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원·녹지 불균형 해소, 국가가 나서라
김한배 한국조경학회장·서울시립대 교수
김한배 회장((사)한국조경학회, 서울시립대 교수)
공원은 탈(脫)개발 시대에 국가가 담당해야 할 새로운 생활 인프라다. 공원은 국민 건강과 정서를 증진하고 도시 환경을 개선하며 계층과 세대를 넘어서는 사회적 완충 공간의 다양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공원 현황은 매우 양극화되어 있다. 모든 지역과 계층이 풍성한 공원·녹지 환경을 원하지만 기대만큼 주어지지 않는다. 전국의 공원 조성률 비교에서 자치단체 간 재정 자립도의 차이는 공원 녹지율의 차이에 그대로 투영된다. 공원 조성률이 가장 높은 서울시만 해도 1인당 공원 면적에서 최상위 종로구(61.17㎡/인)와 최하위 동대문구(2.90㎡/인)는 21배나 차이가 난다. 걸어서 갈 수 있는 '생활권 공원'의 공급률은 종로구와 금천구가 약 11.5배 차이를 보인다. 광역자치단체 간에도 서울과 충북은 4배 가까운 차이가 난다. 재정 자립도 국내 최하위의 한 도시는 아예 조성된 공원이 전무하다.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체계적 공원·녹지 공급이 절실하다.
최근 확정된 '공원일몰제'에 의해 앞으로 7년 후인 2020년까지 미(未)매입, 미조성된 모든 공원용지(약 85% 추정)는 도시계획에서 일괄 용도 해제되어 아파트 등 건설가용지로 바뀌게 된다. 이미 양극화된 한국의 공원 환경이 이대로 간다면 더욱 회복 불가능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지자체에 도시공원의 토지를 매입하고 조성하는 예산을 부담토록 한 구조 때문이다.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들로서는 자체 충당금 여력이 없어 공원용지가 해제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도로 등 '회색 인프라' 조성이 대부분 국가 예산으로 집행되는 반면 '녹색 인프라'인 도시공원이 중앙정부의 예산과 행정에서 제외되어 있는 것은 개발 시대의 잘못된 유산이다. 중앙정부가 직접 공원 행정과 예산의 실태를 파악하고 지원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이를 위해 지난 1년간 국내 조경계에서는 중요 지역 거점 공원을 국가가 직접 조성하는 '국가 공원' 제도의 도입을 추진해왔다. 동시에 주민 일상생활 환경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생활형 공원'을 늘리기 위해 공원 조성률이 저조한 지역 우선으로 주거지 인근의 미조성 공원용지나 대체 부지를 찾아내 일몰제 시행 이전에 국가가 매입하고 공원 조성을 지원해야 한다. 이를 통해 모든 국민이 즐기는 '환경 행복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 본 기고문은 5월 21일(화)자 조선일보의 오피니언 섹션 [발언대]에 게재된 전문입니다.
- 글 _ 김한배 회장 · 한국조경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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