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스마트도시 – ‘오래된 미래’

진양교 논설위원(㈜CA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
라펜트l진양교 대표l기사입력2018-07-10
스마트도시 – ‘오래된 미래’




_진양교(㈜CA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조경설계전공 교수)

 

팍스 로마나 Pax Romana는 천년의 왕국을 이루었던 고대 로마제국의 전성기를 상징한다. 고대 로마는 주변 지역의 정복을 통해 빠른 시간에 제국의 영토를 넓혀 나갔고, 초대황제인 아우구스투스때에 팍스 로마나를 이루어 낸다. 팍스 로마나를 이루어 낸 당시의 로마군대는 아주 강했다. 싸우는 족족 이겼고 패전을 몰랐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로마군대는 체계적인 조직을 갖췄고 전술을 이론화했다. 특히 카이사르가 이끌던 로마의 8군단은 무적의 군단으로 유명했고, 여러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한때 미국 육군사관학교가 로마군의 전술을 교재로 사용했고 우리의 육사도 그리했었다. 소대, 중대, 대대 그리고 사단과 군단 등 현대에 사용되고 있는 군조직체계도 대부분 로마군대로부터 왔다. 상대적으로 작은 체격의 로마군인이 프랑스의 갈리아족과 독일의 게르마니아족과 같은 거인들을 상대로 백전백승할 수 있었던 이유는 빈틈없이 효율적인 조직과 체계적 전술의 운용에 있었다.

로마는 점령지마다 리틀 로마를 건설했다. 리틀 로마는 처음에 군주둔지로 사용되었고 군이 떠난 뒤에는 원주민이 거주하며 새로운 도시문화를 즐길 수 있는 작은 도시가 됐다. 로마제국의 큰 강점은 점령지의 주민이 기꺼이 따를 만한 리더십을 보이고 따르게 한 다음, 전권을 원주민에게 주고 돌아왔다는 것이다. 로마시민권을 약속 받은 점령지의 원주민리더와 거주민은 자랑스럽게 로마의 법을 따르고 리틀 로마를 지켰 냈다. 그 넓디넓은 제국의 땅을 이탈리아반도에 위치한 적은 숫자의 인구로 천년이 넘도록 지켜낸 이면에는 점령지나 식민지를 다루는 로마의 열린 태도가 자리하고 있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유럽의 곳곳에 만들어진 리틀 로마는 나중에 전 유럽도시의 골격이 되고 더 나아가서는 전 서양도시의 근간이 되었다.

로마군인들이 리틀 로마를 건설할 때 사용한 척도는 우리의 몸이었다. 우리의 몸에서 양팔을 수평으로 한껏 벌리면 자신의 키와 같은 길이가 된다. 그러니까 양팔을 벌린 자세의 우리의 몸은 정사각형을 만든다는 얘기다. 몸이 만든 정사각형 안에서, 머리끝에서 배꼽까지의 거리와 배꼽에서 발끝까지의 거리의 비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황금비인 1:1.618이다. 로마군인들은 몸의 비례를 빌려 정사각형의 주둔지 경계를 만들고 황금비가 되는 곳, 즉 배꼽부위에 신전을 세웠다. 이 신전은 위로는 천상의 제우스를 받들고 아래로는 지옥의 하데스를 연결하는 신들과의 소통장소가 되었다. 신전에서 가장 먼 곳의 주둔지의 경계는 마치 우리의 몸에서 한껏 벌린 팔 끝까지의 거리만큼의 위치에 만들어졌고,  도로와 필지는 신전을 중심으로 격자로 구성되어 가장 효율적인 의사 소통 및 물류유통이 가능했다. 

몸과 동일시된 당시의 도시는 무분별한 확장과 같은 오늘날의 도시가 겪는 마음고생을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더 큰 주둔지가 필요해져도 로마군인들은 다른 곳에 새로운 리틀 로마를 만들지언정 이미 만들어진 도시를 생각 없이 확장하지 않았다. 몸의 비례를 벗어나 비대해진 도시는 이미 도시의 기능을 못하거나 또는 신의 뜻을 거역한다고 보았다. 신의 뜻이건 아니건 그 당시의 도시는 가장 유기적이고 지능적이었으며 효율적이었다. 요즘의 어휘로, 그러니까, 스마트했다. 지금은 잊힌 유럽도시의 오래된 원형인 소형도시의 전통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 뒤 도시는 엄청난 발전을 했다. 미국은 리틀 로마에서 유래된 유럽의 전통적 격자형 가로망을 몸의 비례를 무시한 채 무한대로 벌려 나가며 뉴욕과도 같은 거대도시를 만드는데 앞장섰다. 전세계의 도시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 뒤를 따라 나섰다. 이미 통제를 잃어버린 도시를 다시 아뿔세라 통제하기 위해 도시계획이 만들어지고 그것도 부족해 도시설계, 지구상세계획, 지구단위계획 등의 온갖 수단을 동원해 보완하는 중이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본격적인 인터넷과 디지털미디어의 세상에서 ‘스마트함’을 도시가 추가로 장착하기 위해 아우성이다. 누구는 이미 몇 천 년 전에 스마트함의 본질을 꿰뚫은 지 오래인데 말이다. 리틀 로마에서 말이다.
_ 진양교 대표  ·  CA조경기술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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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yk@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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