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선에 감성을 담는다”

[인터뷰] 송의섭 (주)휴플러스 대표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1-11-07

송의섭 (주)휴플러스 대표

습지나 호수, 등산로, 생태탐방로, 공원, 다리, 도심 속 어느 곳에서나 우리는 ‘데크’를 흔히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데크는 전국 어느 곳을 가더라도 그 형태가 비슷하다. 우리는 데크를 그저 단순히 ‘보행로’로서만 바라보고 있지는 않을까? 데크에 아름다움을 부여하고 감성을 담아 보다 나은 경관을 만들 수는 없을까?

이러한 고민 끝에 나온 것이 ‘감성데크’이다. 데크업계에 20여 년간 종사해온 송의섭 (주)휴플러스 대표는 “데크에는 이름이 없다. 보행로의 기능만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데크에 감성을 담아 전하고 싶었고, ‘감성데크’라는 이름을 붙였다”라고 말한다.

감성데크는 형태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나아가 해당 지역 고유의 특성을 담을 수 있는 일종의 ‘특화된 동선’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상지 현황파악부터 설계, 제품화, 시공까지 세심한 손길이 닿아야 하다. 그렇게 탄생한 감성데크길은 더 이상 목적지에 가기 위해 스쳐지나가는 동선이 아닌 한걸음 한걸음마다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그 자체로 명소가 된다.


감성데크의 탄생


감성데크 보행로 / 휴플러스 제공

전국의 어느 곳을 가도 데크는 특색이 없고 그 모양이 비슷하다. 어느 업체가 어느 장소에 설치를 하든 마찬가지이다. 20~30년간 획일적이고 단조로운 데크만 봐왔기에 시장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디자인을 요구하고 있었고, 송 대표 스스로도 어느 순간 식상한 디자인임을 느끼는 시점이 왔다고 한다. 송 대표는 새로운 데크를 모색하기 위해 그동안 냈던 특허들을 하나씩 살펴봤다고. 휴플러스는 데크 사업을 하면서 틈틈이 불편한 것들을 기록해뒀다가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기술을 개발하면서 10여개의 특허를 취득했다.

송 대표는 이 특허들 중 ‘목재기둥 기초구조 및 시공방법(특허 10-2016995)’에 주목했다. 놀이시설물 제작에 활용하기 위해 자재와 기술을 개발했던 목재기둥과 공법이다.

“이를 데크용 기둥으로 적용한다면 특색있는 데크를 만들 수 있겠다”

이 목재기둥의 가장 큰 특징은 ‘부정형’이라는 점이다. 로비니아(아까시) 원목의 표면을 샌딩해 사용하는 것으로, 본래의 나무모양 그대로를 살렸다. 따라서 데크의 기둥, 난간 하나하나의 모양이 전부 다르다.

데크는 도회지, 등산로, 생태탐방로, 공원, 수변저수지 시설 등 다양한 장소에 적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데크에 규격화된 목재만을 활용한다면 데크 디자인 자체가 단조로워질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데크가 적용될 공간이 모던하다면 각진 데크가 잘 어울리겠지만,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곳이라면 오히려 주변 환경의 느낌을 깨뜨려버리는 경우가 많다. 부정형 원목 고유의 형태를 그대로 살린다면 데크 자체만으로도 공간에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가 있고, 기둥에 걸맞는 액세서리를 부착해 조형미를 더할 수도 있다.

“감성데크의 각기 다른 기둥이 주는 분위기와 느낌이 어울리는 공간에 적용할 수 있어 데크 디자인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


기존의 목재데크 / 휴플러스 제공


감성데크 / 휴플러스 제공

또 다른 특징은 ‘일체형’ 기둥이라는 점이다. 

일반 데크는 기둥과 난간이 각각의 형태로 구성돼 있다. 일반적으로 콘크리트 기초를 하고 그 위에 연결철재로 연결부를 만들어 목재를 끼워 넣은 후 밖에서 고정을 한다. 기초를 땅에 묻기 위해서는 장비가 투입돼야 하기에 시공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풀어야 할 과제이다. 시공상 땅속에 묻혀야 하는 콘크리트 기초가 묻히지 않을 경우, 미관상 좋지 않다는 문제점도 있다.

