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가드너가 왔다!!

[인터뷰] 웹툰 ‘크레이지 가드너’의 마일로 작가
라펜트l김수현 기자, 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1-12-07
‘크레이지 가드너’…. 직역하면 ‘미친 정원사’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웹툰이 등장했다. 제목의 기원은 새로운 식물 구입에 집착했던 가드닝 초창기 작가의 모습에서 따왔다. 스스로 ‘식물광인’으로 칭하며 식물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에서 ‘크레이지 가드너’가 탄생했다.

웹툰 작가 마일로(본명 박지수)는 데뷔작인 여탕보고서로 ‘13회 부천만화대상’에서 대상과 부천시민만화상을 수상하고 이후 반려견 솜이와의 일상을 그린 일상툰 ‘극한견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크레이지 가드너'로 가드너들의 반전 매력을 뽐내고 있는 마일로 작가의 자택을 찾아가 가드닝의 매력과 식물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자택에서 만난 '크레이지 가드너'의 마일로 작가 


가드너 마일로의 일상은?

마일로 작가의 가드닝은 5년 전 독립과 함께 시작됐다. 작은 식물을 사서 플랜테리어를 하고 싶었지만, 제대로 된 지식이 없어 죽이고, 사고, 죽이고, 사는 일을 반복했다. 수차례 시행착오를 거치고 식물에 대해 알아가면서 점점 가드닝에 빠지게 됐다.

가드닝 격언 중 ‘물시중이 고달프다’라는 말이 있다. 마일로 작가는 연재를 하지 않을 때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200여 개의 화분을 가꾸며 2시간씩 가드닝에 열심을 쏟았다. 최근 연재가 시작되고 예전만큼 가드닝에 신경 쓰지 못하고 있지만, 작업 중간 틈틈이 식물을 가꾸고 있다. 

많은 식물 중에서 그가 가장 아끼는 식물은 지인에게 선물 받은 베고니아와 칼라데아 퓨전화이트다. 특히, 칼라데아 퓨전화이트는 고가에 거래되고 있으니 특별히 손이 가고 있다고 귀띔해 줬다. 그리고 가장 오래 키운 것은 스파트필름이다. 작은 소품으로 시작해 5년 동안은 죽어가는 걸 살리는 것을 반복하면서 큰 애착이 생겼다.

가드너는 항상 ‘물시중이 고달프다.’ / 크레이지 가드너 중 Ⓒ마일로

가드너에게는 매년 겨울 찾아오는 권태기가 위기다. 온도와 습도 관리도 힘들지만, 광량이 적어 식물이 시들해지는 시기다. 이와 함께 가드너의 열정도 시들해진다. 그럼에도 시간은 지나고 다시 봄이 찾아오면 권태기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매년 찾아오는 ‘식태기’(식물+권태기) 이외에 마일로 작가가 겪은 가장 큰 위기는 뿌리파리의 습격이었다. 

마일로 작가는 “가장 큰 위기는 뿌리파리였어요. 식물이 많이 죽었던 시절에도 뿌리파리가 원인인 것 같은데 그때는 몰랐어요. 투명한 뿌리파리 애벌레가 흙 위에 올라왔을 때 새싹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게 됐죠. 결국 전염된 식물들은 모두 과습으로 죽고 말았어요”며 당시를 기억했다.

애지중지 키우던 식물을 질병과 해충으로 잃고 나면, 가드너의 열정이 사그러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크레이지 가드너’인 마일로 작가는 이에 굴하지 않고 다시 식물 ‘덕질’을 시작했다.


