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론] 사라진 나무들

김동필 논설위원(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기사입력2021-05-11

사라진 나무들



_김동필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1927년 만들어진 대구 수성못은 별로 관심을 받지 못했던 몽리구역이었지만, 1980년 전후로 포장마차촌으로 한 때 유명했었다. 모진 개발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1990년 유원지로 지정되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변모하게 되었고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대구의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이곳은 과거 방천변 길 따라 수성못까지 버드나무로 유명했었던 장소였지만, 지금 모두 사라지고 수성못에만 왕버들 몇 그루가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게 전국적으로 버드나무 경관이 사라져 버렸다.

그 당시 뉴스 중 하나를 모면 “5월이 되면 버드나무 꽃가루 등이 바람에 날리면서 코가 막히거나 눈이 가려워지고 재채기가 잦아지는 꽃가루병으로 괴로움을 당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매년 해당 계절이 돼 꽃이 피면 증상이 나타나고 꽃이 지면 증상이 사라지는 꽃가루병은 몸 안의 항원, 항체 반응이 과민해져 일어나는 일종의 알레르기 질환이다. 버드나무가 공해를 잘 견디고 성장이 빠르다고 해서 서울 등 대도시의 가로수로 대량 심겨진 뒤 꽃가루 알레르기환자가 많아졌다. 꽃가루가 농촌에서는 땅에 떨어져 흡수되나 도시에서는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바닥 위 공중에서 오랫동안 날아다니면서 대기오염과 스트레스로 저항력이 더욱 약해진 도시인들의 알레르기증세를 악화시킨다는 것”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있다.

최근의 ‘과학을 품은 뉴스’ 등 몇몇 언론에서도 버드나무, 플라타너스 등의 꽃가루 여전히 등장하고 있지만, 그 해 다른 신문의 오피니언 기사에 따르면 버드나무의 물 정화 기능, 생물서식공간 조성 등 생태적 역할과, 1899년 독일에서 개발된 아스피린의 원료라는 귀중한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강조하였다. 산림청이나 의학신문의 조사결과에도 한 번도 꽃가루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주요 식물로 거론된 적이 없다는 비교적 정확한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버드나무는 목마른 왕에게 물을 바친 전설, 사랑의 매, 버들피리 불던 시절, 귀신을 쫓던 작대기 등 우리 민족의 역사, 설화 그리고 근대경관의 한축을 이어왔다.

한반도 알레르기 유발 꽃가루 가이드북(국립생물자원관), 대한 소아 알레르기 호흡기학회, 국립기상과학원의 조사결과 꽃가루를 일으키는 주요원인을 보면 발생량으로는 소나무가 74%에 달하지만 실질적인 피해 유발요소는 참나무, 자작나무, 오리나무 등이 높다는 조사결과가 있고, 그 외 가을에는 환삼덩굴, 쑥, 돼지풀 등 잡초류의 꽃가루가 높다고 한다.

실제 이렇게 오명을 쓰고 사라진 버드나무가 꽃가루를 전혀 날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솜뭉치는 종자가 달린 털로서 종모가 멀리까지 퍼질 수 있도록 도화주거나 낙하산 역할을 하는 씨앗으로 꽃가루 알레르기의 주범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이러한 저수지 등 버드나무가 좋아하는 수변공간들이 철새들의 서식지로서, 코로나의 시름을 잊게 하는 명소로서 전국적으로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수성못은 지금의 젊은이들에게는 벚나무로 더 유명해졌고, 동네 어르신들은 “뭐 볼 것이 있다고 이리들 오는지 모르겠다”고 헛웃음을 친다.


