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팬데믹, 조경의 공공리더십을 발휘할 것”

[인터뷰] 조경진 (사)한국조경학회 회장
라펜트l기사입력2021-01-22
기후위기, 미세먼지, 재해, 팬데믹 등 전세계는 위기에 직면해있다. 이러한 시대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경분야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일까?

조경진 (사)한국조경학회 신임회장은 “팬데믹 이후 사람들은 숲과 공원을 찾기 시작했으며 기후위기는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을 요청하고 있다. 조경은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해 다양한 해법과 전략을 내놔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고민은 2022년 한국에서 열리는 IFLA 세계총회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공론화될 예정이다. 2022년은 학회 창립 50주년으로, 한국조경사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전환점이 될 해이기도 하다. 과거 50년을 되돌아보고 미래 50년을 내다보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경진 (사)한국조경학회 회장


앞으로 2년간 조경계를 이끌어나가실 리더가 되셨다. 소감과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한 마디 부탁드린다.

전 세계가 기후위기, 팬데믹 등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생태계가 파괴가 질병, 기후, 경제문제까지 야기했고 이것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기후위기는 생태계의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을 요청하고 있다. 조경은 기본적으로 늘 자연생태를 존중하고,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지향해왔다. 우리가 갖고 있는 조경의 기본적인 정신, 철학이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 사회와 세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고민과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팬데믹 이후 사람들은 숲과 공원을 찾기 시작했으며, 점차 녹지에 대한 새롭게 인식하고 있다. 이에 주변에 있는 자연을 지키고, 사람들이 잘 활용할 수 있게끔 관리하고 가꾸는 일, 스튜어드십이 중요해지고 있다. 그 해법은 조경에서 제시해야 하며, 이를 통해 조경의 존재감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조경 50+50, 새로운 변화의 시대를 열자’라는 기치 아래, 네 가지 공약을 내거셨다. 가장 먼저 ‘2022년 광주 IFLA 세계대회 성공적 개최’이다. 2017년부터 IFLA 한국대표로 활동하시면서 세계대회를 광주에 유치하는데 기여하신 바 있다. 올해 주요하게 이루어질 일들은 무엇일까?

2022 IFLA 세계총회 주제는 ‘리: 퍼블릭(Re: Public)’이다. 19세기 산업도시가 등장하면서 생겨난 도시위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원을 통해 공공적 조경을 주도하면서 근대 조경을 태동하게 했다. 이후 조경은 늘 공공적 입장에서 사회적 리더십을 발휘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오늘날 조경이 공공 리더십을 어떻게 발휘할지 다양한 생각과 실천적 사례를 공유할 계획이다. 섹션은 4가지 정도가 있고 트랙도 정해졌다.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IFLA 회장단회의를 비롯해 각국 대표단회의, APR(Asia Pacific Region) 조경상 수상식, 세계학생공모전, 디자인샤렛. 사례지 답사 등 프로그램이 광주시 여러 장소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우선 IFLA 회장과 세계총회 기간을 협의 중에 있다. 10월을 제안했으나 여러 일정상 9월초쯤으로 논의되고 있다. 광주에서 열릴 메인 행사 전에는 IFLA 회장단 회의와 77개 각국 대표단회의가 이틀 정도 열린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광주뿐만 아니라 수도인 서울을 소개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기에 메인 행사 전의 회의들은 서울에서 개최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세계총회에 맞추어 한국 조경 50년을 기념하는 출간물과 전시회도 준비하고 있다. 책자는 한국어판, 영어판으로 발간할 계획이며, 전시회는 서울에서 개최해 일반인들도 참여할 수 있게끔 하려고 한다.

아울러 8월 전에 2022 IFLA 세계총회 웹사이트를 구축하고자 한다. 주제와 기간, 발표내용들을 담게 될 것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미뤄진 세계총회가 올 8월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개최된다. 세계총회에서는 다음 열리는 국가에 깃발을 전달하는 중요하고 상싱적인 행사가 치러지는데, 올해 8월까지도 코로나19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이기에 기다리고 있다. 이 행사는 한국조경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이기에 무사히 개최되길 바라고 있다.

또한 22년은 프레드릭 로 옴스테드 탄생 200주년으로, 옴스테드가 태어난 코네티컷 주의 코네티컷대학과 MOU 체결을 준비 중에 있다. 세계총회와 연계해 옴스테드가 남긴 유산을 돌아보는 일들을 하려고 한다.

