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에서의 ‘공공성’ 확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한국건축가협회 도시재생위원회, 도시재생세미나 개최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0-08-04


도시재생에서의 ‘공공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공간설계적 관점에서, 혹은 사회적 관점에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는 장이 마련됐다.

한국건축가협회 도시재생위원회는 ‘공공성’을 주제로 도시재생세미나를 지난 22일(수)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했다. 세미나는 코로나19로 인해 미리 신청을 받아 소수의 인원만이 참석했으며 사회적 거리를 두었다.

이날 발제에는 ▲사유하는 공공공간(전성은 전아키텍츠 대표) ▲사회적 과정으로의 공공성(김종대 디자인연구소 이선 대표) ▲도시와 그 마을, 대립하는 공공성(한광야 동국대 교수)가 있었다.

전성은 전아키텍츠 대표는 “사람들이 도시에 모이는 이유는 직접 소유하지 않아도 누릴 수 있는 것이 많기 때문”이라며 경험과 관계의 연결이 도시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공공성’을 공공건축이나 공공인프라에만 국한하지 말고 사유공간과의 ‘경계’에서 찾아보자는 의미에서 ‘넛지’ 개념을 건축에 접목해 설명했다. 넛지는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으로, 경제적 인센티브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도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 시대의 공공은 ‘공유’의 개념이 강하다. 공공은 내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커 누군가가 관리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나, 공유는 쌍방간 합의와 존중이 전제되고, 스스로 관리하면서 나누는 개념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따라서 공공성을 바라볼 때 ‘소유’의 개념으로 공공성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 대표는 “대가 없이 사람이 움직이지 않기에 사유재산의 일부를 내놓았을 때 다같이 공유됨으로써 공간의 경험을 풍부하게 하고 사회경제적 상호작용을 촉진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도시는 활력 있고 탄력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건축적 넛지에 대한 사례로 고덕강일10블록 설계안을 꼽았다. 시유지를 시행사에 팔아 SH의 땅이 된 이곳에 새로운 건축이 공간에 들어섬으로써 주변영역과의 연결 가능성을 가지도록 영향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 안이다.

우선 경계를 느슨하게 설계했다. 프라이버시를 유지하면서 공공에 열어주기 위해 10m 보행통로를 30m로 넓히고 메타세콰이어길과 조경을 통해 사람들의 다양한 속도에 맞춰 갈수 있도록 했다. 이 통로가 공공성의 공간이 된 것이다. 아파트의 담을 헐고 작은 위요공간들을 만들어 사유지와의 경계를 허물어버리기도 했다.

또한 불확정 다가치의 공간을 만들었다. 도시는 사람들의 활동에 의해 장소의 생성과 소멸과정을 겪기에 사람들의 다양성에 반응할 수 있는 다가치의 공유공간, 사용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스마트 반응체와 연동돼 이용자를 분석해 공간을 재편할 수 있는 ‘넛지’공간이다.

전 대표는 “전체에 주목하기보다 개인 활동에 주목해야 한다. 꼭 모두의 장소일 필요는 없다. 어떠한 장소에 사람들이 자주 찾게 되면 반복과 패턴이 생기고, 공동체는 자연스럽게 생긴다. 건축가와 도시계획가는 그릇을 만드는 것”이라며 “건축이 할 일은 반복적 일상 속에서 사랑받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저마다의 개성으로 사람들을 맞는 다양한 공공공간이 많아짐으로써 도시생활의 질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김종대 대표는“공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인식에서 해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소수 엘리트의 독단보다는 다수 집단의 협력과 소통이 일어나는 ‘사회적 과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모든 사람들이 예술가이며 창조할 수 있다는 문화민주주의적 측면에서 도시재생이 일어나야 하는 것이며 우리나라 도시재생 프로그램도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김 대표는 도시재생에서의 건축가는 일반인들이 숨겨진 예술성을 발위할 수 있도록 돕는 ‘문화 매개자’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사례로, 똑같은 디자인의 간판을 상인 개개인의 이야기가 담긴 간판으로 바꾼 것을 들었다. 고객들이 독특한 간판을 보고 의문을 가지면 상인은 물건 대신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이야기를 파는 시장이 된다.

매개자는 주민과의 소통을 통해 주민들이 원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해야 하며, 필요한 것을 뽑아내 우선순위를 고려한 공간구성을 하는 것이 그 역할이다. 이때 “공간 디자이너와 이야기를 모으는 사람이 분리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그곳의 주민들이 ‘이 디자인 내가 했어, 내가 만든 거야’라고 말하는 것이 좋은 도시재생”이라며 시간이 걸릴 지라도 사회적 과정을 거친다면 도시재생사업이 성공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한광야 동국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도시의 공공성과 마을의 공공성이 충돌할 수 있다. 소유와 기능, 믿음과 생활방식, 도시정책과 마을의 가치, 어바니즘과 공공공간 측면에서 충돌이 발생할 때 어떻게 공생할 것인가에 대해 교류, 소통, 협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지속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최근 마을의 다세대, 다가구주택 등 저층주거지가 미술관이나 카페, 도서관 등 공공기능을 가진 공간으로 변모하는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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