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론] 한국의 정원박람회와 존치된 정원의 유지관리

홍광표 논설위원(동국대 조경학과 교수, (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 회장)
라펜트l기사입력2019-12-29
한국의 정원박람회와 존치된 정원의 유지관리




_홍광표(동국대 조경학과 교수,
(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 회장



올해도 우리나라는 정원박람회의 열기로 뜨거운 한해를 보냈다. 경향각지에서 열린 올해의 정원박람회는 작년보다는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정원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올해 열린 정원박람회의 면모를 살펴보면, 서울정원박람회는 도시재생이라는 성격을 부각시키며 해방촌, 만리동, 백범광장 세 곳에서 개최되었으며, 경기정원문화박람회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인해 일반관람이 취소되기는 하였으나 좋은 작품들을 남긴 박람회로 기록되었고, 순천에서 열린 한평정원페스티벌은 꾸준히 정원문화 대중화와 확산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두 번째로 열린 청주가드닝페스티벌은 문암생태공원에서 7인의 작가들이 조성한 정원을 가지고 성황리에 열렸으며, 전주에서는 도로공사에서 주최한 시민정원과 학생정원 페스티벌이 열려서 많은 이들을 행복하게 하였다. 어디 그것뿐인가?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에서는 골목길에 포트정원을 만들어 정원축제를 하였고, 충북 제천에서도 시민들이 만든 정원전시회가 열려 소도시에서도 정원축제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정원박람회는 아니지만 장성의 황룡강 노랑꽃축제를 비롯하여 많은 곳에서 꽃 축제가 열리기도 했는데, 이러한 축제들을 보면서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정원이라는 것이 얼마나 귀중한 존재인가를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정원박람회의 역사는 유럽에서 시작된다. 18세기 중반 영국에서 시작된 꽃 경연대회가 정원박람회의 시원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1827년 왕립원예협회(RHS)가 주관하여 치른 치스윅 페트라는 전국 규모의 화훼축제가 후일 ‘첼시플라워쇼(Chelsea Flower Show)’로 이름을 바꾸면서 정착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원박람회는 순천에서 시작되어,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코리아 가든쇼, 서울정원박람회, 대한민국 한평정원페스티벌, 청주 가드닝페스티벌로 이어지고 있고, 올해는 작은 지자체에서도 정원축제를 열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정원박람회는 대체로 정원공모에서 선정된 작가가 정원을 조성하여 전시하고, 정원과 연관된 다양한 행사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형식을 보인다. 조성되는 정원은 어느 정도 수준에 있는 작가들이 조성하는 작가정원이 있고, 일반 시민들이 조성하는 시민정원 그리고 학생들이 조성하는 학생정원의 유형으로 구분된다. 정원의 조성개수는 작가정원이 5개소~10개소 정도이고, 시민정원과 학생정원은 각각 10여 개소 정도로 한 정원박람회 당 20~30개소 정도의 정원이 전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성되는 정원의 규모를 보면, 시민정원과 학생정원은 보통 한 평 정도이며, 작가정원은 50~100㎡ 정도로 조성된다. 정원박람회에 조성되는 작가정원의 조성지원비는 보통 ㎡당 20만원~50만 원정도로 박람회마다 편차가 심한 편이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정원박람회에 출품되는 정원들은 그 자리에 존치되는 것이 보편적이다. 이러한 제도는 유럽의 경우 독일의 BUGA나 LAGA에 출품된 정원들이 영구 존치되는 것 말고는 거의 모든 정원박람회에 조성된 정원들이 철거되거나 이전되는 것과는 다른 양태이다. 물론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에도 정원박람회에 조성되었던 정원들이 그 자리에 보존되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을 보면 정원박람회에 조성된 정원을 존치시키는 것은 일반적인 관행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은 중단된 상태이지만 코리아가든쇼의 경우 조성된 정원을 박람회가 끝나고 철거하거나 주문이 있을 경우 이전했는데, 이것은 유럽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정원박람회에 출품된 정원을 보존·관리하는 것과 철거 혹은 이전하는 것은 주최 측의 입장에서 볼 때, 전혀 다른 조건이 된다. 즉, 정원을 존치시킬 경우 정원에 대한 유지관리의 부담이 커지게 되어 비용지출이 지속되어야 하는 어려움이 생기게 되고, 해마다 새로운 장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박람회를 개최할 부지를 물색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게 된다. 또한, 존치시키는 정원은 유지관리를 염두에 두고 조성되어야 하기 때문에 정원에 사용되는 소재 역시 지속가능한 저관리형이어야 하고, 작법의 적용 역시 달라진다. 그러나 조성된 정원을 철거하는 경우에는 존치시키는 것보다는 소재의 사용이나 작법의 난이도 측면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다. 

