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녹색위로를 전하는 공간으로 시민과의 거리 좁히기에 노력할 것”

[인터뷰] 한정훈 서울식물원 원장
라펜트l전지은 기자, 김수현 기자l기사입력2021-03-02
지난해 갑작스럽게 발생한 코로나19로 삶의 모든 것들이 바뀌었다. 한국관광공사의 국내관광 선호도 데이터 분석결과에 따르면 내비게이션 검색 상위 관광지가 놀이공원에서 한강공원으로 바뀌었다. 생활공간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자연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서울식물원도 코로나블루와 바쁜 삶에 지친 도시민들에게 휴식과 즐거움을 주고 있다. 올 1월에 부임한 한정훈 신임원장은 “도시에서 접하기 어려운 자연환경을 제공하는 녹색 위로를 전하는 공간으로서 식물문화의 확산과 나아가 기후변화 및 도시환경문제 해결에 앞장 서는 수준 높은 식물원으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종 보전, 생물다양성 확보 등의 전문적인 기능부터 온오프라인 모두를 활용한 프로그램 개발로서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과의 거리를 좁혀나가겠다는 포부다.

한정훈 서울식물원장


올 초 서울식물원 원장님으로 부임하셨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린다.

서울식물원은 서울 최초의 도시 안에 있는 식물원이다. 이전 이원영 원장님께서 식물원에 큰 애정을 가지시고 초기 안정화를 위해 애쓰신 결과 많은 시민에게 사랑받는 공간이 됐다.

이전 원장님께서 확장시켜주시고 시민들이 많이 방문하도록 힘써주셨으니 이제 저는 식물원 운영 목표에 따라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성장시켜 가야할 것이다. 직원들과 함께 효율적으로 운영해나갈 계획이다.


그동안 걸어오신 길이 궁금하다.

일반적인 녹지직 공무원처럼 구청에서 실무자로 10년 가까이 근무하고 시청으로 들어가 공원녹지 계획이나 조성, 관리 업무들을 해왔다. 본청에서는 조경과, 자연생태과, 공원조성과, 공원녹지정책과 등 푸른도시국의 과를 다 거쳤다. 특히 공원녹지과에 근무할 때는 산지방재과가 생기기 이전이어서, 산지운영시설 정비나 산지사방 업무들도 같이 진행했기에 실무 경험을 두루 쌓았다.

식물원 근무는 공무원이 되기 전에 하고 싶었던 일이기도 했다. 환경원예학을 전공해 식물생리나 유전, 병리 등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서울식물원 개원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이곳에서 근무했으면 좋겠다는 희망 섞인 기대가 있기도 했다.

그동안 업무를 진행해왔던 공원과 식물원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 식물원의 경우는 유료공간이 있고, 휴식이나 운동뿐만 아니라 볼거리와 교육 프로그램 등으로 사람들에게 식물의 중요성과 식물문화의 확산을 위한 메시지까지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식물원을 그러한 장소로서 기능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크다.

부임한 지 한 달 정도 지났다. 아직도 새로운 분야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40여 명의 직원 한 명 한 명이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과 함께라면 식물원을 잘 운영하고,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공원형 식물원인만큼 접근성이 용이해 사람들이 쉽게 찾는다는 강점이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시기에 식물원은 어떠한 부분에 중점을 두고 운영할 계획인지?

보통 식물원은 식물 연구, 종 보전 역할을 가장 큰 비중으로 두겠지만 서울식물원은 도심 속에 위치하고 있어 식물 전시와 교육을 통해 식물문화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식물문화는 종 보전과 생물다양성의 단계를 넘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데 하나의 실마리로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해는 코로나19 때문에 행사들을 온라인으로 전환했음에도 새로운 시도로 많은 사람들이 식물, 식물원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은 수 초만에 참여 신청이 끝날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사진 하나를 올려도 좋아요 수가 순식간에 올라갔다. 이미 서울식물원은 인플루언서로서 역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온라인 프로그램이 시민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방법의 하나로 자리 잡아간다는 것은 좋은 일인 것 같다. 식물원 문턱을 낮추어 누구든지 편하게 찾아와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여건을 만들고 싶다.

그러나 온라인 행사만으로는 아쉬움이 있다. 부족하나마 가능한 범위 내에서 오프라인행사도 가능하게끔 프로그램을 개발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혼자서도 식물원을 다니면서 오디오가이드 형식으로 해설을 들을 수 있는 방법도 있고, 식물원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스스로 학습할 수 있게끔 워크시트를 배포한다거나 브이로그 형식으로 제작하는 방법 등 대면을 최소화하는 현장 프로그램들도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올해도 식재설계공모전이나 국제심포지엄 조직위원회를 꾸려 주제나 방안들을 시민과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그동안 식물원은 대중적인 부분에서의 성장은 있었지만, 시민들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 여러 가지 길들을 모색해야 할 것 같다. 식물원과 시민과의 거리감을 좁혀나가는 방안을 강구해 나가고자 한다.


시민참여나 지역사회의 인프라와 연계하는 방안이 있다면?

이 지역 주변에는 연구기관이 많고, 앞으로도 더욱 입주할 예정이다. 기업체의 사회공헌사업과 연계하는 방안들이 보다 더 다양하게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그동안 사회공헌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식물원에 요청하는 기업들이 많이 있었다. 한국공항공사와 함께 대규모 음악행사를 열기도 했고, 두산은 무궁화 정원을 조성하기도 했다. 서울식물원 입구에 위치한 코트야드메리어트 호텔 직원들은 정기적으로 찾아와 공원을 가꾸는 기업 차원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모든 일들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논의하지 못했던 기업과의 사회공헌 사업부분도 올해는 새로운 추진방법을 모색해 온라인 비대면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거나 소규모이더라도 오프라인으로 병행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려고 한다.


지난 4일 식물종사 500점을 시드볼트에 기탁하기도 했다. 식물원에 있어서 생물다양성이나 종 보전, 식물연구도 중요한 부분이다. 이를 위한 식물원의 노력은?

서울식물원은 임시개방 전부터 국내외 식물원간, 또는 수목원과의 업무협약을 많이 맺어왔다. 종자를 기탁한 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는 2019년에 협약을 체결하고 지속적으로 교류를 해왔다. 서울식물원에서 수집, 증식하던 종자들 중 오랫동안 보관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종자 500점(65과 289종)을 기탁했다. 종자는 선제비꽃, 대청부채, 솔비나무 등 멸종위기 또는 희귀․특산식물을 비롯해 서울식물원이 자체 증식한 종자도 있다.

식물원 안에는 종자저장, 조직배양, 증식, 재배가 가능한 시설들이 갖춰져 있으며, 자체적으로 식물 종 다양성을 높일 수 있는 장비와 시설을 갖추고 연구 중에 있다. 앞으로도 희귀식물이나 멸종위기 야생식물을 연구하고 보존하고 증식하는 등 식물원으로서의 역할도 강화해야할 것이다.

식물원은 현재 3,300여 종을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 몇 년간은 으아리속, 백합속 등 5개 속에 해당되는 서울식물원 목표 수집 종들을 집중적으로 수집 및 증식할 계획이다.


식물원을 찾는 시민분들에게 한 마디.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식물과 공원이 많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식물원은 시민들 곁에서 그들을 치유하고, 환기시킬 새로운 아이디어를 선사하는 녹색 위로를 전달하는 장소로서 역할을 할 것이다. 서울식물원은 시민여러분들의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성장할 테니 늘 지켜보고 사랑해주시길 부탁드린다.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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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870904@nate.com
사진 _ 김수현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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