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협치를 넘어 자치로

안상욱 논설위원(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 이사장)
라펜트l안상욱 이사장l기사입력2017-01-26
협치를 넘어 자치로


_안상욱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 이사장


서울광화문앞거리를 매운 시민들의 열기는 한겨울의 매서운 추위와 눈바람 속에서도 식을 줄 모른다. 어린 아이들과 중고등학생들 그리고 어르신네까지 광장을 메운 촛불의 주인공들을 어느 기준으로 묶기가 어렵다. 이름 없는 시민들이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집과 사무실을 나와 거리로 거리로 넘쳐난다. 무엇이 보통의 시민들을 몇 달 동안 거리로 이끌어 내고 있는가?

1965년 미국의 폴 데이비도프는 도시의 계획수립과 결정과정에 실수요자인 주민의 의사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시민참여계획(advocacy planning)을 주창하였으며, 1968년의 5월 혁명에서 시민들은 물질이 아니라 자기 결정권을 원한다며 권위주의를 벗고자 하였으며, 이는 건축, 조경, 문화, 도시재생 등의 여러 부문에서 주민참여계획과 커뮤니티 디자인 등으로 발전하여 왔다.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의 여러 정책에서도 민관산학의 협치는 조금씩 조금씩 확장되어 왔다. 2004년 제정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펼쳐진 살고싶은도시만들기, 도시활력증진지역개발사업, 도시재생사업 등 다양한 지역발전사업이 모두 주민주체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이 내는 세금을 재원으로 하여 정부 예산을 집행하는 것이기에 행정이 중심에 서고 주민이 참여하는 모양새의 협치 틀로 추진하는 게 대부분이다. 포괄보조라고 하는 융복합형 쓰임새로 바뀐 게 8년이 다되어 가지만 아직도 행정이나 주민이나 전문가 모두에게 낯선 부분이기에 주민이나 시민이 주체로서의 몫을 다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 광화문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촛불의 경험은 행정주도 주민참여의 협치 틀을 조금씩 진화시키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수원시의 인구는 123만 명으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전국에서 제일 많다. 광역자치단체인 울산광역시보다 인구는 많지만 시민 1명당 공무원 수는 50%수준에 머무는 제한된 행정력 때문에 공공서비스를 제대로 공급하기가 어렵고 이에 따라 고충민원만족도는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 동안 마을르네상스센터 등 다양한 민관협치조직을 운영하면서 공공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힘을 기울여 왔으나 다른 한편으로 민간위탁사업의 증가와 유사중복 등이 문제로 떠올랐다. 공공서비스 요구 증가에 따라 도입된 민관협치업무의 확대가 한계에 직면하면서 대도시의 복합민원에 융복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새로운 민관협치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커진 것이다.

이에 수원시는 2015년부터 지역사회의 여러 주체와 함께 다양하게 논의하여 지난해 10월 1일 통합형 중간지원조직인 지속가능도시재단을 설립하였다. 현재는 도시재생, 주거복지, 마을르네상스, 사회적 경제, 창업, 학교급식 등의 협치 업무를 맡고 있지만 앞으로 물통합관리, 기후변화체험 등의 업무를 추가하여 수원을 도시, 경제, 환경 부문에서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어 가는 협치 틀의 중심에 설 것이다. 개별 지원센터가 벽을 허물고 융복합하는 것은 물론 협치 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시민 자치의 기반을 넓히는데 앞장서야 한다. 마을계획, 학습프로그램, 공모사업, 공간․시설과 프로그램의 운영, 홍보 등 각 단계에서 주민의 능동적 참여와 주도성을 높여감으로써 시민 자치의 길을 선도해야 한다.

중앙정부 중심의 행정체계에서 지역의 특성을 녹여낼 수 있는 여지는 매우 좁다. 5만의 도시, 50만의 도시, 500만의 도시를 운영하고 관리함에 당사자인 지자체장의 권한이 얼마나 될까? 도시·건축물 계획·건설·운영의 작은 기준마저도 모든 도시에 하나의 잣대를 들이댄다. 시민 자치의 기반을 튼튼히 세우기 위해서는 지방의 자치와 분권을 강화해야 한다. 도시공원을 시민과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맞게 스스로 만들고 운영할 수 있도록 공원녹지제도의 유연성을 넓혀야 한다.

2017년에는 공원녹지와 조경 분야에서도 시민이 주인이 되는 다양한 흐름이 확산될 것이다.
_ 안상욱 이사장  ·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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