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환경부총리를 기다리며....

조동길 논설위원(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대표)
라펜트l조동길 대표이사l기사입력2018-10-04
환경부총리를 기다리며....



글_조동길(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대표,
한양대학교 공학대학원 겸임교수)



환경부 장관 겸 환경부총리를 말한다. 물론 지금 우리나라에는 없는 시스템이다. 이 시대의 화두라고 할 수 있는 지속가능발전(지속가능성)은 크게 환경적 지속가능성, 사회적 지속가능성,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아우른다. 하지만 유독 환경 이슈는 경제적 이득이나 사회적 문제에 비해서 소외받고 있다.

흑산도 공항 개발 논쟁, 집값 안정화를 위해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 특히, 방이동 생태습지(생태경관보전지역) 포함된 대상지(최초로 발표할 예정이었던 안에 포함), 평창 동계 올림픽 후 복원하기로 한 가리왕산 등 요즘의 환경 분야 이슈라 할 수 있는 이들의 공통점은 개발 혹은 경제적 성장을 위해서 자연환경은 여전히 희생양이 되고 있다. 과거 20~30년 전에 그러했던 방식이 아직도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우리나라 최대 철새 서식지라고 할 수 있는 흑산도 공항은 지역주민들의 불편 해소, 관광객의 유입 기대 등을 위해서 섬에 작은 규모의 공항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가부에 대해서 곧 결정이 나겠지만, 언론을 통해서 느끼는 국립공원위원회의 신경전은 대단한 듯하다. 공항을 만들려는 집단과 반대하는 집단의 싸움이 최대치에 와 있다. 철새들이 보금자리로 여기고 있는 곳에 공항을 만든다는 발상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모르겠다. 인천이나 김포공항에서는 비행기와 조류 충돌을 막기 위해서 일부러 새들을 쫓고 있다.

집값을 안정화시키겠다고 현 정부는 모든 정책을 쏟는 듯하다. 여러 가지 대책들이 나왔고, 거기에 쐐기를 박는 형식으로 대규모(?) 물량을 공급하여 집값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정책은 계속 변경될 여지가 있고, 서울시에서도 국토교통부와 다른 대응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에 초기에 발표할 계획이었던 안에 기초하여 언급해 보고자 한다. 암튼 초기에 국토교통부에서 구상하였던 택지 공급안의 대상지가 되는 곳들이 도시 확장을 막기 위해서 규제해 왔던 그린벨트였다. 서울시의 경우 언론 보도에 따르면 25%가 그린벨트라는데 이 중 일부를 해제하여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송파구 방이동에는 법적 보호지역인 생태경관보전지역이 포함될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도 반갑지 않은 일인데, 인공습지였던 것이 이차천이를 거듭하여 자연습지화된 방이동 습지를 그 범위에 넣었다는 것이 씁쓸하기만 했다. 한편, 이 정책은 지역주민들이 반대하는 것이기도 하다. 집값의 안정화 측면에서만 봤을 때 공급이 늘어나는 것은 집값을 하락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을 반대하면서 환경 문제를 이야기한다. 환경 문제는 집값 하락을 걱정하는 몇몇 사람들에게 좋은 핑계 거리가 되는 듯하다. 진정 환경을 생각해서 그린벨트 해제를 걱정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물론 환경단체는 그러하지 않을 것이다.

가리왕산의 복원 문제는 어떠한가. 올림픽을 유치하기 전에는 원형으로 복원하겠다고 약속했던 지방정부가 올림픽이 끝난 후 지역주민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복원 계획의 수립이나 이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돈을 들여 만들어 놓은 시설을 관광 등의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지역주민들의 목소리를 더 중요시하는 듯하다. 물론 산림청에서는 지속적으로 원형 복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흑산도 공항과 가리왕산의 복원 문제는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에 집중되어 있다. 그런데 간과하고 있는 사실은 무엇일까. 우리가 여행을 갈 때 강원도를 우선 생각하고, 흑산도를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개발되지 않은 자연의 청정함, 원형 그대로의 자연이 그리워서일 것이다. 그 곳에 가는 길에 차량이 좀 많이 밀려도 참고 간다. 서울에서부터 흑산도까지 가는데 7시간이 걸린다는데 7시간을 참고 가는 것은 7시간 후에 보게 될 순수의 자연, 철새들의 낙원의 모습을 맘속에 그리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자연환경이 개발로 인해서 생각했던 것보다 좋지 못하고, 교통수단이 편리해 지면, 상대적으로 체류의 기회를 감소시킨다. 실질적으로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잠자리와 먹거리 제공의 기회를 잃게 된다. 더 좋은 숙소(잠자리)나 더 맛있고 청결한 식당이 있는 곳으로 바로 이동해 버릴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나라의 여러 지자체들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굳이 자연환경을 훼손해 가면서까지 편리성을 확대한다고 하면,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비용편익 분석을 내세워 득을 더 강조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이러한 경향을 갖는 이유는 우리사회가 환경 문제와 관련하여 갖고 있는 인식 문제와도 관련이 깊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개발을 통한 경제 성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선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4만 달러, 5만 달러가 될 때까지 계속 경제적 성장만을 우선순위에 둘 지도 모른다. 마치 2만 달러 시대에 3만 달러 시대를 외치면서 개발을 강조했던 것처럼 말이다.

경제 성장을 위한 개발 사업 때문에 환경 문제가 최악의 상황이 된 사례 역시 적지 않다. 세계 4대 호수에 속했던 중앙아시아의 아랄해(Aral Sea)는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곳이다. 자연이 주는 풍부한 생태계서비스에 의존해 살고 있던 지역 주민들이 사막지역에 관개용수로 사용하기 위해 건설한 댐과 수로 등으로 아랄해가 말라가자,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이 지역 주민들에게 엄습한 것이다. 인간의 편의나 경제 성장을 위해 물길 하나 바꾼 것인데, 그것에 대한 대가는 혹독하다 못해 참담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실정은 어떤가. 국토 면적의 64%가 산림이고 농지가 19%나 있는데, 작은 규모로 조금 더 개발한다고 무슨 재앙이 생길 것처럼 유별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시지역에 거주하는 인구의 비율은 92%를 넘고 있다. 그래서 남아있는 자연을 소홀하게 다루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도시지역에서 작은 녹지나 보호지역, 그린벨트의 가치는 전원지역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모든 것들에는 임계치가 있는 법이다. 우리가 가져야 할 자연 면적의 임계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계산된 바 없겠지만, 어느 순간 그 임계치를 넘어서면 아랄해와 같은 재앙이 우리에게도 발생할 가능성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지금 경제 성장, 관광 수입 확대, 집값 안정화를 위해 그린벨트를 더 해제하고 자연지역을 개발한다고 무슨 문제가 생길 것인가. 아닐 수도 있지만, 이렇게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자연환경을 대하려는 인식 태도에 문제가 있다. 자연생태적 가치가 낮은 그린벨트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가치가 낮은 곳은 복원을 통해서 더욱 가치를 높여야 하는 시대이다. 국민들에게 자연환경의 소중함을 더 알리고 교육해야 할 21세기에 살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개발 지향적인 사고에 갇혀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우리나라에는 경제부총리도 있고, 사회부총리도 있다. 지속가능발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환경 분야는 언제쯤 부총리가 나올 수 있을까. 그 시기가 늦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도 미세먼지 등으로 간헐적인 환경 이슈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더 큰 환경 문제로 국민이 괴로워하기 전에 환경부총리 제도가 정착되었으면 한다.
_ 조동길 대표이사  ·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주)
다른기사 보기
cdgileco@naver.com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