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국가중요농업유산지역의 생물다양성 보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글_오충현 논설위원(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라펜트l오충현 교수l기사입력2018-07-06
국가중요농업유산지역의 생물다양성 보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_오충현(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생태계서비스연구소장)



유명한 생태학자 Wilson은 1988년 생물다양성에 대한 개념을 발표하면서 생물다양성 훼손이 인류 미래에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이후 전 세계 정상은 1992년 리우 환경회의를 통해 지구차원에서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국제적인 협약을 출발시켰다. 우리나라 역시 1992년 자연환경보전법을 제정하고 국가차원에서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자연환경보전법에 의하면  생물다양성은 종내, 종간, 생태계다양성으로 구분된다. 종내 다양성은 유전자 다양성, 종간 다양성은 종 다양성, 생태계 다양성은 서식처 다양성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남북으로 긴 지형을 가지고 있어 위도 변화에 따른 다양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다른 국가에 비해 국토면적 대비 생물다양성이 높은 특징이 있다. 우리 정부에서는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보호지역 지정, 보호종 지정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외되거나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부분의 생물다양성 훼손이 문제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논과 같이 농사를 짓거나 오랫동안 사람들이 정주해온 정주지 주변의 생물다양성 훼손이다. 우리민족은 5,000년 넘게 벼농사를 지어온 민족이다. 이 과정에서 지역마다 지역특성에 적합한 벼 품종이 있었다. 하지만 다수확 등과 같은 농업소득 향상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품종이 사라지고 말았다. 농촌진흥청에서는 몇 년 전부터 사라진 벼품종을 복원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국민들의 관심을 크게 받지 못하고 있다.  벼뿐만 아니라 지역마다 특성을 가지던 콩 등 벼 외의 다른 작물의 경우도 비슷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생물다양성 위협은 농작물 품종 손실뿐만이 아니다. 논농사를 짓는 곳은 봄이면 참개구리가 알을 낳고 올챙이가 되고 다시 개구리가 되는 개구리들의 천국이었다. 개구리가 많은 만큼 개구리를 먹이로 하는 다양한 뱀과 백로 등의 조류도 풍부하였다. 가을이 되면 벼논 주변은 다시 메뚜기와 미꾸라지들의 천국이 되고 이들을 먹이로 하는 다양한 조류들이 논으로 날아들었다. 겨울이 되면 빈 논에는 멀리 시베리아 등에서 날아온 오리류와 두루미들이 먹이를 찾고 짝짓기를 하였다. 하지만 농업환경의 변화는 이들 논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물들에게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제는 안타깝지만 논에서 더 이상 개구리와 미꾸라지, 메뚜기를 보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이와 같은 농업 생물다양성 변화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리우 환경회의 +10이 개최된 2002년 FAO 차원에서 농업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국제주요농어업문화유산 제도가 출범되었다. 2005년 칠레, 페루, 필리핀, 중국 등 제3세계 국가의 농업유산 중심으로 주요농업유산을 지정하여 국제적인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3년 국가농업유산제도를 마련하고 2014년 제주도 밭담과 청산도 구둘장논을 시작으로 현재는 9개의 국가농업유산이 지정되었다. 이중 제주도 밭담과 청산도 구둘장논이 2014년, 하동 녹차밭이 2017년 국제 주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과 같은 유산들은 널리 잘 알려져 있고, 등재 이후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여 지역 경제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과는 달리 국가주요농업유산이나 국제주요농업유산은 아직은 널리 알려져 있지 못하다.

세계문화유산 등은 존재 자체로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많지만, 농업유산은 농업활동이 진행될 때만 유질될 수 있는 동적인 유산이라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지정 못지않게 해당 농업유산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농업 활동이 필요하다. 이들 유산이 사라지게 되면 이 유산과 더불어 살아가는 다양한 생물들도 함께 사라지게 된다. 예를 들어 청산도 구둘장논이 사라지게 되면 구둘장논 지역에 서식하는 긴꼬리투구새우도 함께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국가주요농업유산 지역의 생물다양성 훼손은 우리나라의 생물다양성 훼손이라는 문제로 연결된다.

하지만 농업유산지역의 지속가능한 유지에 대한 대책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주요농업유산이 동적유산이라는 특성상 농업활동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현지에서 대책 마련이 어려울 경우 트러스트 조직을 통해 농업유산을 아끼는 국민들이 기금을 모으거나 자원봉사를 통해 해당 농업이 유지되도록 하는 대책 등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농촌인구 감소 등과 같은 사회적인 문제에 직면해있다. 따라서 국가차원의 재정지원과 같은 정책 외에도 도시와 농촌이 연계되는 사회적인 관계를 통해 이를 해결해나가는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오랜 시간동안 농업을 바탕으로 생물다양성을 지켜온 농업국가였다. 최근 산업화 과정에서 농업환경이 변화되고 농촌인구 감소와 같은 사회환경의 변화로 생물다양성에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전체 농촌지역의 생물다양성을 지켜가는 것은 어렵지만 국가주요농업유산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의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것은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 있다. 이제는 희귀종과 보호지역 중심의 생물다양성 보전뿐만 아니라 주요농업유산과 같이 우리 주변에 흔하던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_ 오충현 교수  ·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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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logy@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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