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미세먼지를 부탁해

글_전진형 논설위원(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
라펜트l전진형 교수l기사입력2018-03-22
미세먼지를 부탁해 




_전진형(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



바람이 한결 부드러워지고 햇살 따뜻한 봄날이 오고 있다. 안타깝게도 황사 그리고 미세먼지 걱정과 함께. 사람들은 아프지 않더라도 마스크를 쓰고 다니며, 캠퍼스엔 새학기가 되면 잔디밭에 모여 앉아 놀던 학생들은 온데간데없다. 침묵의 봄이 온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봄철 국내 황사 발생 예상 일수는 평년과 비슷한 3.4일~7.3일(평균 5.4일)이라고 한다. 봄철 황사와 함께 기승을 부리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최근 들어 계절을 가리지 않고 일상에 침투한다. 불편하지만 이미 익숙해져 버린 미세먼지는 누군가에게 목이 조금 답답하다거나 그저 눈이 따가운 정도, 하늘이 뿌예서 우울감이 오는 정도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미세먼지가 조금 신경은 쓰이지만 내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겠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알레르기나 비염 등 호흡기질환을 앓고 있거나 눈 건강과 피부 질환에 예민한 사람들은 미세먼지 노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대기오염물질 가운데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권고 기준을 두고 있다. 또한 Environmental Research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PM10)가 10㎍/㎥ 증가할 때 서울 지역 초과사망률이 2002~2006년에는 0.16%였으나 2007~2011년엔 0.26%로 증가했다고 한다. 미세먼지는 앞서 언급한 호흡기계·심혈관계 질환 및 암 발생 증가 외에도 뇌혈관 질환 및 신경퇴행성 질환, 당뇨, 임산부의 경우 조산과 저체중아 출산 증가 등을 초래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이처럼 국민건강과 밀접한 미세먼지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으로 도시내 녹지공간의 확보가 절실한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 녹지와 수목등이 미세먼지·초미세먼지 저감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상식과도 같다. 조경식재학에서는 이미 모래·먼지를 잘 흡착시킬 수 있는 수종을 선별하고 공간 특성을 고려하여 방사(防沙)·방진(防塵)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식재 폭과 높이, 배열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그 동안 대부분의 방사·방진 기능 식재는 공업단지나 대로변에서 방출되는 비산먼지를 막거나 강가 혹은 해안 모래가 주거지역으로 침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로 활용되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도시 공원이나 정원에서 방사·방진 기능이 크게 요구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미세먼지·초미세먼지를 잡기 위한 필수 기능으로써 조경 공간에 적극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몇몇 지자체에서는 발빠르게 먼지 먹는 숲, 건물숲 조성 등에 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으며, 나아가 지하숲 등 새로운 패러다임의 녹지공간에 관한 아이디어도 활발하게 세상에 선보여지고 있다.  또한 녹지공간의 조성을 위해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하거나, 유휴부지 활용, 학교·도심 내 자투리 공간·옥상·벽면 활용 등에 대한 사업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녹지공간 조성 계획은 아쉽게도 양적 확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미세먼지 크기 및 특성에 따른 수종 선택 및 식재 설계 가이드라인이 미흡하다. 인공지반이나 빈 공간을 이용하여 녹지율을 높이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맹목적인 양적 확충만으로는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또한, 시민들에게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도시내 조경공간을 확충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공원이나 녹지같은 조경공간이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도시 환경에 적응하며 생장하는 수목을 이해하고 다룰 수 있으며 기능 식재 설계 및 시공, 그리고 유지·관리에 능통한 조경인이 적극적으로 개입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도시 공원, 정원, 옥상녹화, 벽면녹화 등 도시 조경 공간에서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량적 연구가 동반되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 조경계 산학이 협력하여 조경수의 도입과 식재 기법 및 유지·관리 기술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개발된 설계 기술은 광역적인 차원에서도 적용가능한지 검토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도시 내 빌딩 협곡 사이에 축적되어 있는 미세먼지를 빠르게 외부로 분산시키기 위해 바람길을 분석하고 적절한 수목을 식재하는 설계 기술에 대한 연구들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조경계가 고민을 공유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을 함께할 때 제 1차 조경진흥 기본계획에서 언급되고 있는 조경서비스 질적 저하와 기후변화 및 안전문제에 대응한 국토·도시 차원의 대응 전략 미흡에 대한 해결책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조경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 인식 부족을 해결하는 실마리 또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_ 전진형 교수  ·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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