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A Little Journey’ 최재혁·김원희 가든디자이너

2018 세계가든플라워쇼 ‘최우수상’ 수상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8-10-25
최재혁·김원희 정원디자이너는 일본 나가사키현 하우스텐보스에서 열리는 2018 세계가든플라워쇼에서 ‘A Littel Journey’라는 작품으로 최우수디자인상을 수상했다.

이 두 사람의 협업으로 탄생한 정원은 사람이 인생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장면들을 작은 공간 안에 다채롭게 구현해낸 작품으로, 요소요소마다 특징적인 공간구성과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적 특성을 활용한 아름다운 식재로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최재혁·김원희 정원디자이너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요.

최재혁(이하 최) : 감사합니다. 첫 해외 정원박람회 출품에서 좋은 성과가 있어서 기쁩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함께 작업한 김원희 작가님과 일본 시공사, 그리고 박람회 주최측에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김원희(이하 김) : 해외에서의 첫 작업이었던 터라 완성을 잘 하는 것을 목표로 했었는데 수상까지 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일본 세계 가든플라워쇼에 참석하게 되신 계기와 함께 작업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 2017년 코리아가든쇼 수상을 계기로 하우스텐보스 정원박람회 참여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하우스텐보스 정원 박람회는 그 규모와 예산이 축소되고 있는 추세에 있어서 해외작가의 참여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1년간 주최측과 꾸준한 서신을 주고받으면서 참여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들을 찾아나갔습니다. 주최측과의 소통과 협의 과정에서 김원희 작가님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평소에 김원희 작가님의 플랜팅 작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라 이번에 협업해주시길 부탁드렸고, 자연스럽게 한 팀으로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 평소 최재혁 작가의 설계 스타일을 좋아하기도 했기 때문에 협업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외국에서는 설계와 식재 디자인의 협업 형태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고, 저도 한 번 해보고 싶은 작업이었습니다, 이번 가든쇼의 콘셉트가 ‘꽃이 만발한 정원’이어서 그 취지에도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공동으로 작업하시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어떤 식으로 작업을 이어가셨나요?

 : 한국에서 두세 차례정도의 미팅을 통해 정원의 콘셉트를 정했습니다. 세부적인 디자인의 경우, 저는 주로 정원의 골격과 시설물을 디자인 하고, 김원희 작가님은 식재 디자인을 맡았습니다. 주최측에 미리 시공도면을 보내서 시공사 견적을 받았고 몇 차례 조율과정을 통해서 디자인을 확정하였습니다. 박람회 현장에서 함께 작업을 할 때에는 서로의 스타일을 존중하면서 교점을 찾아가고자 노력했습니다. 디테일한 부분들은 상호간의 스타일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정원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어떻게 끌어갈 것인지에 대한 대화를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 협업은 굉장히 즐거운 작업인 것 같습니다.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해 서로 마음이 열려있었고, 배려를 하며 수월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처음 디자인단계부터 함께 했기 때문에 의견을 조율해가며 진행했습니다. 식물선택은 제가 전담하여 선택하는 형식으로 진행했습니다.


‘A Little Journey’ 정원 소개 부탁드립니다.

 : 우리는 흔히 인생을 하나의 여정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힘들고 슬픈 시절도 있고, 기쁘고 환희에 찬 시절도 있지요, 또 순간순간 웃음을 주는 작은 일들도 있습니다. 우리들의 인생이 한편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된다면 참 좋겠습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보통 사람의 인생을 ‘하나의 작은 여정’에 빗댄 정원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정원에 들어서면, 거친 돌밭을 지나게 되고, 이어서 작은 기쁨을 주는 샘을 만납니다. 그 너머로 로맨틱한 화원이 있고, 그 건너편에는 아름다운 노을이 지는 잔잔한 억새언덕이 있습니다. 이런 공간 구성을 통해, 젊을 시절부터 황혼에 이르는 인생의 흐름을 표현해보고자 했습니다. 

