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삼천리 금수강산의 보존과 관리

이창환 상지영서대 교수, 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
라펜트l이창환 교수l기사입력2017-09-20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Series No.28



삼천리 금수강산의 보존과 관리

: 문화재지역 생태자원에 대한 전통적 관리철학·기법의 도입




이창환 상지영서대학교 교수

(사)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



역사공간 내 생태문화자원의 보존과 관리에도 전통적 관리방안이 요구된다. 역사공간에서 생태자원은 주로 건축물 등의 배경이 되는 자연자원이어서 소홀히 다루기 쉽다. 그러나 우리조상들은 생태자원관리에도 철학이 있었다. 정문 바로 전면에 앞을 막는 큰 나무는 ‘한(閑)’자라 하여 기피했다. 집안 가운데 큰 나무는 인생이 고단해지는 ‘곤(困)’자라하여 기피했다. 이 글은 홍만선의 『산림경제』의 「복거총론 卜居總論」편에 전해진다.

몇 년 전 광화문 앞 광장은, 커다란 은행나무와 차선으로 이루어져 차가 주인공인 공간이었다. 일제가 심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광화문 앞의 가로수였던 은행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지금의 사람중심의 광장이 된 것은 한(閑)자가 기여를 했다. 지금은 성군인 세종대왕의 지혜와 이순신장군의 나라 지키는 충정이 함께하는 온 백성의 광장이 되었다. 앞으로 우리 민족의 앞길이 확 트이는 중심 광장이 되리라 확신해 본다.

우리는 생태자원을 자연스럽게 그냥 놔두어야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생태자원, 특히 수목은 무생물인 건축물과 달리 매년 성장하는 생물자원이므로 적절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대표적인 공간이 창덕궁이다. 조선의 5대 궁궐 중의 하나인 창덕궁은 한국인의 대표적인 자연관을 담고 있는 정원의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유산이 되었다. 궁궐 전체 면적의 70%가 정원으로 되어 있다. 창덕궁의 정원을 천연의 자연경관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여러 기록에 의하면 창덕궁은 인위적으로 식재되고 관리되었다는 기록이 많이 남아있다. 즉 나무하나 풀 한포기도 다듬고 가꿈을 알 수 있다.
동궐도 등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동궐도의 나무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다듬고 관리한 흔적이 남아 있으며 공간에 따라 식재의 패턴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왕비의 공간인 대조전 주변에는, 건물과 주변경관에 어두움과 위압감을 준다하여 대형목이 아닌 화분에 나무를 심어 가꾸었으며, 화계에는 안전성과 계절감을 느끼기 위해 초화류가 식재되었음을 알 수 있다.
대형목은 일정한 크기로 자라면 교체를 했다. 그밖에 궁궐 숲속의 나무들도 궁궐의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떨어지면 왕실 식구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나뭇가지를 정비하고 전지, 전정하였다.

그러나 근래에 우리는 생태환경의 가치를 지나치게 강조하다가 방치수준의 관리를 하여 태풍이 불면 가지들이 부러지고 나뭇잎들이 떨어져 폐허가 된 정원공간으로 변한다. 나무의 위험지, 도장지, 병약지 등은 정리하면서 각각의 생태자원의 수형적 특성을 볼 수 있는 경관으로 유도해야 한다. 문화유산지역에서의 생태자원은 ‘자연적 경쟁보다는 식물자원이 갖추고 있는 원형을 유지하는 것이다.’라고 한다. 소나무는 소나무의 수형을, 단풍나무는 단풍나무의 수형을 유지하도록 유도하고 정리 정비해야한다. 창덕궁 돈화문 행각 옆의 회화나무는 충신을 상징하며, 홍만선의 복거총론에 언급된 삼괴(三槐)에 해당하여 왕실을 들락거리는 신하들의 충절을 기렸던 나무이다. 그러나 수백 년 자라 이제는 행각의 건축물을 위축시키고 있다.
보호수로 보존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건축물과 어울리는 후계목으로 이어 가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이다. 필자가 중국을 처음 방문 한 것이 20년 전이다. 이때 자금성 오문 앞에는 노거수가 있었다. 최근에 다시 자금성을 방문했을 때 수년생의 회화나무로 교체되어 있었다. 자금성 관리에게 질문해 보니 자금성 오문은 궁궐의 정문으로 문으로서의 가치를 존중하며 건조물과의 조화를 위해 적당한 나무로 교체 했다고 한다. 우리의 돈화문 옆 노거수의 관리도 검토해봐야 하는 대목이다. 목조건조물 옆의 대형목은 건물의 보존과 조화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고려해 보아야 한다.


(좌)동궐도(1824년이후;고려대 소장본)에서는 공간별 식재 패턴과 수종 동궐도(1824년이후;고려대 소장본)에서는 공간별 식재 패턴과 수종 그리고 인위적으로 다듬고 가꾸어짐을 볼 수 있다. (우)근래에 교체된 자금성 오문(午門;南門) 앞의 회화나무 Ⓒ이창환

5천년 문화민족을 자랑하는 우리나라는 우수한 많은 문화재 자원을 갖고 있다. 문화재 구역의 대부분은 생태자원으로 주변 경관이 구성돼 있어, 우리의 전통경관에 어울리는 식재패턴과 수종 선정, 그리고 이에 걸맞는 전통적 관리수법이 요구된다. 외래수종은 제거되어야 하며, 이에 더하여 식물자원에 대한 지나친 보존 일변도의 문화재 보존은 재고해 볼 때이다.

『조선왕조실록』, 『양화소록』, 『임원경제지』, 『산림경제』, 각종의궤 등 많은 문헌에는 우리민족의 자연관과 생태관이 담겨 있다. 삼천리 금수강산의 보존과 관리를 위하여는 이들 문헌에 근거한 생태관에 기초하여 전통적 생태문화 자원의 보존과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우리민족의 자연관과 철학관을 이해하는 진정한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정원을 보고 느낄 수 있다. 




라펜트는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과 함께 조경의 미래방향을 모색하는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를 매달 1회씩 게재하고 있습니다.  

 

미래는 현재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향방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조경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논의의 장으로서 조경인 모두의 관심과 함께 연재가 이어가기를 기대해봅니다.

 

*10월 필자는 김현선 홍익대 교수입니다.


_ 이창환 교수  ·  상지영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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