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론] 독도풍경(獨島風景) 재생

글_정태열 논설위원(경북대 조경학과 부교수)
정태열 부교수-경북대학교 조경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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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펜트l기사입력2019-08-04
독도풍경(獨島風景) 재생




_정태열(경북대학교 조경학과 부교수)



2019년 7월 1일 독도1)와 마주하는 아침이 밝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독도행 배를 타러 저동항 여객선 터미널로 갔다. 터미널 앞에서 이번 농업생명과학대학 하계 학술 워크숍의 2박3일간 가이드를 책임지고 있는 잘생긴 울릉도 청년이 기다리고 있었다. 독도는 아무나 상륙을 허락하지 않고 하늘이 허락해준 사람들만 상륙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기대감을 듬뿍 넣어서 “오늘 날씨가 너무 좋네요. 울릉도 날씨가 최고네요.”라고 하자 그가 빙그레 웃으면서 울릉도는 구름을 하늘로 밀어 올린 날이 그리 많지 않은데 오늘이 바로 그날인 것 같다고 했다. 그 말에 우리일행은 독도에 무사히 상륙할 수 있으리라는 부푼 기대를 안고 아침 8시 30분에 독도행 엘도라도호에 몸을 실었다.

엘도라도호에 몸을 실은 지 2시간쯤 지나 선장님의 상륙 준비 안내방송이 나오자 일제히 함성이 터져 나왔다. 나는 들뜬 마음으로 독도에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독도의 영적인 풍경을 감상한 것은 찰나에 불과했고 나의 직업병이 도지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처럼 그냥 공간을 즐기면 되는 것을 내 눈은 독도를 스캔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독도의 신비스러움은 사라지고 내 눈에 들어온 것은 화물용 케이블카(독도 선착장에서 경비대 막사가 있는 동도(東島) 정상까지 화물을 올리는 케이블카)의 거대한 타워였다. 물론 우리 독도를 지키는 경비대 젊은 친구들의 식량을 정상까지 올리기 위한 시설이니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그 시설의 형식, 위치, 재료는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독도는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공간 중의 하나이자 자연의 순도가 높은 곳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배가 포항을 출발하기 전 “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섬 울릉도”“신비롭고 아름다운 섬 독도”에 대한 기대치로 한껏 들떠있었다. 그런데 울릉도에 가까워질수록 그 기대치를 망처 놓은 것은 흰색의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나중에 도면으로 확인해 보니, 사동항 여객선 터미널 및 비행장 활주로를 위한 남방파제)였다. 울릉도까지 와서 콘크리트 덩어리를 봐야하나, 내 기대치가 너무 높았었나 자책하면서 체념했다. 하지만 독도는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기대치는 완벽하게 빗나갔다. 


사동항비행장 활주로를 위한 남방파제

화물용 케이블카의 거대한 구조물


그 화물용 케이블카의 거대한 구조물은 독도의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을 수 없게 했다. 독도 선착장에서 독도 서도(西島)의 정상을 담으려면 어느 각도에서든 방해가 되었다. “순도가 높은 자연풍경의 보고(寶庫) 독도”를 기대했던 내가 잘못된 건가. 조금만 신경 쓰면 되는데 우리는 왜 순도가 높은 공간을 만들지 못할까? 지금도 늦지 않았다. 지금까지 독도를 상륙한 사람보다 상륙하지 못한 사람이 더 많을 테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문득 순도가 높은 공간을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그에 대한 해답을 얻고자 인터넷을 검색하여 사진을 분석한 결과 동도와 서도중에 압도적으로 서도(西島)가 많았다. 물론 서도의 형자(形姿)가 우수한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히 그것 때문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추측하건데 독도의 사진을 찍은 많은 사람들은 화물용 케이블카가 있는 동도(東島)는 독도답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추측을 반증이라도 하듯이 화물용 케이블카를 찍은 사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네이버에 나타난 독도의 이미지(https://www.naver.com/ )

“자연의 순도가 높은 독도풍경”을 만들기 위해 요즘 유행하고 있는 재생기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도시재생은 사람들이 살기 편하게 도시 만들기를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는 독도재생을 하면 된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독도풍경 재생”“독도의 원래모습과 어울리게 개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의 순도가 높은 독도에 사람들이 생활하기 용이하게 만든 시설물들을 독도와 공존할 수 있게 만들면 된다. 즉 사람 위주로 생각하지 말고 독도 위주로 생각하면 답이 보인다.

먼저, 독도 선착장에서 경비대 막사가 있는 동도(東島) 정상까지 화물을 운반하는 형식은 [사진1]처럼 울릉도 농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농업용 모노레일형의 장점을 반영하여 지면에 최대한 붙여서 가시성을 낮춘다. 그러면 한 번에 많은 양양을 운반하지는 못하겠지만 관광객이 없는 시간대에 여러 번 나누어 운반하면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 설치 위치는 [사진2]처럼 화물용 케이블카를 설치하기 전에 사용한 모노레일형이 있는 위치로 이동하면 기초 등은 재활용할 수 있으며 시설물의 존재감이 줄어든다. 셋째, 재료는 [사진3]처럼 코크리트와 흡사한 화산암의 재질과 색상에 어울리는 소재로 한다. 만약 철재를 사용하고자 한다면 CORTEN STEEL(내후성 강판)을 추천한다. 넷째, 콘크리트포장은 가능한 화산암에 가까운 석재로 교체를 권장한다. 다섯째, 콘크리트는 가능한 배제하며 부득이 사용할 경우 비용을 드려서라도 화산암 같은 콘크리트를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기 설치된 [사진4] 합성수지 데크를 투박한 느낌을 줄 수 있게 두꺼운 방부목으로 교체하기를 권장한다.


[사진1] 울릉도 농업용 모노레일    

 [사진2] 모노레일 설치 흔적



[사진3] 코크리트와 흡사한 화산암 

[사진4] 합성수지 데크



우리도 역사적인 공간, 명승지 등은 그 공간의 순도에 맞게 공간조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비용을 좀 더 들이고, 시간을 좀 더 들여서, 세심한 디테일까지 신경을 좀 더 써서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간들이야 말로 우리 후손들의 먹거리가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지금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우리들은 100년, 1000년 뒤 우리 후손들에게 뭘 물려줄 수 있을까? 그들의 먹거리가 될 수 있도록 공간의 순도를 높여주는 것도 한 방편이라고 생각된다.

독도에서 울릉도로 돌아오는 엘도라도호에서 작성


1) 독도는 독섬이라고도 하며 면적은 18만 7,554㎡이다. 울릉도에서 동남쪽으로 87.4㎞ 떨어진 해상에 있으며 동도(東島)와 서도(西島)라는 큰 두 섬과 그 주변에 흩어져 있는 89개의 바위섬으로 이루어진 화산섬이다. 
글·사진 _ 정태열 부교수  ·  경북대학교 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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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ty@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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