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조경진흥법 탄생기

안승홍 논설위원(한경대 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안승홍 교수l기사입력2018-03-02
조경진흥법 탄생기




_안승홍(한경대 조경학과 교수)

 

조경진흥법이 2015년 1월 6일 법률 제12988호로 제정되고 2016년 1월 7일 시행되었다. 이 법이 시행된 이후 1년에 2-3차례 기자로부터 문의전화를 받게 된다. “조경진흥법에는 우리 분야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내용이 없어 왜 법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는 많은 의문이 제기된다고 한다. 답변은 늘 “조경진흥법은 조경분야만을 위한 법을 제정하는 것이 1차 목적이여서 내용은 불만족스럽지만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 법입니다.”이다. 이어서 “지금은 부족하나 향후 법 개정으로 국가 입장에서 조경분야의 바람직한 방향으로 법을 만들어가야 합니다.”로 방점을 두었다.

한국조경신문 창간 8주년 기념 토크콘서트 ‘조경진흥법이 밥 먹여주냐?’가 2016년 4월에 열렸다. 이 자리에는 환경조경발전재단에서 운영한 ‘조경산업진흥법 전문위원회(2012-14)’에서 활동한 필자를 포함한 진승범, 서은실, 변재상, 안명준이 참석하여 법이 제정되기까지의 기행(紀行)과 애환을 되새겼다. 그리고 이 법은 한 순간의 노력이 아닌 조경기본법 제정을 위한 노력의 연장선에서 맺어진 결실임에 공감이 형성되었다. 

2007년 4월, 환경조경발전재단은 ‘조경법추진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조경분야에서 35년 동안 끊임없이 제기되었던 법 추진을 위해 ‘조경기본법 제정의 방향 및 시안(2008. 12)’ 연구보고서를 마련하였다. 동시에 한국조경의 도입과 발전 그리고 비전(한국조경백서) 발간(2008. 10), 4차례의 조경정책 전략심포지엄 개최(국토·도시개발 및 보전과 조경정책_2007. 10), 도시문화·관광개발과 조경정책_2007. 11, 환경생태복원과 조경정책_2008. 3, 21세기 공공디자인의 뉴 패러다임과 실천전략_2008. 9) 등을 통해 조경의 법제도 정착을 위한 기초 작업을 진행하였다.

2010년 1월 5일, 이 노력들을 기반으로 조경기본법은 허천 의원을 대표로 국회에서 발의되었다. 하지만 조경계의 최초이자 최대 숙원이었던 이 법은 수많은 조경인의 기대를 저버리고 2012년 5월 29일, 제18대 국회가 임기만료되며 폐기되었다. 법의 운영주체인 국토해양부와 사전 교감 없이 추진된 설익은 열매임을 확인하며 낙과하고 말았다.

세상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 하지 않았던가! 조경기본법 추진 실패의 쓰라림은 이후 찾아온 조경진흥법 성공의 밑거름이 되었다. 당시 국토해양부에서는 조경 관련법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조경산업진흥법 제정에 공감대를 형성(2012. 10)하였다. 환경조경발전재단은 ‘조경산업진흥법 전문위원회(2012. 11)’를 결성하였고 한국조경 40주년 기념식(2012. 12)에서 국토해양부 권도엽 장관은 조경산업진흥법 지원을 약속하였다. 이후 이노근 의원의 대표발의(2013. 4. 24/의안번호 : 제4650호)로 2번째 조경 관련법이 발의되었다. 의견수렴 과정에서 산림청은 ‘정원박람회’ 삭제, 대한건설협회에서는 건설산업기본법과의 중복을 이유로 ‘조경, 산업, 조경사업자’의 삭제 요청을 하였다. 이후 대한건설협회에서는 대체 법안인 ‘녹색기반의 조성에 관한 기본법’의 검토(2014. 4)를 요청하였으나 환경조경발전재단에서는 ‘조경’이 명시되지 않는 법안은 의미 없다며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였다. 2014년 5월, 국토교통부는 대한건설협회, 환경조경발전재단 관계자와 한자리에 모여 중재회의를 가졌으나 법 명칭에서의 ‘조경, 산업’ 삭제 요구는 평행선을 이루며 입장차를 확인하는데 머물렀다. 이후 대한건설협회는 ‘산업’만 삭제하는 것으로 합의하여 ‘조경진흥법’으로 법안명을 도출(2014. 7)하였다.

한편 조경산업진흥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2014년 4월 24일 예정되었으나 4월 16일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5월 19일로 연기되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450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개최되었다. 

그 후 조경진흥법은 급물살을 타며 329회 제1차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2014. 11)에 상정되어 가결되었다. 329회 본 회의에 상정되어 통과 가결(2014. 12. 9)되었다. 개표 결과, 재석 192명, 찬성 181명, 반대 1명, 기권 10명이였다.

예기(禮記) 곡례편(曲禮篇)에는 사람이 태어나 10년 후면 유(幼)라고 하여 배우기 시작하고  20세는 약(弱)이라 하여 갓을 쓴다고 하였다. 30세에 비로소 장(壯)이라 하여 집(家)을 가진다고 한다. 조경진흥법이 조경분야에 제대로 된 기여를 하기 위해서는 터를 닦고 땅도 고르고 울타리도 치고 주춧돌을 세우는 등 집을 짓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저절로 집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조경인 모두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어떤 그림을 그릴 것인지 구상하고 세월을 두고 하나하나 빚어갈 때 30년 후의 모습은 지금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거대한 마천루가 되어 있을 것이다.
_ 안승홍 교수  ·  한경대학교 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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