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플라타너스의 미학

글_정태열 논설위원(경북대 조경학과 조교수)
라펜트l정태열 조교수l기사입력2018-03-27
플라타너스의 미학




_정태열(경북대학교 조경학과 조교수)



대구에 먹거리타운으로 유명한 들안길이 있다. 지난해 이맘때쯤 들안길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다른 나무로 교체해 달라는 주민들의 요구에 대한 의견을 구하고자 수성구청 담당자가 연구실로 방문한 적이 있었다. 조경학과 교수에게 좋은 대안이라도 있을까 해서 말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문가들도 주민들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구청장님이나 시장님께서 민원을 최우선과제로 삼고 있으며 또한 부탁하면 다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날 담당자에게 호주, 영국, 프랑스 그리고 우리나라와 가로 환경이 비슷한 중국의 사례를 보여 주면서 “조금만 더 기다리면 정말 그들의 가치를 만끽할 수 있을 텐데”하고 플라타너스의 미학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들안길 주민들과 플라타너스의 미학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 달라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대구 들안길의 주민들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플라타너스를 싫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가로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아서? 플라타너스만 유독 냄새가 나고 꽃가루가 많아서? 아니면 플라타너스 잎이 청소하기 힘들고 배수구 구멍을 막아서? 본심은, 플라타너스가 다른 가로수에 비해서 가격이 너무 싸다는 이유는 아닐까?

KISTI의 과학향기 칼럼에서 서금영씨는 《가로수로 뽑히려면 5가지가 필요하다?”에서 ‘가로수는 잎의 크기가 클수록 좋다. 전 세계가 가로수로 가장 많이 심은 플라타너스는 매우 넓은 잎을 가지고 있다. 플라타너스의 넓은 잎은 자동차 소음을 막아주고 매연이나 먼지를 흡수하는 기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잎이 넓으면 여름에 짙은 녹음을 만들어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가을에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을 청소하기 유리하다.》라고 했다.

또한 세상을 바꾼 나무(2011, 다른)에서 강판권씨는 《현재도 전국 곳곳에 버즘나무(플라타너스) 가로수를 흔히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버즘나무를 가로수로 많이 심은 이유 중 하나는 토양을 정화시키는 나무, 즉 ‘정토수(淨土樹)’라 부르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공해에 잘 견디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이 나무의 꽃가루가 사람들을 괴롭힌다는 이유로 심기는커녕 무자비하게 잘라 버린다.》라고 했다.

이처럼 플라타너스는 가로수뿐만 아니라 공원수로도 매우 훌륭하기 때문에 세계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플라타너스를 싫어할까? 그것은 그들의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지 못해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럼 어떻게 하면 플라타너스의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고, 공유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인간과의 공존, 간판과의 공존, 전신주와의 공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간과의 공존을 위해서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즉 잘못된 정보에 의해 고착화된 플라타너스에 대한 나쁜 인식을 해소해야한다. 예를 들면, 꽃가루가 알레르기를 일으킬까? 만약 그렇다면 일 년 중 5월경이 알레르기 발병률이 가장 높아야한다. 그런데 5월은 여름과 가을은 물론 겨울보다도 낮다고 한다. 그리고 2014년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알레르기성 비염은 9월과 10월이 가장 높다. 물론, 꽃가루와 알레르기의 개연성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수종별 그 개연성에 대해서는 보다 전문가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참고로 플라타너스는 씨에 털은 있으나 꽃가루 알레르기는 없다고 한다.

간판과의 공존을 위해서는 먼저 간판의 기능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간판이라고 하는 것은 그 식당이나 가게를 알리는 기능이다. 여러분들은 식당이나 가게를 선정할 때 간판을 보고 가는지? 아마 맛집이나 명품가게를 검색하는 사이트나 내비게이션이 활성화되지 않은 시기는 간판에 많이 의지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간판의 존재가치가 무색할 정도로 그 역할이 줄어들었다고 생각된다. 게다가 간판은 운전자의 시점에서 인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간판의 위치, 크기, 형태 등 검토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전신주와의 공존은 우리와 가로구조가 비슷한 중국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중국은 유관 부서(한국의 한전과 동일한 업무를 하는 곳)와의 협력 및 가로수 관리방법을 통해서 전신주 및 전선과의 공존을 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람도 연륜이 차야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듯이, 플라타너스가 자라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낼 수 있도록 조금만 더 기다려준다면 좋으련만, 아름다움을 뽐내기도 전에 베어버리면 너무 불상하지 않은가? 지금 우리 인간들에게 기다림의 미학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이상의 공존, 그리고 기다림과 함께 가장 선결되어야 할 조건이 있다. 그것은 그들만이 잘 자랄 수 있는 터를 확보해주는 것이다. 물론 그들이 생육할 수 있는 지하 공간(생육 토심, 일정 면적 지반의 확보)과 함께 지상공간의 확보도 중요
하다. 그 터를 확보하는 유일한 방법은 보도를 넓히는 것이다. 그러면 차량중심의 공간에서 보행자 중심의 공간으로 변하면서 그 가로에 사람들로 넘쳐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여러분 동네에 있는 플라타너스의 10년 후, 혹은 20년 후의 시간이 만든 아름다운 풍경을 상상해보라! 즐겁지 아니한가? 앞으로 아름다운 플라타너스를 더 많이 보기를 기대하면서.....



글·사진 _ 정태열 조교수  ·  경북대학교 조경학과
다른기사 보기
jungty@knu.ac.kr

네티즌 공감 (1)

의견쓰기
웃는 거북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정서 안정과 치료에도 나무를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2019-06-28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