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일본 사도 따오기와 공생하는 사토야마 [라펜트 조경뉴스]

[녹색시선] 일본 사도 따오기와 공생하는 사토야마

백승석 논설위원(한국농어촌공사 과장)

라펜트l백승석 박사l기사입력2017-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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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도 따오기와 공생하는 사토야마

글_백승석 과장(한국농어촌공사)

2017년 12월, FAO(국제식량농업기구)로부터 희소식이 들려왔다. 하동 전통차 농업시스템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소식이다. 우리나라로는 3번째, 세계적으로는 40번째이다.

하동 전통차의 전통적 재배 및 재다기법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하동지역과 하동 전통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관심 역시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된 유산들이 어떤 농업유산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일본은 현재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8개가 등재되었다. 이번에 소개할 유산은 2011년에 등재된 “사도 따오기와 공생하는 사토야마(里山)”이다.

사도시는 니가타 현에서 약 60㎞ 떨어져 있는 섬으로, 두 개의 산맥이 가로지르고 섬 중앙에는 넓은 평원이 있어 산림·농업·해안 경관이 공존하고 있다. 사도 섬은 약 1,700년 전부터 논 농업이 이루어졌고, 아름다운 사토야마(里山)의 경관이 형성되어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어온 친환경 논 농업에 의해 일본사람들이 좋아하는 따오기(Wild Japanese crested ibis)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었다.

따오기

ⓒGIAHS proposal of Sado's satoyama in harmony with Japanese crested ibis

(http://www.fao.org/giahs/giahsaroundtheworld/en/)

일본사람들은 예부터 아름다운 깃털 때문에 따오기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그러나 메이지 시대부터 따오기가 급감하여, 니가타 현에서 1926년 따오기가 멸종되었다고 보고되었으나 1931년 사도 섬에서 따오기 서식이 발견되었다. 따오기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서식장소와 더불어 먹이가 매우 중요하였다. 그래서 사도 섬 따오기의 생존을 위해서는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친환경적인 논의 복원과 산림 보호가 필수였다.

사도 섬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었던 요인은 따오기를 중심으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농업환경을 보전하여, 사도 섬만의 독특한 농업문화가 계승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농업환경 조성을 위하여 논 경작에 필요한 용수를 제공하고, 따오가 먹이를 찾을 수 있는 에(江) 즉 도랑을 설치하여 쌀 생산뿐 아니라 생물다양성까지 확보하였다. 에(江)는 미꾸라지, 올챙이 등 생물체가 서식하는 비오톱으로 생물체가 연중 서식이 가능하여, 따오기의 먹이 공급처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에(江), 에(江) 단면

ⓒGIAHS proposal of Sado's satoyama in harmony with Japanese crested ibis

(http://www.fao.org/giahs/giahsaroundtheworld/en/)

사도 섬에서만 볼 수 있는 전통 농업문화는 구루마 모내기이다. 모내기 전 술과 음식을 차려놓고 신에게 제사를 지낸 후 모내기를 시작한다. 모내기 방법은 논 중앙부를 중심으로 둥글게 모를 심는 독특한 전통농법이 현재까지 계승되고 있다.

구루마 모내기 풍경

ⓒGIAHS proposal of Sado's satoyama in harmony with Japanese crested ibis

(http://www.fao.org/giahs/giahsaroundtheworld/en/)

일본 사도 섬의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가 주는 가장 큰 의미는 오랜 역사를 지닌 전통적 농업시스템을 보호하고 현재까지 계승함으로써, 생태계 보전뿐 아니라 경제적 효과까지 발생한다는 점이다. 따오기라는 생물체 보호를 위해 전통 농법을 유지하고, 주변 생태환경까지 보호한 결과, 독특한 농업문화가 계승되고, 주민 생계유지를 위한 식량 생산과 경제적 활동까지 가능하였다.

우리나라는 농업유산 중 유형적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유형적 산물에 치중하다 보니, 농업유산에 내포되어 있는 농업기술, 생물다양성, 농업문화 등 무형적 가치를 놓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우리도 농업유산 개념을 인간과 농업, 자연이 서로 공생하면서 순환하는 농업 시스템적 관점처럼 다양한 무형적 가치가 연계되는 과정에 나타나는 가치까지 인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