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환경조경 예술축제의 활성화

김한배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공동운영위원장
라펜트l김한배 교수l기사입력2016-03-24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Series No.10


환경조경 예술축제의 활성화

: 조경과 현대미술의 만남




김한배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공동운영위원장


탈일상적 공간수요증대 우리의 공간적 삶은 '머무름'과 '떠남'으로 양분되는 것 같다. 전자는 거주, 고향, 일터 등으로 연상되는 일상적 정착의 공간, 후자는 이동, 출장, 여가 등으로 연상되는 탈일상적 여정의 공간으로 귀착된다. 조경은 일상적 거주의 공간을 안정되고 건강하게 가꾸고 일상을 떠나서 방문하는 여행의 공간을 이색적이고 풍요롭게 연출하여 왔다.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하면 한국의 미래 공간 수요는 인구통계학적으로 전자인 주거공간은 안정 내지 축소되어 가고 있는 것으로, 후자의 산업적 수요인 관광공간은 인구전반의 고령화와 함께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조경의 미래수요는 이들 늘어나는 관광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관광자원의 발굴과 조성에서 찾아낼 수 있다고 판단되며 조경계는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구학적 추계에 따르면 약 10년 뒤부터 한국사회의 고령화는 본격적으로 가속도가 붙기 시작할 것이라고 하는데, 벌써부터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들 베이비붐 세대는 1955년~1963년생의 한국전쟁 전후 인구폭증세대로 현재 우리나라 평균 은퇴시기인 55세의 전후 세대이다. 이미 1997년 IMF 사태 이후 서울근교의 온 산들이 등산객으로 넘쳐나는 것을 경험한 바도 있었지만, 최근에도 등산객이 급증하고 있고 단기 국내관광상품은 없어서 못 파는 세태가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일상적 여가시간에는 집근처의 공원이나 근교의 산에서 산책과 등산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이런 일상적 여가공간들도 이미 포화상태로 추가공급이 필요한 실정이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이들은 보다 본격적인 고품격 관광여가의 장소를 희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며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 또한 국가·사회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밝힌 '미래관광의 7대 트렌드 변화'를 보면, 관광자원의 새로운 주제로서 '문화(culture)'와 '체험학습(edutainment)', '마음학습(soul)'이 1, 2, 3위로 나타나고 있다. 즉, 이들 떠오르는 새로운 관광고객집단은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면서 지속적인 지적자극을 받고 결국은 마음의 치유를 통해 삶의 용기를 북돋울 수 있는 새로운 관광기반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카오스적 축제와 구도적 축제 관광이라고 하면 가장 두드러진 차별성은 비일상성의 추구이다. 이러한 비일상성이라는 것은 일상의 생활과 대비되는 이색적 환경과 상황과의 접촉을 추구하는 것이며 활동적 이벤트로 보자면 일탈을 목표로 하는 축제와 관련이 있다. 즉, 사람들은 관광활동을 통해 일상생활과는 차원이 다른 축제적 체험을 원한다. 일상의 실용적 생활에서 벗어나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하는 별세계인 축제적 경관과 행위를 찾아가는 것이 관광의 본질이며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축제를 우리말로 하자면 잔치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공동의 축제에는 두 가지의 형식이 있었다. 샤머니즘에 기반한 토속적인 대동굿이 하나이고, 또 하나는 유교적 교리에 기반한 엄숙한 형식의 제의가 있다. 전자는 화려하고 떠들썩하며 구경거리가 많아 흥분을 유발하는 카오스적 엑스터시를 지향한다면, 후자는 보다 내성적, 성찰적이며 자제와 긴장을 통한 구도적 승화를 지향한다. 이 두 가지 잔치는 매우 대비적 성격이지만 모두 우리 정신의 양면성에 대응함으로써 두 유형 각각이 정신의 치유와 고양에 효과적이며 상보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관광행위가 축제적 상황을 찾아가는 데 있어서도 앞서 축제의 두가지 상반된 유형을 적용하여 동적 유형과 정적 유형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관광이벤트에 있어서 양자의 대표적 예로 '정원박람회'와 '환경예술제'를 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조경이나 경관미학의 산물로 창출된 것이다. 양자 각각의 성격은 화려함과 고요함, 감각의 세계와 영혼의 세계, 떠들썩한 즐거움과 쓸쓸한 성찰, 인접도시와의 공간적 연장과 격리 등으로 대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들은 모두 환경을 주제로 한 축제로 볼 수 있지만 공통점과 함께 대비점을 갖고 있어 앞서 굿과 제의의 대비와 연결시킬 수 있을 것 같다.


