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론] 조경산업의 혁신을 기대하며

글_오충현 논설위원(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라펜트l기사입력2019-11-26
조경산업의 혁신을 기대하며



_오충현(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비약적인 성장의 시대를 마감하고 이제는 관리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런 사회 현상의 한 지표로 지속적으로 인구 감소가 진행되고 있다. 2017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는 인구절벽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제 우리의 삶의 터전인 도시를 확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축소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와 같은 사회현상 속에서 산업구조는 오히려 다양화, 전문화되어 가고 있다. 우리보다 선진국의 문턱에 먼저 진입했던 서구국가나 일본이 접했던 산업구조 개편 현상이 그대로 우리나라에서도 과제가 되고 있다. 

조경산업 역시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조경산업은 급속한 경제성장에 힘입어 발달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성장사회가 아닌 정체사회에서 조경산업의 생존은 힘겨울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신도시 건설보다는 기성도시의 도시재생을 우선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공공영역의 대규모 조경사업은 축소되고, 가드닝과 같은 소규모 조경사업이 증가하고 있다. 성장시대와는 달리 공공영역에서 유지관리를 진행하던 공원과 같은 조경공간의 민간위탁 운영도 증가추세에 있다. 점점 공사보다는 유지관리가 중요한 시대로 변화되어 가고 있다. 또한 공공영역 조경공간에 대한 민간위탁이 증가할수록 시민참여 거번넌스에 대한 요구도 더 강화되고 있어 이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또한 생태하천 조성, 자연훼손지 복원, 옥상녹화 및 벽면녹화 등과 같은 특수 녹화, 도시림 등과 같이 기존 조경영역과 산림영역이 겹쳐지는 부분에 대한 새로운 사업분야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기존 조경영역 보다 전문화된 새로운 영역들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조경 역시 다변화, 전문화되어가는 현대사회 산업구조 특성으로 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초 조경산업은 건축, 토목, 원예, 임업과 같은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발달하였다. 초기 조경산업을 발전시킨 조경분야 선배들은 이들 분야와 구별되는 조경산업 개척을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선배들의 이와 같은 노력과 성장시대라는 사회적 현상이 맞물려 우리나라의 조경산업은 그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조경산업은 조경 설계, 조경공사, 조경시설물, 조경식재와 같은 부분이 주를 이루어왔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전환의 시대에는 이 분야만으로 건축이나 토목분야의 접근, 산림분야의 접근, 생태나 환경분야의 접근, 시민참여 및 경영분야의 접근 등을 대응하기에 역부족이다.

하지만 시대 상황이 변하고, 새로운 산업분야의 도전이 강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성년기에 접어든 조경산업은 기존 시장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 체계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조경산업은 그 특성상 건축이나 토목분야에 비해 소규모 산업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산업 특성을 바탕으로 보다 다변화하고 전문화해나가는 대책이 없다면 다른 산업분야에 쉽게 흡수되거나 종속되는 구조로 갈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다른 분야에서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전문화된 기술개발과 사업영역의 발굴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 시대에 적합한 다양한 조경산업을 개발하고, 이를 제도적으로도 업역으로 포함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조경계 전반에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 진행되고 있는 조경산업의 대응은 구한말의 쇄국정치나 서서히 뜨거워지는 냄비 속의 개구리를 연상시킨다. 조금 지나친 표현일 수는 있지만 다른 분야와의 협력을 거부하고, 내 것만을 지키겠다고 하는 것은 다른 분야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없다. 잘못하면 우리 스스로 조경산업의 발전과 혁신의 기회를 걷어차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조경산업계 내부의 의사조정 실패로 조경산업이 다양화 및 전문화와 같은 혁신에 실패하고, 조경과 관련된 인접산업이 확장되고 활성화된다면 조경은 관련 분야산업을 부수적으로 도와주기만 하는 종속된 산업으로 격하될 수도 있다. 
  
의료산업을 사례로 살펴보면 조경산업 혁신의 필요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과거 병원의 진료분야는 주로 내과와 외과 중심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과의 경우도 순환기내과, 비뇨기내과, 심장내과 등과 같이 다양한 분야로 전문화되어 있다. 외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의료산업 분야의 전문화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만약 의료산업 종사자들이 과거와 같이 내과와 외과만을 고집하고 다양화와 전문화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였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외국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의를 영입해오거나 외국병원들이 우리나라 의료산업의 주인이 되는 문제점들은 발생하지 않았을까? 결국 기존 의료인들이 당장의 이익감소를 감수하고, 다양화 및 전문화를 진행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의료산업이 발달하고 국민들의 건강과 보건 향상에도 크게 기여하게 되었다.

조경산업의 입장을 이 분야와 비교해보면 조경분야는 많은 반성이 필요하다. 조경설계, 조경공사, 조경시설물, 조경식재 등으로 구분되는 조경업의 구조는 지난 40년 동안 거의 변화가 없었다. 강산이 4번은 바뀌는 동안 조경계는 기존의 조경산업 울타리 안에 안주하여 조경의 학문분야와 산업분야를 스스로 가치절하 시켜온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오히려 빠를 수 있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분야와의 접목을 통해 새로운 조경영역의 발굴과 개척이 필요하다. 지금 내 것이 아닌 떡을 혁신을 통해 내 떡으로 만들어야 하는 책임과 노력이 필요하다. 준비가 안 된 내가 전환기 시대에도 조경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는 생각에서 벗어나야한다. 조경산업계는 아직 내 손으로 쥐지 못한 떡을 내 떡으로 만들 수 있도록 각성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혁신을 지속해나가야 한다.
_ 오충현 교수  ·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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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logy@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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