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론] 반려식물과 조경산업의 미래

글_안영애 논설위원(안스디자인 대표)
라펜트l기사입력2019-04-11
반려식물과 조경산업의 미래


_안영애(안스디자인 대표)




산업은 사회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사라지기도, 새로이 등장하기도 한다.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젊은 조경가이자 정원디자이너에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지금은 ‘먹방’이 대세이지만 10년 이내에 조경이나 정원가꾸기가 우리 사회의 이슈로 부상이 예상되는데 당신이 미래세대의 주인공이니 그 때를 대비하고 꿈을 펼치십시오! 라고. 먹방으로 인한 간편식 시장 규모가 년 4조로 커졌다고 한다. 4조원을 2,000만 인구로 환산해보면 1인당 200,000원 정도이다. 물론 음식은 생존필수조건으로 지출이 불가피하지만 사람이 빵만으로 살 수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현재의 공공공간, 공동주택 등 한정된 시장에서 전 국민이 대상이 되는 시대를 올 것이므로 이러한 변화를 좀 더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작지만 변화의 징후는 보인다. 가끔 가는 대형매장에서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식물과 반려동물 관련 상품전시이다. 필수적인 상품이라면 굳이 매장위치가 중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전략상품이라면 얘기는 다르다. 전략상품이라면 말 그대로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시장 아닌가? 계절적 요인도 있지만 점점 매장 규모가 확대되고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음을 갈 때 마다 느낀다. 우리가 생각하는 조경 산업이 건설만이 아닌 우리 실생활에 들어올 시간이 머지않았다. 반려동물 못지않게 반려식물시장이 성장하겠지만 공간적으로 제한적인 반려식물에서 보다 확대된 조경의 효과적, 지속적으로 연계한 산업화로의 발전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조경은 자존감 있는 인테리어

얼마 전 정원공사를 위해 시장 자재조사를 한 적이 있다. 좋아 보이는 수목 중 상당한 수량은 모두 立稻先賣되었는데 구입처는 조경/정원 시공자가 아닌 인테리어 시공업체였다. 근래 인테리어 리모델링 추세는 기존의 공사형태는 많은 시간, 즉 비용이 드는데 반해 식물을 이용한 설치, 전시는 시간과 비용이 절약되는 등 경제적, 효과적이어서 식물을 이용한 리모델링을 많이 한다고 한다.

재료로는 관엽식물 몇 개를 구입해 전시하는 것이 아닌 전혀 색다른 식물을 구입한다고 한다. 서울에서 월동이 불가능한 식물을 이용하거나 자연에서 성장한 목본 야생화, 수형을 중시한 식물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규모 군식용 상품이 아닌 시간이 만들어준 자연스러운 수형의 수목은 상당히 고가로 판매되고 있다. 수년전 대형백화점의 고급 식당에서 시작한 자작나무를 이용한 인테리어가 인기를 끌었었다. 그러자 실제 자작나무 줄기에 인공 잎을 한 땀 한 땀 붙인 자작나무를 인테리어에서 빠질 수 없는 아이템으로 이용하기도 했었다. 그 시장이 지속적으로 발전하지 못한 이유는 인공이 주는 한계가 아니었나한다.

근래에는 인공식물을 어찌나 잘 만드는 지 겉으로 보기에는 자연보다 더 정교하기도 하다. 그러나 촉감을 이용하면 진위를 알 수 있다. 인공식물은 초기에 그 기술에 감탄하지만 이를 소중히 가꾸어야겠다는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 그것은 하나의 편리한 상품일 뿐 거기에는 내가 들어가 있지 않다. 실제 자연이라면 내가 이를 살펴야 한다는 상호보완적인 관계성, 그리고 나의 존재감이 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시장과 엇박자가 아닌 시장을 함께 가는 설계

