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잡초의 재발견과 새로운 도전

조동길 논설위원(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대표)
라펜트l조동길 대표이사l기사입력2018-01-31
잡초의 재발견과 새로운 도전


글_조동길(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대표,
한양대학교 공학대학원 겸임교수)



2014년 인천 송도에서 열렸던 URBIO의 한 세션으로 도시 생물다양성 포럼이 열렸다. 이 주제 발표 중에서 필자의 뇌리에 아직도 남아 있는 발표가 있다. Maria Ignatieva가 발표한 “Lawn as ecological and cultural phenomenon; Searching for sustainable in Sweden”이다. 생태와 문화적 현상으로서의 잔디에 관한 주제 발표였는데, 요지는 코카콜라처럼 잔디도 세계화의 상징이라고 주장했다. 전 세계 어딜 가도 잔디가 있다는 것이다. Ignatieva의 주장에 의하면 잔디는 16세기 경 영국의 정원에서 시작하여 현재까지 전 세계로 퍼졌다고 한다. 물론 이와 관련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즉, 유럽의 정원이나 성이 아니라 옛 중국, 앗시리아, 바빌로니아, 페르시아 등의 고대정원이 시초라고 보는 전문가도 많다. 어쨌거나 Ignatieva는 현재 스웨덴 웁살라(Uppsala)의 경우 공원의 77%가 잔디로 덮여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잔디의 이용 패턴을 분석해 보니 7%만이 놀거나 기다리는 등등의 용도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모두 그냥 지나가는 길가의 녹지로만 이용되었다고 한다. 잔디는 세계화의 한 현상이며, 영국에서부터 시작하여 사막지역이든 열대지역이든 피복식물로서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서 필자가 올해 초 읽은 것 중에 흥미로웠던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잡초의 재발견”(조지프 코캐너 著, 구자옥 譯, 2013)인데, 말 그대로 잡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이 책은 동일한 조건의 한 옥수수 밭에서 옥수수 수확량·품질이 좋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옥수수 밭에 쇠비름 잡초가 있어서 수확량이 높아진 곳과 잡초가 없어서 수확량이나 품질이 낮아진 곳에 대한 이야기이다. 언뜻 보면 저자가 잘못 표기하였거나 혹은 번역자가 잘못 번역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하지만 내용을 읽어보면, 쇠비름의 뿌리가 토양 깊숙이 들어가는 길을 만들어 주고, 이 길을 이용하여 옥수수가 땅속 깊이 뿌리 내려서 더 많은 양분을 얻게 해준다는 설명이 나온다. 정말일까? 왜 우리는 이와 같은 다른 시각에서 봐보지 못했을까? 
우리가 흔히 아는 타감작용(allelopathy)은 농작물과 잡초 간에 관한 연구가 많다. 농경지에서의 잡초들이 타감작용을 일으켜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그 결과로 수확량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맥락에서만 보자면, 앞서 언급한 조지프 코캐너(Joseph A. Cocannouer) 교수의 “잡초의 재발견”에서 언급하는 내용은 왠지 모를 거부감부터 갖게 한다. 
하지만 책 전반에 걸쳐서 잡초와 농작물간의 관련성에 있어서 잡초의 긍정적 역할에 대한 내용들을 설명하고 있다. 구체적인 실험 데이터나 연구 논문을 적시한 것이 아니라서 다소 아쉬움은 있지만, 경험적으로 여러 사례들을 토대로 제시한 것이다. 물론 이 책의 저자가 강조한 것은 잡초의 방치가 아니라 잡초도 적절하게 관리하고 농작물과 함께 재배해야 함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명아주는 60cm 마다 서로 떨어져 자라게 해야 감자의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번역한 구자옥 교수님 역시 그간 한 평생을 잡초는 농경지에서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만 여기고,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제거할 것인지에 대해서 연구하고 가르쳐왔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에 대한 정반대의 생각 즉, 잡초가 농작물에 어떠한 역할들을 하는지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을 보지 못한 아쉬움도 포함해 두었다. 농경지에서 그리고 정원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잡초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토양의 건강성을 증진시키고, 다른 원하는 식물을 훨씬 우수하게 키울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어쨌거나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잡초에 대한 새로운 시각처럼 지금까지의 조경 혹은 복원 방식에 대한 재검토를 토대로 새로운 시각을 갖고, 다양한 실험을 시도해 볼만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잔디가 세계화가 된 이유에는 유사 사례 혹은 모범 사례에 대한 견학을 통해서 우리도 저렇게 해보자라는 전문가들이나 뭇사람들의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어느 나라에서부터 모방을 시작했는지 알 수 없지만, 잔디가 식재하지 못한 지표면을 덮는 식물 소재로서 이용되면서, 이게 전 세계로 확장되었으리라. 잔디를 이용하는 방식에 있어서 재검토가 있었건 다른 시각을 가질 생각을 못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여러 기법들이 선진국의 좋아 보이는 것들만 혹은 유명 작가나 작품의 일부분들을 모방·활용하면서 여건이 전혀 다른 곳에도 그대로 적용된 것들이 많다. 물론 모방은 새로운 창조를 위한 하나의 기법이기도 하다. 