식물 ‘덕질’에도 권태기가 찾아오곤 한다 / 크레이지 가드너 중 Ⓒ마일로


‘크레이지 가드너’의 탄생

만화가들 중에는 자신의 취미를 소재로 삼는 이들이 많다. 취미를 통해서 재미와 전문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작품은 드물지 않다. 마일로 작가 역시 가드닝을 소재로 차기작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큰 고비를 만나게 됐다. 그의 장기인 개그 요소를 넣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마일로 작가는 “연재 준비 초반에는 가드닝이라는 주제로 개그감을 살리기 어려워 고민이 많았다. 재미를 살리기 위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갑자기 불현듯이 떠올라서 의인화된 식물 캐릭터를 잘 활용하게 됐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마일로 작가는 식물을 때로는 아기처럼 귀엽게, 때로는 터질 듯한 근육을 소유한 모습으로 그리면서 ‘개그만화’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었다.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는 식물의 모습 / 크레이지 가드너 중 Ⓒ마일로

최근 가드닝과 식물에 관련 책들이 서점가 한 곳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마일로 작가가 가드닝을 시작할 때만 해도 감성 에세이가 주를 이루던 때고, 어떤 책도 가드닝 초보자였던 작가를 도와줄 수 없었다. 그때의 경험이 마일로 작가에게 영향을 줘 작품에 많은 정보를 담게 됐다. 

“저는 제 식물이 왜 잘 안 자라는지 궁금했는데 정보가 없어서 답답했죠. 그래서 제가 만화를 그린다면 꼭 정보를 많이 넣자고 결심했어요. 초반부에는 정보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학습 만화 같다라는 고민은 하긴 했지만요.” 

그러나 이런 고민 덕분에 가드닝 초보자들이 도움받을 수 있고, 중급자와 숙련자들에게는 옛날의 고생을 공감을 일으키는 작품이 완성될 수 있었다.

마일로 작가의 반려견 솜이 / 마일로 작가 트위터 Ⓒ마일로


가드닝을 시작한 후 공원이 다르게 보인다

마일로 작가는 사모예드종인 솜이의 보호자이다. 대형견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장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차를 타서라도 큰 공원에 자주 방문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원에 친숙해지게 됐다. 특히, 청라 호수공원은 조성 초기부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자주 방문하는 공원이다. 

그리고 가드너가 되면서 공원을 바라보는 관점도 많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관리’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가드닝을 하면서 유지, 관리가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되잖아요. 큰 공원을 관리하려면 얼마나 일이 많을지 생각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공원이나 보면 지자체의 예산으로 관리해 주는 식물을 감상하다니 정말 좋다는 느낌이 들어요. 아파트 조경도 마찬가지죠.”


마일로 작가가 키우고 있는 식물의 모습


가드닝은 게임이다?!

마일로 작가는 가드닝이 마치 게임 같다고 했다. 처음에는 죽이지 않는 것이 목표였지만, 다음에는 멋지게 키우는 것이 목표가 된다. 이후에는 점점 높은 난이도의 식물에 도전하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특히 그가 제일 기뻐하는 순간에 대해서 “‘대왕잎’이 나올 때 제일 기뻐요. 저는 잎을 크게 키우고 싶어 하는 편이거든요. 여름 되고 이러면 입 엄청 두껍고 크게 나잖아요. 그럴 때 가장 좋은 것 같아 같아요”라며 가드닝의 즐거움을 전하기도 했다.


대왕잎을 자랑하는 마일로 작가의 식물들

매일 ‘대왕잎’을 기대하며 가드닝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매일 매일 소리 없이 자라는 식물들에게 가드너는 무슨 기쁨을 느낄까? 마일로 작가는 물과 비료를 주고, 광량을 늘릴 때 오는 조용하고 느린 반응을 즐긴다고 했다. 

그리고 작가는 “가끔 보면 사람들은 말이 참 많아요. 그런데 동물은 말이 없어요. 그리고 식물은 소리도 없어요. 정말 좋아요”라고 식물이 가진 매력을 표현했다.

마일로 작가는 마지막으로 “가드닝에 입문하려면 죽이는 거를 개의치 않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시행착오가 필요하기 때문 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마음 편히 씩씩하게 죽이면서 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라며 초보 가드너에게 조언을 남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식물의 고요함을 사랑하지만, 초보 가드너들에게 ‘씩씩하게 죽여도 좋다’고 조언하는 마일로 작가는 역시 ‘크레이지 가드너’의 작가였다.


마일로 작가가 기르고 있는 다육이들 


인터뷰 말미에 마일로 작가는 초보 가드너들에게 "씩씩하게 죽여도 좋다"라고 조언했다.
_ 김수현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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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fentksh@gmail.com
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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