 : 정원을 산책하다보면 인생에서 접할 수 있는 장면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우리 인생은 험한 길을 걸을 때도 있고, 물가에서 쉴 때도 있고, 꽃이 만발하는 화양연화의 시기도 있고, 언덕을 넘는 시기도 있습니다. 시련을 지나면 좋은 일이 오고, 생각지 못했던 일을 만나게 되는 다양한 장면들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정원에 들어서면 자갈과 바위로 길이 나있습니다. 바위 사이사이에 흑맥문동과 패랭이를 식재했고, 자갈길 뒷면에는 세덤을 패턴화해서 식재했습니다. 조금 지나면 있는 만날 수 있는 연못주변은 고사리류와 비비추, 카렉스, 아이비 등을 통해 내추럴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정원 왼쪽에는 색감이 좋은 미니 코니퍼를 활용해 그린 톤의 차이를 준 그린컬러정원으로 연출했습니다. 메인 언덕에는 마타리, 자엽베롱나무, 자엽국수나무, 페니쿰 등을 사용하여  색감을 살렸으며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는 식물들이 아름답습니다. 언덕 너머의 꽃밭은 세이지나 라벤더 등 블루 톤의 꽃밭으로 꾸렸습니다. 간간히 화이트 톤의 추명국이나 화이트장미로 밸런스를 맞춰서 푸른색을 돋보이도록 연출했습니다. 그곳에서 구할 수 있는 식물은 보통 20-30㎝ 사이가 많아 50-70㎝정도 되는 식물을 조금씩 섞는 변화를 주어 입체감을 살렸습니다.

정원에서 볼 수 있는 프레임과 의자는 최재혁 작가님이 끈으로 작업하고 페인트칠을 했습니다. 디테일하게 작업해주셔서 아름다운 정원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김원희 정원디자이너


가까운 이웃나라라지만 기후여건이라든지 식물의 수급, 행정시스템 등 어려운 점이 있었을 것 같은데, 작업 여건은 어땠나요?

 : 정원을 조성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역시나 식물 수급이었습니다. 거래처가 전무한 상황에서 주최측의 소개를 통해서 몇 군데의 식물 농장을 직접 방문하여 식물의 상태와 가격을 체크해야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특히 김원희 작가님이 큰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한두 군데의 농장에서 식물을 전부 구매할 수 도 있었지만, 생각한 정원의 풍경을 최대한으로 연출하기 위해 서너 군데 이상의 구매처를 방문한 뒤 식물을 수급했습니다. 그 결과 한국에서 작업할 때 못지않게 다양하고 좋은 식물재료를 수급할 수 있었습니다.

 : 하우스텐보스는 바다를 매립한 지역으로 바람이 많이 불어 운동감을 살릴 수 있는 식재를 할 수 있는 여건이었습니다. 재료비 절감을 위해 현지에서 식물을 구입하겠다는 의사를 전했었는데, 대부분 가정원예를 대상으로 하는 곳이어서 식물 사이즈가 작았습니다. 하우스텐보스측의 도움을 받아 몇 군데 농장을 더 찾아다닌 결과, 운 좋게 높이가 있는 식물들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대상지는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으로, 정원에 바람이 불면 정면 언덕의 식물들이 흔들리는 모습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하우스텐보스는 관람객이 오는 리조트이기 때문에 휴일은 전혀 작업할 수가 없었습니다. 주말과 휴일에 쉴 수 있었기 때문에 지치지 않고 작업할 수 있었고, 작업시에는 시공사(나가무라조원)에서 여러 가지로 배려해주어 문제없이 잘 진행되었습니다.


정원을 구상하고 조성하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이 있다면?

 : 크게 볼 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로는 주변 환경과의 조화입니다. 경관적으로 조화를 이룰 뿐만 아니라 생태적으로도 조화를 이루어 주변 환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정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번 박람회와 같이 특정 주제를 가지고 한시적인 정원을 만드는 경우 예외가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두 번째는 사람, 즉 이용자의 입장을 고려하는 것입니다. 보기 좋은 정원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랫동안 편안하고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정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끔 작가적 태도에 도취될 경우 이런 점을 간과할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 빠지지 않는지 스스로 돌아보면서 작업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특히 외부공간에 정원을 만드는 경우에는 운동감과 입체감을 생각하고, 선 그리고 세련된 컬러를 통해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닌 아름다운 정원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정원을 의뢰하는 사람의 의도를 충분한 대화로 이해하고 저의 감각으로 풀어내는 작업입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신뢰가 쌓이고 서로가 만족하는 정원으로 완성할 수 있습니다. 정원은 만드는 과정이 행복해야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분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 정원디자이너로서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생각을 조금씩 실천해 나가고 싶습니다.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모던한 정원을 나름의 방식으로 계속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배워야할 것도 경험해야할 것도 아직 많다고 생각합니다. 해외 박람회에 참여할 기회가 또 생긴다면, 조금 더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정원을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입니다.

 : 첫 번째 책 『세계의 정원 디자인』이 학교에서 교재로도 쓰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기획이 안 되었던 책이었기에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정원 일을 하면서 책이나 세미나등을 통해 해외정보등를 전달하는 역할을 계속 하고 싶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통해 공간을 아름답게 하는 일 또한 지속해나갈 계획입니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다른기사 보기
jj870904@nate.com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