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담쟁이와 아키텍트들

김태경 논설위원(강릉원주대 교수)
라펜트l김태경 교수l기사입력2018-03-08
담쟁이와 아키텍트들



_김태경(강릉원주대 교수)

 

‘蔦蘿依松(조라의송)’ 소나무를 의지하여 높이 올라가는 담쟁이를 말한다. 채근담에 나오는 말로 더 길게는 ‘~高則高矣 未免仰攀之恥(고칙고의 미면앙반지치)’이다. ‘~ 높이 오를 수는 있지만 매달려 오른다는 수치를 벗기 어렵다.’는 말이다.

한강 내의 섬인 선유도의 과거 정수장 건축구조물을 재활용한 국내 최초의 환경재생 생태공원이다. 서울 서남부 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정수장으로 사용(1978∼2000년)되던 곳을 서울특별시에서 공원으로 꾸몄다.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노들길700에 위치해 있으며, 2002년 4월 26일 개장했다. 11만 407㎡의 부지에 기존 건물과 수질정화원, 수생식물원, 환경놀이터가 어우러져 다양한 수생식물과 생태숲을 즐길 수 있는 휴식공간이자 생태교육과 자연체험의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이것은 인터넷 지식백과에서 선유도공원을 소개한 글이다. 이것 말고도 이글을 쓰기 위해서 인터넷의 몇몇 사이트와 블로그에 들어가 보니 ‘~~생태원’, ‘~~정원’ 등 대부분 조경용어만 사용하고 있을 뿐 우리가 알고 있는 건축은 어디에도 없다. 우리는 언제인가 이 공원이 최고의 아름다운 건축물에 뽑혔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땐 처음 있던 일이기도 하고 그냥 그러려니 했었다고 치자. 작년에는 서울형 하이라인이 만들어졌다. 작품부터 심사까지 모든 것이 건축가들에 의해서 결정되었다. 분명 하이라인의 모습을 염두에 두었을 텐데 닮은 데라고는 참... 과연 그들은 생존최소토심이나 알았을까? 이래서야 몇 년 후에도 그나마 최초의 모습을 유지나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얼마 후 어떤 이유에선가 갑자기 공원에서 건축으로 장르가 바뀐 채 설계공모를 한다고 하는 바람에 우리에겐 닭을 쫓던 개가 되어버린 씁쓸한 기억도 있다. 재생이라는 과정을 거쳐 문화비축기지가 된 마포석유비축기지 말이다.

이들은 어디로 보나 공원인데 왜 건축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밥상 위에 올라갔을까? 어떤 것은 조리실에 문제가 있어 보이고 또 어떤 것은 재료사용에 문제가 있기도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것은 최고의 먹거리 순위에 오르는 영예를 얻기도 했다. 조금은 쑥스러웠던지 아니면 몰랐던지 랜드스케이프 건축가가 만든 것이란다.

한 입을 꽉 깨물어낸 사과는 아이티 업계의 대표가 된 애플사의 로고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수많은 지구인들이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는 그들의 테이블과 가방 그리고 주머니 속을 보면 쉽사리 확인할 수 있다. 이제 그 사랑은 이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상징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인데 그 로고인 한 입을 꽉 깨물어낸 사과를 영어로는 뭐라고 할까? 파인apple!

조카들과의 소통도구였는데, 그들은 이것을 이모부의 허무개그라고 불렀다. 한참 전에 이민을 가서 결혼할 나이가 된 요즈음 가끔씩 그 허무개그를 듣고 싶다고 카톡이 오곤 한다. 한 때 아재개그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장르가 되기도 하여 아직도 몇몇 아재들과 소통의 웃음코드가 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그 장르에 하나를 추가해야 되겠다. 영어인지 우리말인지 모를... ‘랜드스케이프 건축가’

architect : Etymologically, architect derives from the Latin architectus, which derives from the Greek (arkhi-, chief + tekton, builder), i.e., chief builder. The terms architect and architecture are also used in the disciplines of landscape architecture, and naval architecture. The Ancient Greek noun tektōn(τέκτων) is a common term for an artisan/craftsman, in particular a carpenter or wood-worker or builder.
아키텍트 : 어원적으로, 건축가는 라틴어의 건축물에서 유래하며, 그리스어 arkhi(chief) +tekton(builder)에서 유래하였다. 건축가와 건축이라는 용어는 조경(造景)과 조선(造船) 분야에서도 사용된다. 고대 그리스 명사 텍톤은 장인(匠人)/공예기술자의 일반적인 용어로 특별히 목수를 의미한다.
때꺼리가 떨어진 작은 집에서나 큰 집의 것을 가져다 쓰는 것이지 어찌 형님이 아우의 것을 슬쩍하려는지 모르겠다. 같은 상황이라면 이런 생각은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일 텐데. 사자는 굶어 죽더라도 썩은 고기는 핥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어떤 동물 다큐멘터리에서도 핥지 않는 모습을 확인하기란 거의 불가능하지만 하이에나가 잡아놓은 임팔라의 작은 몸통에 이빨을 박고는 한 점이라도 더 먹으려고 서로에게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대는 사자들의 모습은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같은 시각 명동칼국수집에는 넘쳐난 미식가들이 골목길까지 질서 있게 늘어서 있다. 허기진 배는 마찬가진데 다른 모습이다.

공원을 그리도 가지고 싶다면 랜드스케이프 아키텍트로 체급을 맞추던지 그게 싫으면 라빌레뜨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아키텍트로서 이종격투기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뒤로 숨지 말고, 狐假虎威(호가호위)는 더욱... 그런데 이글로 인해 네이벌 건축가로서 바다로 몰려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혹시나 배를 만드는 분들께 폐가 되지나 않을까? 그래도 이것은 우리끼리의 일이니까 어떻게 되겠지만 이 순간 조물주 당신이 걱정되는 게 왜일까요? 당신이 한창 바쁘셨던 어느 날 인간들은 당신의 등에 great architect라는 이름을 붙여놨다는 것을 이제야 귀뜸해 드립니다. 그레이트 건축가. 랜드스케이프를 먹었던 입맛이 그레이트에 군침을 흘리지 않을 리가 없겠지요?

우리에게 매달려 높이 오를 것을 기대하는 아키텍트들은 없을 것이다. 건축분야의 한 수장께서 신년인사로 밝힌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상에 대해 노력해야 한다.”는 다짐이 허공속의 외침이 아니길 바란다.
_ 김태경 교수  ·  강릉원주대학교 환경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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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kim@gw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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