왕버들과 이팝나무로 유영한 위양지(밀양)

이와 유사한 운명을 걸었던 양버즘나무(플라티너스)는 1910년 전후 우리나라에 도입되었다고 하지만, 과거 중생대 백악기 층에서 화석이 발견되었다고 하니 토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금의 기성세대에게는 교정에서는 물론 도시의 가로수로서 가장 많았던 추억의 나무였다. 공기정화능력이 탁월하고, 미세먼지와 오염물질을 잘 흡착하고, 증산량이 높아 도시의 습도조절에 탁월하며 이산화탄소의 저장능력이 뛰어나고 속성수로 도시에 많은 그늘을 제공하는 장점을 가졌지만, 천근성이라 도복의 위험이 있고 속성수로 주변 건물에 장애를 주고 뿌리들림 현상으로 인해 도시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해버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꽃가루 알레르기의 주범이라는 오명이 가장 큰 원인이었으며 도시에서 사라지고 있다. 그나마 1952년 만들어졌다는 청주플라타너스 가로수길만이 그 추억을 달래주고 있다.

플라타너스의 중국 이름인 프랑스 오동나무(法國梧桐)는 상해를 비롯한 도시들에 많이 심어져 불편해 하지만, 우리처럼 함부로 베지는 않는다. 빈센트 반 고흐가 정신병원 입원하면서 플라타너스 등 다양한 나무들을 그리면서 위안을 삼은 것 이상으로 서구의 도시들은 플라타너스를 참 잘 활용한다. 그들에게는 알레르기가 없는 것일까?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플라타너스

개잎갈나무(히말라야시다)는 1930년 우리나라에 도입되었다고 전해지며, 박정희 대통령이 좋아한다고 알려지면서 동대구로에 가로수로 심어져 지금 가장 유명하게 되었고, 전국적으로 심게 되었다. 단목으로 성장하여 거대한 철재 지주목에 의존하여 자라는 등 관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여러 번 제거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다행스럽게 아직까지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나무로 성장하고 있다. 히말라야시다가 자라는 본 고장에서는 무리지어 숲을 만들면서 서로를 의지하면서 성장을 하여 도복이나 위험이 없었지만, 도시에서는 속성수이면서 천근성 수종으로 알려지면서 바람에 의한 도복 등 위험하다는 평가를 받고 과도한 전정을 하여 원래의 수형이 사라지거나 베어버림으로서 점점 사라지게 되었다. 사실 가로수로서는 적절한 나무가 아닌 것은 맞지만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우리의 잘못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직경 1m의 시다는 과도한 전정으로 한그루 고사, 나머지 한그루도 고사예정

협죽도의 잎은 푸른 대나무의 형상이고, 꽃은 복숭아나무를 닮아 붙여진 이름으로 알려져있는데, “뿌리와 잎, 줄기에 청산가리의 6000배에 달하는 ‘네리안틴’이라는 맹독성이 숨겨 있어서 인체에 접촉이 되면 현기증, 심장마비, 구토, 설사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는 데 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라는 언론의 발표로 몇 년 동안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였던 식물이다. 심지어는 수학여행을 갔던 학생이 나무젓가락 대용으로 김밥을 먹었다가 사망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소식도 있었다. 그러나 이미 미국 독성학회에서 실험결과 인간에게 유의미한 독성효과는 없다며 도서전설로 규정한 바 있다.

이러한 현실적인 증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있는 버드나무조차도 수나무 교체설이 뉴스를 장식하고, 히말라야시더와 플라타너스는 천근성 수종으로 제대로 관리를 하기보다는 두목전정이나 베어버리는 선택을 하고, 버드나무와 플라타너스는 꽃가루가 날려서 위험하다는 악성 루머가 넘쳐나고 있다. 그리고 이미 은행나무 암나무는 유명을 달리하고 있다.

봄이 왔다.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꽃가루라는 불청객으로 인해 인구의 1/5이 힘들어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식물에게도 봄은 자손을 퍼뜨리고 새 생명을 만들기 위해 나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에너지를 사용하여 세대를 이어가는 꽃가루받이를 하는 계절이며 그것을 통해 인간에게 산소를 공급하고 스스로의 삶을 영위하는 의무를 다하는 시간인 것이다. 자연보다 훨씬 강력한 힘과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인간의 작은 배려심으로 나무들의 후손들을 보듬어줄 수 있는 자비심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글·사진 _ 김동필 교수  ·  부산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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