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과 친근한 조경’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

[인터뷰] 안마당 더 랩 오현주, 이범수 소장, 이상아 실장 - 2
라펜트l기사입력2021-09-10

 


소다미술관 우리들의 정원展. 안마당더랩의 ‘일분일초’

5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소다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우리들의 정원’展. 정원을 조성한 안마당 더 랩은 이번 전시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또 이들이 생각하는 정원이란 무엇일까?

안마당 더 랩이 탄생하기 전, 조경설계사무소를 다니던 오현주·이범수 소장은 막연한 갈증에 시달렸다. 이범수 소장은 4년간 다니던 설계회사를 나와 시공회사에서 3년을 근무했다. 설계를 더 잘하고 싶어서. 그러나 갈증이 해갈되지는 않았다. 탄생한 조경공간이 대중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조경에 대한 인식이 바뀌려면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조경이라는 이름이 그것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두 소장은 조경설계사무소가 아닌 브랜드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자는데 마음을 모아 2016년 조경지식을 기반으로 외부공간을 기획, 설계, 시공하는 디자인 작업실 안마당 더 랩을 창업한다.

초창기에는 사무실 없이 오 소장의 집에 컴퓨터 두 대를 놓고 일을 시작했다. 실시설계, 납품설계 아르바이트를 했다. 2년차에 사무실을 구하고 3년차에 직원을 두었다. 회사는 점차 확장했지만 3년차까지는 수익의 대부분을 다음 프로젝트의 질을 높이고 포트폴리오를 만드는데 투자했다. 초창기 수행하던 공간들의 질을 높이는 것이 전문가로서도, 회사의 미래 차원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트렌드를 빠르게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남들과는 다른 디자인을 추구해왔다. 그래서 초창기 디자인을 보면 굉장히 세고 디테일이 강하다”라고 오 소장은 소회한다. 이들은 조경공간으로 정해진 곳이 아닌 공간을 디자인하기 위해 조경업계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건축, 인테리어 등 타 분야와 협업하며 미적으로 고도화된 디자인들을 선보였고, 수요는 점점 늘어 건축가들이 먼저 찾는 기업이 됐다.


세곡동 테라스 정원 / 안마당더랩 제공


소다미술관 아름다운 정원展. 안마당더랩의 ‘일분일초’

“건축가들과 일을 많이 했었다. 그분들도 그 분야에서 성장을 해왔을 것이고 대부분 그분들이 저희보다 나이가 많았었기 때문에 건축언어나 철학들을 들으면서 많이 배웠다. 어떤 분야와 만나든 그 분야에 대해서는 저희보다 잘하는 사람들이었기에 항상 바쁘게 쫓아갔던 것 같다. 힘들었지만 결국은 성장하는 과정이었다”

협업은 이들의 시야를 넓혔고 자연스럽게 상업공간에 대한 훈련이 됐다. 이상아 실장은 “상업공간에서의 조경이 의미가 있는 것은 결국 대중들의 조경에 대한 문화의식이 높아져야 한다는 궁극적인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제 이들은 공공공간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자 한다. 오현주 소장이 말하는 “클라이언트 개인을 만족시키는 것에서 나아가 대중을 만족시키는 조경”으로의 진일보이다. ‘아름다운 정원’ 전시에 대한 도전도 이의 일환이다.

이 과정에서 공간을 대하는 시각이 한 번 더 달라졌다. 생각의 전환점이 된 계기에 대해 이범수 소장은 “‘가(家)’를 만나고 나니 디자이너와의 차이점을 알겠더라. 공간의 미(美)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에 철학과 가치를 담더라. 그러다 만난 정원가를 통해 ‘예쁜 공간’이 아닌 ‘좋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 자체로 아름다운 공간인 것”이라고 말한다. “정원을 조성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저희의 일하는 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상업공간이든 개인공간이든 공공공간이든 아이덴티티와 가치가 담긴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현주 소장 역시 첨언했다.

이범수 소장이 요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정원주의 마음’이다. ‘누군가가 이 정원을 어떠한 마음을 가지고 가꿨다더라’ 그 한마디로도 정원은 지속된다. 고인이 된 영화감독 데릭 저먼(Derek Jarman)의 정원이 경매로 넘어가기 직전, 데릭 저먼의 마음을 아는 전세계 팬들이 펀딩을 통해 그 정원을 공공유산으로 남겼다. 정원의 형태에 의미가 부여되고 무언가가 담겼을 때, 정원주가 사라져도 정원은 남는다는 설명이다.

조경이라는 이름 대신 친근한 브랜드를 만들어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고자 했던 이범수 소장은 이제는 반대로 스스로를 ‘조경가’, ‘정원가’라고 소개한다. 오현주 소장은 ‘진짜를 조금씩 배워가는 느낌’이라고 한다. 1㎝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을 만큼 미적 디테일에 몰두하던 것에서 눈을 들어 그 너머의 가치를 본다.

무엇보다도 정원은 결국 자연을 소재로 하기에 식물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고 있다. 이상아 실장은 “특히 정원은 식물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에 사람이 발을 살짝 담그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며 “‘조경행위는 결국 자연 파괴의 행위’라는 말에 일정부분 동의하며 이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식물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라 생각하며 임한다”고 말한다.

안마당 더 랩은 ‘예술성과 대중성의 차이를 좁히며 그 중간 지점에서 일상 속 삶에 높은 질의 새로운 환경을 제안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한다. 보다 현실적인 목표는 테스트 정원을 갖는 것, 멋있는 작업을 하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한 보상이 따라와 직원들에게 더 많은 월급을 주는 것, 후배들이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멋있어지는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이라 오현주 소장은 덧붙였지만, 대화를 나눈 후 홈페이지에 쓰인 회사소개 글을 다시 읽어보니 가까운 미래에 목도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들]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것 
지속가능한 것,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나아질 수 있는  것
어느 것  자체에 집중하기 보단  그것이  주는 가치에 집중하는 것
보이는 것보다 느껴지는 것 (분위기)

​이런것들을 해나가기 위한 끊임없는 질문,  
그 질문을 통한 본질에 접근하는 일


안마당 더 랩

글·사진_정철언 녹색기자 · 한양대 공학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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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_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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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8709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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