현재 학회내 IFLA준비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꾸렸다. 김아연 서울시립대 교수를 위원장을 비롯해 10명 정도의 위원은 지속적인 온라인 회의를 통해 준비하고 있다. IFLA 세계총회 조직위원회는 조만간 정식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2022년은 학회 설립 50주년이다. ‘한국 조경의 미래 50년을 위한 비전 플랜’ 수립도 공약으로 발표했다.

72년 12월에 출범한 학회가 50주년을 맞이한다. 의미 있는 일이기에 기념식은 IFLA 세계총회와는 별도로 진행하려고 한다.

우선 과거를 되돌아보는 일이 중요하다. 70년대에는 조경이 큰일을 했다. 청와대에 비서관도 있었고, 조경공사도 설립됐고, 당시 중요한 공공프로젝트를 조경이 선도했다. 불모지에서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서 우리 분야를 만드는데 큰 족적을 남겼다. 이러한 조경 유산에 대해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되돌아봤으면 한다.

그리고 미래 50년에 대한 이야기다. 미래 50년을 내다보면서 몇 가지 선언적인 방향성을 잡아보려고 한다. 조경의 태동부터 지금까지 50년간은 국토개발시대의 조경이었다면 앞으로는 기후위기와 팬데믹 시대 등 변화를 생각하면서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한 방향제시가 필요하다. 이는 조경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알리는 일을 포함해 장기적으로는 교육과 산업의 체질 변화도 이루어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한 특별위원회도 꾸렸으며 이유직 부산대 교수가 위원장을 맡았다.


미래 변화에 대응하기에 조경학이라는 명칭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다함께 숙고해야 할 과제라고 하셨는데.

비유를 하자면 과거 철학이 모든 분야를 다 아울렀지만 과학, 수학, 심리학 등 분리가 된 것처럼 조경도 19세기 중반 옴스테드 시절에는 도시공원, 정원, 그린인프라, 주거단지계획, 생태복원 등 모든 것을 아우르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점점 정원, 생태복원 등 점점 떨어져나가려고 하니 외부에서 봤을 때는 조경가가 해야 할 수 있는 역할이 매우 협소하게 인식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비단 외부로부터의 침범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동안 조경이 하는 일들을 많이 알리고 소개하지 못해 대중 속에 뿌리내리지 못한 것도 원인이 될 것이다. 조경가는 사실 생태복원도 했고, 도시를 설계하기도 하고, 정원도 하고,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들을 알리지 못한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 이러한 작금의 상황에서 ‘조경’이라는 말은 생태적으로 건강한 환경을 만든다는 이미지보다는 장식한다는 이미지로 굳어지는 등 오해되고, 변색이 됐다. ‘Landscape Architecture’에 대해서도 왜 건축이라는 말을 쓰는가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학교에는 두 가지 흐름이 있다. 철학과, 영문과처럼 절대로 그 이름이 바뀌지 않는 학문이 있고, 신문학과가 신문방송학과, 커뮤니케이션학과 등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학문이 있다. 우리 또한 시대에 맞게 전략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이름을 바꾸면 바라보는 프레임이 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아무런 변화 없이 있기보다는 이러한 문제제기를 통해 여러 의견들이 나오고 논의되어 하나로 모이는 과정을 통해 변화가 일어나길 바란다.


조경의 가치를 알리는 일에 중점을 두시는 만큼 조경알리기 캠페인에 대한 공약도 있었다.

사회 여러 분야에서 일하는 조경가들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홍보 전략이 필요하다. 유튜브나 SNS를 통해 조경과 조경가를 홍보하고, 젊은 세대들을 독려하는 일을 하려고 한다. 이를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해 홍보위원회의 이름을 ‘커뮤니케이션위원회’로 바꾸었다. 조경이 사회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려는 것이다.


교육하고 연구하는 학회의 정체성 강화를 위해 ‘교육인증제’에 대한 이야기도 하셨다.

