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스마트도시 – ‘오늘의 몸’

진양교 논설위원(㈜CA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
라펜트l진양교 대표l기사입력2018-09-04
스마트도시 – ‘오늘의 몸’




_진양교(㈜CA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조경설계전공 교수)

 

어제의 몸과 오늘의 몸은 다르다.

평균 신장과 몸무게.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한국 사람의 평균 신장은 1980년에 비해 2005년, 그러니까 25년이 지난 후에는, 남자의 경우, 6센티미터가 늘었고, 체중은 약 9킬로그램이 증가했다. 여자의 경우는 남자처럼 정도가 크지 않아도 역시 키가 커졌고 체중도 늘었다. 서양과의 차이가 점차 줄고 있는 것인데, 10센티미터의 차이가 5센티미터인 반으로 줄었고, 이탈리아인과의 차이는 1센티미터 근처로 가까워졌다. 미미하기는 하지만 서양 사람들도 몸이 옛날에 비해 점차 커지는 추세로 볼 때, 우리나라 사람의 몸 크기변화는 예사롭지 않은 측면이 있다. 이러한 우리 몸의 변화는 오랫동안 우리가 간절히 원했던 방향과 일치하고 있는 듯하고, 그런 면에서 우리의 몸은 눈에 띄거나 안 띄거나 시대에 따른 우리의 사고와 가치관의 변화를 묵묵히 받아내고 있는 듯 보인다.

오래전 일이다. 춘천에서 서울로 직장과 집을 옮긴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다. 지금이야 당연한 얘기이지만, 그때로서는 승용차로 출퇴근할 수밖에 없고 웬만한 곳은 전부 차로 이동하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하는 시절이었다. 한동안 열심히 차를 타고 다니다가 차가 고장이 나 일주일 이상 어쩔 수 없이 걷거나 대중교통을 타야 했다. 그때의 경험이나 느꼈던 감정이 아직 선연하다. 얼마나 불편했는지 끔찍했다. 무엇보다도 몸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던 기억이 뚜렷하다. 걷는 몸이 얼마나 어색한지. 뭔가 어디에 두고 다니거나 무엇을 잃어버린 것 같은 허전함이 무척 컸다. 이런 낯설음과 어색함은 일주일 뒤에 차를 찾을 때쯤 해서야 겨우 가라앉았다. 그때 확실히 느낀 건 내 몸이 일부 또는 전부가 어느새 차와 일체화된 것은 아니었나하는 말도 안 되는 걱정이었다.

최근에는 휴대폰에 엮이고 있는 중이다. 집에 모르고 휴대폰을 놓고 출근한 경우, 그날 하루는 거의 망친 셈이 된다. 뭘 해도 이상하고 어디를 가도 불안하다. 갑자기 모든 사회관계가 단절된 것 같고, 고립된 느낌을 받는다. 직장에서 올 전화를 못 받고 친구나 가족에게 할 전화를 못하니 귀를 잃었거나 입이 마개로 막힌 느낌을 받는다. 뉴스검색을 못하고 문자를 못 받으니 눈을 뜨고 있어도 눈도 반쯤 먼 느낌이다. 이런 경험을 몇 번 하다 보면 왼쪽 앞주머니에 휴대폰, 오른쪽에 차 열쇠가 있어야 하고, 오른쪽 뒷주머니의 지갑까지 느껴질 때 아침 출근길의 마음이 평안하고 여유롭다. 여행길에도 휴대폰은 꼭 같이 동행해야 하고 휴대폰의 배터리가 반 이하로 떨어진 게 눈에 들어오면 신기하게 그때부터 슬슬 내 허기가 시작된다. 게다가 마땅히 충전할 곳도 눈에 안 띄면 그야말로 안절부절 시작이고 그러다가 휴대폰이 죽으면 나도 같이 죽는다. 하하. 그리고 보면 이 망할 놈의 휴대폰이 어느새 나의 일부가 된 것이 분명하다 싶다. 자동차로부터 벗어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이젠 휴대폰이라니. 이래도 자동차나 휴대폰을 단순한 기기나 수단이라 봐야할까.

스마트도시를 제대로 보려면 도시를 규정하고 정의하는 더 깊은 바탕의 본질과 맞닿을 필요가 있다. 도시는 도시라는 공간에 적응하며 담기는 우리의 몸에 의해 확인된다. 우리는 우리의 몸으로 도시를 보고, 우리의 몸을 통해 도시공간을 체험하고 정의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도시를 정확히 보려면 우선 도시를 규정하는 주체인 우리의 몸을 먼저 확실히 이해하는 편이 옳다. 우리가 원해서이건 아니건 간에 현 시대의 우리의 몸이 현 시대의 기술과 테크닉에 천착되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우선 앞서 언급한 자동차와 휴대폰만 보더라도 이들을 떼어 놓고 우리의 몸을 규정하기는 어렵다. 핸들을 잡고 액셀을 밟는 자동차 안의 우리가, 차와 일체화가 되어 있는 우리가 진정으로 도시 안에 있는 우리이다. 휴대폰으로 먼 거리의 친구와 대화를 나누며 – 뭐 얼굴보고 하는 화상통화도 좋고 – 전철 안에서 어제 저녁에 끝난 야구의 결과를 스포츠뉴스를 확인하는 우리가, 휴대폰과 일체화되어 있는 우리가 진정으로 도시 안에 있는 우리이다.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등장하는 군사용 외피가 우리 몸의 일부가 되어 우리의 신체적 능력을 더 노골적으로 신장시키는 그때가 오면 우리 몸에 대한 정의는 좀 더 복잡해지겠지만 그전까지는 우선 자동차와 휴대폰에 주목할 일이다. 스마트도시는 현 시대 우리의 몸에 대한 정확한 이해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_ 진양교 대표  ·  CA조경기술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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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yk@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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