이 봄, 사무실에 장시간 앉아 수많은 고민을 하고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람도 쏘일 겸 우리의 주요한 설계요소인 식물소재 시장을 한번 들러보기를 권하고 싶다. 전에는 소나무(장송)을 견적가로 시공하였는데, 소나무가 남다른 경관을 만들어주니 수요가 높아지고 견적가가 아닌 물가지에 게재되었다. 다양한 자생식물의 대량적용은 자생식물을 물가지에 게재하였듯이 우리 주변에는 상품화가 가능한 많은 식물이 있다. 외래 수종의 반입은 일부 자생수종에 해를 줄 수 있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토양 속에 묻혀오는 수많은 危害害蟲, 매토종자가 아닌가 한다. 만들어진 시장에 우리가 따라가기보다 우리가 시장을 선도적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현장을 중시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답은 현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작년 초 수목생산하시는 분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설계자는 보다 더 다양한 품종을 갈구하지만 사실 설계 때문에 다양한 품종이 재배되지 못함을 알았다. 그만큼 시장을 형성하고 시장을 키우는데 설계자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조경을 처음 시작하였을 때 철쭉종류는 다양했는데 요즘은 몇 종류로 통일되었다고 한다. 설계에서 몇 종류의 철쭉만을 대량으로 설계에 반영한 결과, 수요가 없는 수종은 그야말로 자리만 차지하여 굴삭기로 폐기한다는 것이다. 시장 선호식물만을 재배하다보니 이제는 다양한 철쭉을 찾기 힘들게 되었다. 회양목가격이 폭락해 갈아엎었는데 막상 시공할 때가 되니 공급이 부족해져 시공하면 할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이다. 이제 조경도 수요공급을 조절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배추나 무처럼 수급조절이 안되어 폐기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것은 1년생 작물이고, 작은 관목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적어도 수년간의 시간과 노력이 투입된 것을 감안한다면 가슴이 아프다.

조경업의 발전을 위해 발주자, 시공사, 설계자들이 모여 여러 현안을 의논하지만 앞으로는 생산자도 함께 만나 중장기적인 자재수급을 고민하여야 할 것 같다. 한 종류만 재배하는 편향된 시장에서 다양한 재배를 통해 설계 폭을 넓혀 풍성한 경관을 조성하고, 새로운 유행을 선도하듯 색다른 경관으로 시장을 확대하기를 바란다. 앞으로 5, 10년을 보고 지금부터 전략수종을 키우고 이를 기반으로 시장을 확대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여 자작나무처럼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진정 식물을 활용하여 지속적인 발전을 위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정원박람회는 소재의 산업화에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활용이 효과적이지 못해 아쉽다. 영국처럼 신품종을 개발하지는 못할지라도 좀 더 혁신적인 경관조성을 위한 다양한 식물종이 반영되기를 바란다. 사계절이 있어 선택의 폭이 큰 만큼 산업화의 폭도 크지만 개최와 평가 시기가 같아서 작가 입장에서도 보이지 않은 계절까지 표현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자치단체의 후속 작업이 이어준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식물소재는 꽃, 단풍만이 아니라 수피, 색감, 질감, 수형, 시기 등 소재의 총체적인 특성을 감안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풍년화. 이른 봄경관을 위해 우리는 보통 산수유를 식재한다. 그런데 봄철 경관조성을 위한 다양한 수종이 생산된다면 설계, 경관도 풍성해지지 않을까 한다. / 별난식물원, 정성호 촬영




부드러운 느낌의 부탄소나무. 우리는 소나무와 함께 태어나고 소나무와 함께 죽는다. 우리나라 토양, 기후, 문화에 소나무가 가장 적합하나 소나무를 대체할 수 있는 상록교목이 있다면 좋지 않을까? 스트로브잣나무로 대체해서 사용한다면 부탄소나무도 가능하지 않을까? / 천리포수목원, 최창호 촬영


똑같은 경관이 아닌 차별화된 경관

우리나라 공동주택의 조경을 보자. 법규를 맞추고 시장성, 시공성만을 고려한 결과 많은 공동주택조경의 조경 평가는 얼마나 큰 규격의 소나무가 얼마나 많이 식재되었는지, 고가의 수목을 얼마나 심었는가가 기준이 되었다. 이제는 다른 관점에서 평가가 되었으면 한다. 다른 단지와의 ‘차이’를 찾는다면 ‘양’의 차이가 아닌 ‘질’의 차이로 평가를 받는 때가 왔으면 한다. 아름답고 섬세한 경관, 사계절 특징을 잘 살린 경관, 새와 나비가 날아드는 조경이 진정 아름다운 환경이 아닌가? 고가의 수목, 준공 후 가동도 하지 않는 고가의 시설물을 설치해놓은 그림 같은 수공간이 평가의 기준이면 곤란하지 않을까 한다. 그렇다고 현실을 무시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고 현실을 고려하면서 조금씩 변화를 준다면 이 기준도 언젠가는 달라질 것이다. 설계 시 익숙한 수종만을 계속한다면 경관 자체가 개성이 없고 자재산업 역시 발전하지 않을 것이다. 도전은 아름다운 것! 익숙한 경관과 새로운 경관의 안정과 변화는 우리 마음을 풍부하게 해줄 것이다.
글·사진 _ 안영애 대표  ·  안스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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