감성데크는 기둥과 난간의 일체형이다. 원목 그대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긴 나무 하나를 통으로 활용해 바닥부터 데크 위까지 일체형으로 기둥을 세울 수 있어 구조가 견고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구조적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한 여러 시험을 거쳤으며, 산림청 신기술(제2020-02호)과 중소벤처기업부 성능인증을 받기도 했다. 지금은 조달우수제품 등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성능우수검증 결과, 기초의 지지력은 2~3배 이상 향상됐고, 구조적 안정성은 2~12배 이상 증대됐다. 난간기둥, 난간대 체결력은 4.5배 이상, 장선과 데크상판 체결력은 2.4배 향상됐다. 난간 충격 저항성과 피로시험에도 이상이 없다.


파일플레이트 구조 / 휴플러스 제공

‘부정형’의 ‘일체형’ 기둥을 설치하기 위한 시공 방법도 매우 간단하다. 목재 자체가 부정형이기에 기둥을 고정하기 위해서 ‘파일플레이트 구조’를 고안해냈다. 지반에 크로스파일을 꽂아 기초를 만들고 그 위에 로비니아 원목을 심는 공법이다. 일반적인 기초가 필요 없기 때문에 기초를 심기 위해 장비가 투입되지 않아도 되며, 지반에 그냥 꽂는 형태이기에 지반을 훼손시키지 않는다. 예를 들어 잔디밭에 데크를 설치한다면 잔디 훼손 없이 시공 가능하고, 주변에 나무기 있다면 나무뿌리를 피해 기초를 형성할 수 있다. 기초가 필요 없다는 장점은 장비투입이 어려워 기초공사를 하기 힘든 산악지형에서 빛을 발한다. 플레이트 부분은 표면을 둥글고 매끄럽게 처리해 노출되더라도 미관상 거슬리지 않게 디자인됐다.

파일플레이트를 심고 그 위에 목재를 고정하는 방법도 간편하다. 부정형 원목기둥은 각기 모양이 다르기에 모듈화된 고정이 어렵다. 따라서 목재에 구멍을 뚫고 그 안에 결합기가 들어가는 방식을 개발함으로써 목재의 형태와 크기에 관계없이 기둥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이 공법을 활용한다면 장비가 필요 없고 시공 자체가 간편하기에 시공 시간과 단가 절감의 효과가 크다.


데크설치 취약지반에 설치된 감성데크 / 휴플러스 제공


로비니아 원목 / 휴플러스 제공

마지막 특징은 ‘친환경성’이다. 원자재인 로비니아는 유럽산 아카시 원목으로 고급스러운 질감과 나무 자체로의 자연스러움을 연출할 수 있는 자재이다. 로비니아는 무겁고 단단해 밀도가 높다. DIN-EN 350-3에 따른 내구성 1~2등급을 자랑하는 몇 안 되는 나무 중 하나이기도 하다.

목재균이 분비한 효소로 목재성분이 분해되어 조직이 변하고, 변질, 파괴되는 ‘부후’에 강해 외부공간에서 20년 이상의 내구성을 가져 수명이 길고, 생물, 무생물에 강한 저항력은 1등급이다. 로비니아 심재는 목재 가해 균류와 병충해에 대한 뛰어난 저항력이 있어 마감 없이도 외부구조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따라서 친환경 천연목재인 로비니아를 데크는 물론이고 특히 어린이 놀이시설물에서는 필수적인 자재이다. 

이러한 원목을 규격화해 가공하는 것이 아니라 껍질만 벗기고 샌딩해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나무의 95% 활용이 가능하다. 보통 목재는 규격화돼야 하기에 큰 나무를 제재해 가운데부분만 사용하기 때문에 버려지는 부분이 많다. 부정형 목재는 미관상 아름답다는 장점에 더해 각재에 비해 가공비가 적고, 수율이 높아 자재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까지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목재 멍에, 장선의 접촉면을 최소화하고, 부재 결합부위에도 캡을 끼우는 등 심미적 기능과 안전성을 동시에 꾀했다.

“어린이 놀이시설의 경우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세세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이러한 작업을 데크에도 적용시켰다”


스토리가 있는 길

각 지역마다 고유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설화나 인물, 장소에 얽힌 사연 등은 타 지역을 해당지역과 다른 고유의 특색을 전할 수 있기에 지자체에서는 이를 자연스럽게 전달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송 대표는 여기에 착안해 ‘동선에 자연스럽게 스토리를 입히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부정형 원목 자체가 주는 심미적 기능과 구조적 안정성은 데크에 이질감 없이 스토리를 덧입히는 것을 가능케 한다. 원목기둥에 표지판, 그림, 시설 등을 삽입하는데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옛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가는 길에 데크를 설치한다면 과거보러 다니던 선비들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게끔 이에 맞는 조형물이나 디자인으로 스토리를 가미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감성데크는 보기에 아름답기만한 단순한 보행 시설물이 아니게 된다. 어떠한 창의력이 가미되고, 현장과 어우러지며 이슈나 테마를 만들어줄 수 있는 것이다.