필자의 기억으로도 대학원 시절 2기 신도시들을 만들면서 구상 단계에서 유럽(특히, 영국)에서 보고 온 기법이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된 것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신도시 내에 배를 운행할 수 있는 수로를 만드는 것이었다. 물론 구체적 설계나 시공 단계에서 그 규모가 변경된 경우도 많다. 어쨌거나 외국에서 멋져 보였던 사례가 우리나라의 2기 신도시들에 적용되면서, 파주 운정신도시에도 김포 한강신도시에서도 인천 청라신도시에서도 단지를 따라 흐르는 수로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물순환 시스템이라는 것으로 포장되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필자가 아는 바로는 유럽의 모 생태주거단지에서의 사례가 인상적이었던 견학자들이 우리나라의 2기 신도시에 여기저기 적용한 결과이다. 그 결과로 어떤 곳은 유지 운영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또 어떤 곳은 최초의 계획을 벗어나 그냥 단순한 물길로서의 역할만 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선진 외국에서 보고 온 사례나 기법들이 우리나라에서 시도되고 적용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과다하거나 여기저기 모두 적용될 필요까지는 없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그것보다는 우리가 지금까지 해 오던 관습적이던 방법들을 탈피하여 하나씩 서서히 실험적으로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예를 들자면, 식재 설계 교과서에 나오는 3점 식재, 5점 식재 등 고정화된 방법 이외에(물론 여러 목적별로 이런 기법이 필요한 곳은 분명 존재한다) 무작위적인 식재 방식(특정한 규칙이 없이 식재하여 살아남는 수종을 중심으로 키워가는 방식)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으리라.  
생태복원지역을 적절한 잡초의 재배와 함께 관리해 보는 것이나 잔디밭 대신에 토끼풀로 만들어진 공간을 만드는 것도 시도해볼만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새로운 시도를 해 본다고 하면 비웃음거리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 필자의 경험으로도 모 설계 자문 회의에서 관리의 어려움을 대신할 수 있는 토끼풀밭 조성을 언급했다가 어이없다는 식의 답변을 들어야 했으니 말이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하면, 관행과 기준, 지침을 이유로 실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다시 원점으로 가서 관행대로 설계가 완료되고 그대로 조성된다. 때론 외국의 사례라도 있어야 적용해 볼 수 있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하여 참신한 아이디어는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하고 묻혀 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전체 공간을 새로운 방식으로만 접근하기가 무리라면 아주 작은 공간만을 대상으로 하여 실험적으로 접근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후 모니터링이나 이용 후 평가 등을 통해서 이용자들의 선호도를 파악하고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물론 새로운 시도들은 대부분 익숙함이라는 이유 때문에 묻혀버리기도 한다. 잔디밭보다는 야생초지가 훨씬 더 생태적인 것을 알지만, 잔디밭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녹지 공간이다. 제대로 이용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잡초의 재발견을 보면서 필자는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황폐지의 복원 접근 방법이나 복원 후 식생 관리 방식의 변경 같은 것이다. 나아가 조경 식재 기법에서도 새로운 시도들을 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하여 짧은 생각들을 펼쳐 보았다. 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롭고 다채로운 시도들이 현장에서 차근차근 구현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_ 조동길 대표이사  ·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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