정책에 영향을 마치는 종보전위원회
World Heritage Conventiin, 요하네스버그에서 개최할 예정인 CoP 17과 CITES, 이주종협약(Convention on Migratory Species), 생물다양성과 아이치 타깃을 위한 전략계획의 실천과 지원 및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서비스(IPBES) 정부 간 학술-정책기반의 기여하는 SSC의 이해 등 5가지 내용의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적색목록
해양동물, 야생동물의 불법거래, 담수생태계 내 침입외래종의 영향과 이의 경감대책, 세계식물보전전략의 달성, 국가적색목록, 성공적인 종 보전, 전문가그룹과 파트너십, 핵심생물다양성지역(KBAS: Key Biodiversity Areas)과 관련한 새로운 IUCN의 지침, 기금조성을 위한 기부자와의 대면 지침 등을 토론하였다.

핵심생물다양성지역(KBA: Key Biodiversity Area)


핵심생물다양성지역(KBA) 분임토의 ⓒ김용식

2020년까지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서비스 관점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 육상 및 내륙 육수역의 17%와 연안 및 해양의 10%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아이치 타깃 11과 12를 기본으로 지구상 생물다양성이 매우 풍부한 지역을 KBA로 지정하여 관리하기 위하여, 안데스산맥을 예로 들어 소개하였다. 이를 위하여 특히 식물전문가그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역설하였다. KBA는 앞으로 SSC의 주 관심사가 될 것이다.

동남아시아와 호주의 조간대습지 보전
이들 지역의 습지보전을 위한 아젠다, 멸종위기종의 불법거래의 대처방안, 인간과 야생동물 간 갈등 해소를 위한 SSC의 역할, 자료의 수집, 공유 및 이용에 제반문제의 극복을 위한 종 보전의 모색 등을 토론하였다.

SSC의 인접기구 소개
CEM, WCPA, CEESP, WCEL, CEC 등 5개 기구의 위원장이 직접 자신의 위원회를 현안 및 SSC와 연계 등을 염두에 두어 소개하였다. 특히 우리나라의 조경분야는 앞으로 부산대학교 조경학과의 홍석환 교수가 열심히 활동 중인 보호지역위원회(WCPA: World Commission on Protected Areas)나 생태계관리위원회(CEM: Commission on Ecosystem Management)의 제반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외에도 전통지식과 적색목록, 적색목록 평가 시연, 재도입 가이드라인 개발, 보호지역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생물종의 보전에 기여할 수 있는지 및 레크리에이션을 위한 낚시, confiscated species의 관리지침, 위협생물종의 거래와  이용 가이드라인, 생물종의 녹색목록(Green List)을 위한 목표와 criteria 개발 등의 관리지침 등을 다루었다.

특히 기존의 회의와는 달리 저널라스트와의 대화기술을 별도의 프로그램으로 마련하여 진행하였다. 이는 SSC의 업무를 더욱 적극적으로 확산하고 이해시키자는 노력으로, 앞으로도 이 분야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리라 생각한다.


식물전문가그룹 위원장 회의 ⓒ김용식

이번 회의 기간 중에 식물전문가그룹 위원장 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는 한국식물, 중국식물, 마다가스카르식물, 쿠바식물, 지중해식물 등 32명의 전문가그룹 위원장이 참석하여 인간을 위한 식물(Plants for People), 녹색목록전략 (Green List Strategy), 생태계의 적색목록 (Red List of Ecosystems), 웹 기반의 적색목록 평가와 이용(Web-based Redlist Assessment and Use), 국가수준의 SSC(SSC at National Level) 등을 논의하였다. KPSG는 현재 국제수준의 식물종 평가에 IUCN SSC에서 사용하는 종정보시스템(SIS: Species Information System)을 사용 중이다. 이번 회의를 통하여 우리나라의 식물종 평가에도 SIS를 사용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전의 회의에서도 그러했지만, 이번 회의에서 얻은 소감은 국가 간, 기관 간 또는 회원 간의 적극적인 협력, 학술적 접근 및 정보교환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SSC 활동을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생물종보전 활동에 저널리즘을 연계하는 방안을 깊이 논의하였다.

우리나라의 조경학과는 모두 여러 형태로 생태학 관련 지식을 배우나, 현실에서는 조경계에서 필요한 지식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가? 또는 반대로 조경계에서 놓치고 있는 생태학적 지식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특히 인접의 관련분야와 공유와 연계를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으로 조경학이 우리 사회에서 더 큰 힘과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외면적으로는 관련 정부조직이나 직제를 갖추는 일이 매우 시급하다. 그러나 더 시급하고 중요한 일은 내면적 문제일 것이다.

특히 대학의 조경학과에서 생태학 관련분야의 지식을 체계적으로 습득하지 않으면 인접분야와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문제해결에도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나아가서 생태학적인 지식도 매우 중요하지만, 아울러 학제적인 식견을 갖추는 일이 우리에게 더 중요하고 시급하다. 예를 들어 이제는 복원생태학에 앞서 보전생물학이나 이에 기초한 보전생태학을 최소한 대학원 수준에서 다루어 이 분야의 사고형성과 식견을 체계적으로 갖출 수 있는 환경조성이 중요하다. 이는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조경학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데 큰 뒷받침이 될 것이다.


미국의 Conservation International 총재를 지낸 러셀 미트마이어 박사(왼쪽 두 번째) ⓒ김용식


마다가스카르식물전문가그룹 위원장과 함께, 모니터링워크숍, 식물전문가그룹위원장 분임토의 ⓒ김용식


2014년 IUCN SSC 책자 ⓒ김용식


참가자 단체 ⓒ김용식
_ 김용식 교수  ·  영남대학교 산림자원및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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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eliophyllu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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