“지역을 특화하기 위해서는 지역만의 고유한 콘텐츠를 담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동선에도 담길 수 있다”


감성데크를 적용한 스토리데크 / 휴플러스 제공

스토리가 가미된 감성데크 설치 사례가 늘면서, 이제는 현장상황을 보고, 발주처의 취지를 듣는 순간 머릿속에서 다양한 그림들이 그려진다고 한다. 이는 원자재 수급부터 설계, 시공까지 원스톱으로 이루어진다는 장점과 20년간의 축적된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다. 특히 디자인을 한다는 점에서 머릿속에서만 떠오른 이미지를 조감도 형태로 그려 직관적으로 제안함으로써 의사결정을 보다 용이하고 빠르게 할 수 있다고 한다.

아울러 감성데크를 놀이시설물에도 적용해 스토리와 테마를 넣은 테마형 놀이시설물을 제작하고 있다.

충북 증평에 설치된 놀이시설물의 경우, 큰 놀이터와 작은 놀이터를 데크로 연결하는 형태였다. 놀이터와 놀이터 사이에는 보행로와 실개천이 흐르고 있었고, 보행로를 기준으로 3m 위로 데크가 지나가야 했다고 한다. 기존 설계도면에는 보행로이기도 하고 어린이 놀이시설이다보니 더욱더 구조가 튼튼해야 했기에 H형강으로 처리돼 있었다. 그러나 어린이 놀이시설에 각진 철재를 사용한다는 것은 부딪혀 다칠 수 있는 우려가 있고, 주변 경관과도 이질적이라는 판단에 이를 H형강 대신 그만큼 견고한 목재기둥을 제안한 것이 테마형 어린이 놀이시설의 시작이다.

여수의 이순신 성곽놀이터도 마찬가지다. 데크를 성곽처럼 표현하고, 그 안에 놀이시설물을 배치하는 형태로 디자인해 스토리와 테마를 입혔다.


충북 증평의 테마놀이터 / 휴플러스 제공


전남 여수 이순신 성곽놀이터 / 휴플러스 제공

송 대표는 데크, 놀이시설물을 설치하기까지 함께 고민하고, 창조하는 과정을 거쳤다면 훗날에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말한다. 그냥 시설물 하나 납품, 시공한 것이 아니라 대상지 현황이 어땠고,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으며, 어떻게 구현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존재하고, 현장마다 애정이 남다르다고 한다.

시설물을 디자인하는 직원은 물론이고, 시공하시는 분들도 요소요소마다 어떻게 이용자들과 보다 더 교감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더 아름다울까에 대해 생각하시면서 작업한다. 이러한 과정을 지나 완공이 되면 발주처는 물론 이 모든 과정에 함께한 모든 사람들의 만족도도 높다.

송 대표는 자연소재를 결합해 감성을 전하는 이 감성데크와 놀이시설물의 다음 버전을 생각하고 있다. 

“데크에 태양광을 이용한 LED, 음향설비, 센서를 결합한다면, 사람이 지나갈 때 불이 켜지며 음악이 나오고, 장소에 대한 이야기가 내레이션으로 흘러나오는 등 사람들과 교감하며 보다 다채로운 감성을 전할 수 있는 보행로가 될 수 있지는 않을까? 막연한 기대감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공부와 시행착오가 필요하겠지만, 20년을 데크사업에 종사한 만큼 데크를 통해 제공할 다양한 서비스에 대해 무궁무진하게 구현하고 싶다”

상상이 실제 상품화가 되기까지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사장되지만 이 고민을 계속 해가는 과정은 재미있다고 송 대표는 말한다. 마치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에 몰입할 때 그것은 더 이상 노동이 아닌 즐거움이 되는 것과 비슷하다.

“도면에 그려진 대로 똑같이 만들어내는 작업이 아닌 현장에 적합한 콘텐츠를 제안하고, 함께 협의해가며 디자인, 제작, 시공하는 일련의 과정은 어찌 보면 반쯤은 예술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동선을 해결해주는 것’이 아닌 ‘작품을 만든다’라는 개념으로 임하고 있다”


수변보행로 감성데크 / 휴플러스 제공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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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8709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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