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푸른 조경으로] 미세먼지와 녹지확충사업

홍석환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홍석환 교수l기사입력2020-02-23

미세먼지와 녹지확충사업



_홍석환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최근 미세먼지는 전 국민적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국민들은 미세먼지에 대한 언론의 부추김과 시각적 인식가능성으로 인해 다른 어떠한 환경오염보다 더 강력하게 우리를 위협한다고 느끼고 있다. 그러나 언론의 호들갑과 국민의 관심증대, 이에 따른 공포감과는 달리 1990년 이후 최근까지 거의 모든 지역에서 미세먼지 농도는 꾸준히 개선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의 경우 1990년대 중반까지 PM10 농도가 80㎍/㎥을 넘기던 것이 2010년 이후부터는 50㎍/㎥ 아래로 떨어져 단기간에 현저히 개선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이 비단 서울만이 아닌 전국의 모든 대도시에서 미세먼지오염도가 과거에 비해 현저히 낮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미세먼지 공포는 날로 심각해져가고 있으며 마스크 없이 외출하기 어려운 심리적 공포가 모든 국민들에 강하게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주요 대도시 미세먼지(PM10) 농도 변화추이(1995~2017) (자료: 에어코리아)

실제 미세먼지농도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음에도 시민들의 공포가 더욱 증가하는 것은 호흡기 질환의 상승에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주변 사람들이 호흡기질환에 시달리거나 사망하는 사례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기간 동안 미세먼지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미세먼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호흡기질환과 심장질환은 반대로 꾸준히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 주요 심장질환과 호흡기관련 질환의 발병자 수와 사망률은 꾸준히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위와 아래의 그래프로 살펴본다면 ‘미세먼지농도가 감소하면 호흡기질환이 증가한다’라는 이상한 논리가 성립하게 된다.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 좀 더 냉철해질 필요가 있는 이유이다.


우리나라 주요 호흡기질환 및 심장질환 사망률 및 발병자 수(1995~2017) (자료: 통계청)

위에서 간단한 자료를 보여준 것은 최근 미세먼지의 공포와 함께 벌어지고 있는 조경계의 현상을 설명하기 위함인데, 녹지 확충이 도심 미세먼지 저감의 훌륭한 대안이 될 것이라는 맹목적 신뢰에 대해 조경가들이 좀 더 냉철한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도심 미세먼지를 녹지조성을 통해 해결하자는 주장이 조경계에서 강하게 대두되고 있고, 이와 관련한 연구과제가 쏟아지는 상태이다. 성급하게는 효과가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벌써 다수의 지자체가, 정부가 미세먼지저감숲 조성사업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모든 사례에서 적용되지는 않겠지만 최근 2년 동안 연구했던 결과를 간단히 설명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 대도시의 미세먼지 배출원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곳은 도로, 즉 특정 지점에서 관리할 수 없는 비점오염원이다. 당연히 미세먼지 저감 관련 관심은 도로에 쏠릴 수밖에 없는데 전통적으로 미세먼지 저감과 함께 보행자의 보행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양호한 가로녹지의 조성은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바였다. 그런데 2013년 Vos 등(Improving local air quality in cities: To tree or not to tree?)에 의해 진행된 새로운 모델링 결과는 가로녹지의 미세먼지 저감효과에 대한 많은 논란을 불러왔다. 다만, 당시에도 모델링에 적용한 수식의 차이가 결과를 다르게 만들고 있어 현장검증이 필요함을 역설하였는데, 아쉽게도 현장검증은 아직까지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물론 도심의 다양하고 복잡한 환경여건으로 인해 검증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님에도 아쉬움은 많았다.


가로녹지, 특히 교목의 식재가 미세먼지를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Vos et al., 2013).
도로의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서는 차단벽을 설치해야 하지만 도심 도로에서 차단벽을 설치할 수는 없다.

당연히 양호한 가로녹지가 미세먼지 저감에 효과가 높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녹지가 양호하게 조성된 지역을 선정하였다. 전통적 관점에서 매우 양호하게 가로녹지가 조성된 지역 중 하나인 부산시청 앞 가로녹지를 대상으로 미세먼지농도를 측정한 결과는 생각과는 달리 가로녹지가 조성된 보도 내부에서 농도가 가장 높았으며, 반대로 가로녹지가 조성되지 않은 지역의 도로가 가장 낮은 현상을 보였다. 두 곳의 PM10 농도차이는 차량통행이 많은 주중에 무려 25㎍/㎥으로 오염물질 배출원인 도로보다 보도가 현저히 높은 수치를 보였다. 보행환경 개선을 위한 가로녹지 조성이 오히려 미세먼지를 증가시키는 원인이 된 것일 수도 있다는 결과이다. 물론 복잡한 환경에서 이러한 연구결과는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겠지만, 앞서 말한 대로 도시에 조성하는 숲이 미세먼지 저감에 효과적이라는 이유로 도심 녹지를 확대하자는 주장 또한 조심스러워야 하는 이유로는 충분하다.


부산시청앞 가로녹지. 도로와 보도를 차단하는 띠녹지와 가로수가 2열로 양호하게 식재되어 있다.

이러한 결과들은 최근들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중국은 베이징 일대를 대상으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숲을 조성해 왔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대규모 녹지를 조성하였다. 그 결과 이들 녹지가 바람흐름을 방해하여 도심에서 발생한 대기오염물질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가두어 오히려 미세먼지농도를 증가시켰다는 연구결과가 작년 가을에 발표되었다. 녹지의 미세먼지 저감효과는 미미한 반면 외부 유출을 차단하는 방풍림 기능이 강화된 탓이다.

예로부터 우리가 마을 주변에 나무를 심는 주된 이유는 바람을 가두기(藏風) 위한 방편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마을 내부의 따뜻한 바람을 가두고 외부의 찬바람을 막아 생활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었겠으나 마을이 오염원이 된 지금은, 반대로 오염물질을 가두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심의 녹지확충은 매우 중요한 사업임에 틀림없으나 객관적 결과 없이 진행하는 미세먼지 관련 녹지확충사업은 오히려 향후 우리에게 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녹지조성사업의 성급한 시행 이전에 관련 연구가 심도 깊게 진행되어야만 하는 이유이다.
_ 홍석환 교수  ·  부산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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