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국가기술자격’의 기준은 무엇인가?

진승범 논설위원(이우환경디자인(주) 대표)
라펜트l진승범 논설위원l기사입력2015-11-13
‘국가기술자격’의 기준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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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승범 대표(이우환경디자인(주))


중학교 시절 배운 수학 과목의 내용 중에 ‘집합(集合)과 원소(元素)’라는 개념이 있다. 집합이란 ‘주어진 조건에 의하여 그 대상을 분명히 알 수 있는 것들의 모임’을 말하며, ‘집합을 이루는 대상 하나하나’를 원소라 칭한다고 배웠다. 이러한 집합의 연산(演算) 중에 ‘두 집합 A, B에 대하여 A에도 속하고 B에도 속하는 모든 원소로 이루어진 집합’을 ‘교집합(交集合)’이라 하고, ‘두 집합 A, B에 대하여 A에 속하거나 B에 속하는 모든 원소로 이루어진 집합’을 ‘합집합(合集合)’이라 한다. 즉, 서로 다른 두 개의 집단에서 공통점만을 가려서 모아놓은 것은 교집합이 되고 공통점은 물론 서로 같지 않은 개별 집단의 모든 성질까지도 하나의 범주에 속하도록 한 것은 합집합이 된다. 따라서 교집합과 합집합은 동일한 연산법칙이 아니며, 두 집합 A와 B가 교집합 또는 합집합을 이룬다고 하여 집합 A와 B를 동일한 집단으로 볼 수 없음은 물론 A가 B를 대신하거나 B가 A를 대신할 수 없음은 불변의 명제인 것이다.
조경계를 뒤흔들고 있는 작금의 ‘건설기술자 등급 인정 사태’도 중학교 수학의 원리만 제대로 이해하였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기에 안타까움을 너머 허망한 심정을 숨길 수가 없다.

「건설기술진흥법」을 근거로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건설기술자 등급 인정 및 교육·훈련 등에 관한 기준」이 지난 6월 30일자로 개정되었는데 종전에는 조경기술사, 조경기사, 조경산업기사 및 조경기능사만을 조경직무분야 건설기슬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으나, 새로 개정된 기준에 의하면 조경직무분야에 있어 종자, 산림, 임업종묘, 식물보호 및 원예 분야의 기술자격 보유자까지도 조경기술자와 동일하게 건설기술자로 인정하고 있다.

국가자격 종목(「건설기술자 등급 인정 및 교육·훈련 등에 관한 기준」 제3조제1항 관련)

「건설산업기본법」 및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르면 ‘건설기술자’란 ‘건설공사’를 수행하는 지식과 기술을 가진 자로 규정되어 있다. 국토교통부 소관의 조경은 건설공사 중 ‘종합공사’와 ‘전문공사’ 부문에 자리매김하고 있으나 농촌진흥청‧산림청 소관의 종자‧식물보호‧원예‧산림․임업종묘 등은 「건설산업기본법」상 ‘건설공사’의 종류에 해당하지 않는다. 건설공사를 수행하지 않는 기술자를 건설기술자로 인정하는 기준은 상위법의 규정에도 위배된다.

또한 고용노동부 소관의 「국가기술자격법」을 보아도 이들 분야는 ‘건설’이 아닌 ‘농림어업’ 직무분야로 분류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국가기술자격의 직무분야 및 국가기술자격의 종목(「국가기술자격법시행규칙」 제3조관련)

기술자격의 분류와 계통에서도 조경은 건설기술이나 이들 분야는 농림어업기술임을 명확히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조경과 이들 분야가 서로 공유하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사실마저 부인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시 중학교 수학으로 돌아가자. 교집합이 성립한다고 합집합까지 가능하다는 해석은 오답을 낳는다. 더욱이 일부분의 공통점만으로 전체를 대신할 수는 없다. 서로 다른 두 개의 집단은 각각 고유의 성질을 가지며 유기적으로 관계하는 것이다.

건설기술은 물론 국가의 모든 기술분야는 고유의 전문영역의 범위를 인정받아 발전해 나간다. 그것이 바로 그 분야의 전문성이다. 오랜 기간 축적되어온 그 분야의 전문성은 유사한 분야로는 온전히 대체할 수 없는 고유의 영역임을 국가가 인정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 분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는가?

요즈음 융복합이란 말을 자주 입에 올린다. 그러나 유사한 성질이 좀 있다고 다른 부분이 더 많은 여러 분야를 한 통속에 넣고 휘젓는 것은 융복합이 아니다. ‘상식(常識)’으로 이야기를 하자. 똑같이 사람의 병을 치료하고 회복시키는 분야이므로 약사나 간호사에게 의사와 동일한 국가자격을 주는 것이 옳은 일인가? 잘못된 법과 제도는 바르게 고쳐 다시 시행하면 되지만 상식이 무너지면 국가의 근간이 위태로워짐을 정책담당자는 명심해야 할 일이다.

국토교통부에 묻는다. 건설기술자격의 인정 기준, ‘전문성(專門性)’인가? ‘유사성(類似性)’인가?
_ 진승범 논설위원  ·  이우환경디자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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