정원은 조성하는 것보다 유지관리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정원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정원의 유지관리는 대체적으로 식물관리와 시설물관리로 구분된다. 식물관리는 잡초제거, 솎아내기, 순자르기, 가지치기, 거름이나 비료주기, 물주기, 병해충 방제 등이 주요 내용이 되며, 시설물관리는 정원에 도입되어 있는 각종 시설물에 대한 유지관리가 모두 해당된다. 그야말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 정원박람회에 출품된 정원의 관리는 대부분 박람회를 주최한 지자체에서 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있다. 지자체의 경우 정원을 전담하는 행정조직이 없다보니 정원관리는 도시공원을 조성, 관리하는 부서에서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서울시와 같이 녹지사업소가 있는 경우에는 그곳에서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직들은 모두 별도의 업무가 분장되어 있기 때문에 인력이나 예산적 측면에서 정원박람회를 끝내고 남겨진 정원을 관리하는 것은 부가되는 업무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정원에 대한 관리가 소홀하여 본래의 정원이 표현하려고 했던 의미가 제대로 유지되지 못하는 경우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세종시에 조성된 작가정원인데, 이 정원들은 조성된 지 아직 2년이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원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어 온전한 정원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단 한군데도 없을 정도이다. 

정원박람회에 출품된 정원이 존치될 경우에는 반드시 그 정원의 유지관리는 누가 할 것인지, 무엇을 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푸는 해법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정원관리는 해당 지자체의 담당부서에서 하여야 하나,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시민정원사들을 활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가 있다. 최근에는 지자체마다 시민정원사를 양성하는 곳이 많으니, 인력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시민정원사들이 가진 정원관리 능력이 충분치 않다는데 있다. 짧은 시간 이론중심의 교육을 받은 시민정원사들이 정원을 관리하는 것은 아무래도 벅찬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시민정원사 교육은 실기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유지관리는 물론 설계 및 시공에 관련된 강좌도 개설하여 시민정원사들이 제대로 정원을 이해하고, 유지관리에 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시민정원사를 투입하기 어려운 지자체에서는 별도의 유지관리 용역을 발주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용역을 유지관리 전문업체에 맡길 수도 있겠으나, 그 정원을 조성한 작가들에게 유지관리를 맡기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정원관리가 보다 실효적으로 될 수 있는데, 이러한 방식은 동탄 여울공원에 조성된 10인작가정원에서 시도된 바 있다. 정원을 조성한 작가들이 그 정원에 대한 시설물이나 식물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고, 자기의 정원이기 때문에 애정을 가지고 관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작가들에게 일정기간 유지관리를 맡기는 것은 정원관리를 누가 할지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될 수가 있다. 

두 번째로 정원의 관리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시설물과 식물을 포함한 정원의 전반적인 관리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제초와 관수 그리고 가지치기 정도에 머물러 있는 지금과 같은 정원관리만 가지고는 제대로 정원의 아름다움과 생태적 건강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전기나 기계, 설비와 같은 전문적인 영역이야 전문가들이 담당한다고 하지만, 쉽게 수리할 수 있는 시설물에 대한 관리나 식물의 이식이나 보완과 같은 관리는 시민정원사들도 할 수 있어야 정원이 지속가능한 수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로 정원의 관리는 매뉴얼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 관리매뉴얼은 지자체에서 별도로 만들 수도 있겠으나, 가능하면 정원을 조성한 작가들이 주최 측에 자기 정원의 관리매뉴얼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정원을 조성하는 단계에서부터 주지를 시켜 유지관리를 염두에 둔 정원조성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정원박람회가 계속 늘어나고, 정원박람회에 출품된 정원이 존치되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것은 한국의 정원문화가 대중화되고, 확산되는데 있어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규모나 내용에 미달되는 단순한 행사까지도 정원박람회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되거나, 정원박람회를 지자체 장의 홍보를 위한 선거용 상품으로 쓰거나, 존치된 정원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정원에 대한 나쁜 이미지가 생긴다면 정원에 대한 지금과 같은 국민적 성원은 금방 수면 아래로 갈아 앉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림청이 중심이 되어 정원박람회의 형식과 내용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 정원박람회가 난립되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다. 이것은 한국의 국민들이 소소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정원이 불순한 의도에 의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BUGA2019 Heilbronn, Germany


Chaumont2019, France


World Flower Garden Show2019, Nagasaki, Japan


2019 서울정원박람회, 서울, 대한민국


2019청주 가드닝페스티벌, 청주, 대한민국


2019 대한민국 한평정원페스티벌, 순천, 대한민국
_ 홍광표 교수  ·  동국대학교 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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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kp@dongg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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