함부르크 국제정원박람회, 세토우치 국제예술제_쿠사마 야요이 ‘노란호박’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는 한국에서 행해진 역대 박람회 중 최고수준이 아닐까 생각된다. 다 아는 바와 같이 순천만의 행사부지는 최근 산림청에 의해 국가정원 1호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순천만 이전에도 이미 우리는 2002년 안면도와 2009년 꽃지에서 순천만과 동급의 국제정원박람회를 주관하였고, 최근에는 경기도를 중심으로 한 국내정원박람회도 경험하여 다른 나라 못지않은 역량을 축적하여 왔다. 이제는 우리의 경관문화, 조경문화를 창조적으로 융합하여 세계를 감동시킬 만한 문화상품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할 단계이다. 차별성 있는 입지를 선정하여 연계관광을 유도하고, 주제의 선정과 전개도 시대와 지역정신을 반영하여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구태의연한 각국 전통정원 전시보다는 현시점에서 각국 조경문화의 최전선이 반영된 현대정원 전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런 과감한 혁신을 통해서만 세계적 정원 조경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고 세계의 방문객들을 끌어오면서 조경한국의 선도적 위상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국제정원박람회와 같은 떠들썩한 잔치도 중요하지만, 이와 대조적 성격의 차분하면서도 품격있는 본격 환경예술축제 또한 동시에 필요하다. 밝고 흥겨운 정원박람회와 깊고 성찰적인 환경예술제는 인간 영혼의 양면적 요구에 부응하는 것으로, 선택이 아닌 병행을 통해 국민전체의 다양한 감성적 요구에 균형 잡힌 만족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가까운 일본 시고쿠 지역에서 열리고 있는 <세토내해국제예술제2013(Setouchi Triennale)>는 3년마다 한번씩 봄, 여름, 가을의 3계절 동안 세토내해 바다의 '나오시마'를 비롯한 7개의 섬에서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사실 '세토우치예술제'는 원래 2010년에 처음 시작되었고 4개월간 국내외인 93만8천명의 방문을 기록하면서, 예상외의 성황으로 3년 주기의 예술제로 정착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2013년에 한국경관학회 해외경관탐사 행사를 통해 방문했던 기억으로 보아 아마 금년이 행사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일본의 예와 같은 건축과 대지, 현대미술의 만남도 예술제의 좋은 형식이지만, 경관과 현대조경예술 그리고 현대미술의 만남을 통한 예술제도 가능할 것 이다.

그간의 비약적인 조경발전을 통해 우리 조경가들 중에는 이미 예술가적 수준에 육박한 개인이나 회사들이 많이 축적되어 있다. 이미 정영선과 서안동료들이 선유도공원에서 보여준 예술적 역량을 비롯하여, 최신현의 대지예술적 시도(북서울꿈의숲)와 디지털예술적시도(서서울호수공원)의 성공, 신예그룹 중 김연금의 한평공원을 통한 사회조경적 실험들과 김아연의 본격 환경
미술적 실험들(사북 고한 아트인빌리지 프로젝트) 등을 볼 때 이미 한국현대조경은 현대미술에 필적할 수 있는 사고와 표현에 이르러있다고 판단되므로 외적 여건만 주어진다면 주체적인 사업추진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이들을 주체로 하여 경관과 지역사회, 조경이 결합된 예술적 실험을 통하여 추진되는 '환경조경예술축제'는 관광이벤트로서도 승산있을 뿐 아니라 조경 미래수요를 이끌어 낼 쇼케이스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라펜트는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과 함께 조경의 미래방향을 모색하는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를 매달 1회씩 게재하고 있습니다.  

 

미래는 현재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향방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조경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논의의 장으로서 조경인 모두의 관심과 함께 연재가 이어가기를 기대해봅니다.

 

*4월 필자는 성종상 교수(서울대 환경대학원)입니다.


 

_ 김한배 교수  ·  서울시립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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