교육인증제란 학생이 해당 학과를 졸업했을 때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능력들을 갖출 수 있도록 대학이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지 평가하고 인증하는 시스템이다. 조경의 경우 기본적으로 계획, 설계, 생태, 토양, 커뮤니케이션 스킬 등 학부교육에서 꼭 담아야 하는 교육이 무엇인지를 결정하고, 그것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은 여러 학교들이 교육인증팀을 만들어 실사하고 평가하며 인증하고 있다. 아시아 또한 국가를 뛰어 넘어 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경학과를 졸업했어도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역량이 절름발이식이다. 역사는 많이 아는데 식물이 약하다거나 공학적 지식이 부족하기도 하다. 인증제는 모든 학생들에게 균형적으로 영향을 공급할 수 있게끔 해주는 객관적인 처방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인증제에 대한 논의가 없었으며, 각 학교마다 각자의 커리큘럼이 있기 때문에 하나의 기준으로 정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임기기간동안에는 우리나라에 인증제라는 것이 필요할까에 대해 논의하고, 이와 더불어 각 학교가 어떠한 커리큘럼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가르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 페다고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논의하는 장을 만들어보고자 한다. 일종의 문제제기이며, 이 논의를 시작으로 장기적으로 조경교육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들을 공유하려 한다.


이밖에도 달라지는 학회의 사업이 있다면?

3월에 있을 이사회, 정기총회, 춘계학술대회에 변화를 주려고 한다. 보통 이사회, 정기총회를 먼저 하고 학술대회를 하는데, 오전에 기조강연을 하고, 설계공모전 리뷰나 사람들이 관심 있을 만한 내용들을 배치해서 주제별로 학술대회를 재미있게 꾸려보려 한다. 오후에는 논문발표가 이어지는데, 보통 석사급 발표를 많이 하지만 박사급 발표도 독려하고, 기획세션으로 다양한 주제발표들도 마련할 계획이다. 그리고 행사 막바지에 이사회, 정기총회를 두는 형식으로 재미있는 학술대회를 개최하려고 한다.

또한 학회에서 행하는 사업들에 대해 계속 메시지발신을 하며 홍보하려고 한다. 1월 말에는 팬데믹 이후의 건강과 그린인프라 관련한 심포지엄을 미국에 있는 교수님들을 모시고 실시할 계획이며, 2월에는 기후변화 적응 디자인심포지엄을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도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심포지엄을 실시할 예정이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조경관련 유관단체와의 협력관계는 어떻게 구축할 계획인가?

협력하고 연대하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다. 기후위기를 비롯해 다양한 현안들은 복합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한 분야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정부부처나 타 단체와 연계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작년에는 한국행정학회와 함께 공동 학술포럼을 개최하는 등 협력사업을 진행했다. 행정에는 콘텐츠가 필요하며, 조경의 콘텐츠들을 의미 있게 생각해주시기에 앞으로도 관계를 유지하며 국가정책들을 적용시키고 실현하는데 노력할 방침이다.

특히 가능한 여러 주체와의 연대를 통해 많은 심포지엄을 개최할 계획이다. 도시학회, 설계학회 등 인접분야 학회는 물론이고 국책기관이나 시민단체 등 다양하게 접근하면서 조경학회가 갖고 있는 접점을 넓히려고 한다.


조경인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린다.

우리나라 조경의 태동으로 돌아가 하나하나 짚어보면 해온 일들이 엄청 많았다. 조경이라는 분야는 의미 있는 실천의 분야이다. 살아있는 생명체를 통해 건강한 환경을 만드는 일이기에 소명의식을 가질 수 있으며, 사람들에게도 기쁨과 치유를 줌으로써 의미 있고 재밌는 일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조경이 가지고 있는 소중함과 자부심을 잃어가고 위축된 모습이다. 이를 스스로 극복해 자긍심을 가지셨으면 좋겠다. 학회는 이를 위해 조경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전문성을 드러내며 실천적 작업으로서 사회에 기여하려고 한다.

조경이 갖고 있는 장점이 많다. 산업이 법제화돼있고, 언론사도 있으며, 녹지나 도시관련 NGO에도 조경인들이 많다. 이것이 일종의 우리가 갖고 있는 힘이다. 이를 상기하며 함께 극복해나갔으면 한다.

무엇보다도 세계조경가협회 준비에 전 조경인이 관심과 성원이 큰 힘을 될 것이다. 조경인이 하나되는 의미있고 신명하는 축제가 되었으면 한다. 모든 분들의 참여와 도움을 바란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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