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조경시공 및 관리의 탄소중립화를 위한 제언

김호걸 논설위원(청주대 조경도시계획전공 교수)
라펜트l기사입력2022-10-06

조경시공 및 관리의 탄소중립화를 위한 제언




_김호걸 청주대 조경도시계획전공 교수



앞서 기고문에서도 다룬 바와 같이, 조경 분야에서는 탄소중립에 관해서 관심을 두고 다각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2021년 한국조경학회는 ‘기후위기시대, 탄소중립과 조경’을 주제로 월간 웨비나를 개최하여 조경 분야가 탄소중립에 이바지하는 방안을 논의하였다. 탄소중립에 이바지할 수 있는 모델 개발 및 발굴의 필요성과 조경 식재 패턴을 바꿔서 도시 녹지 탄소흡수량을 늘리는 방안 등의 활발한 논의가 있었다(라펜트, 2021.8.13.). 그 외에도 탄소중립시대에 필요한 공원녹지의 변화를 논의하거나(라펜트, 2021.12.10.), 탄소중립 공원의 필요성(Landscape Times, 2021.12.15.), 자연·생태 분야의 탄소 흡수 능력의 제고 방안(라펜트, 2021.2.14.)이 제안되는 등 탄소중립과 관련된 조경분야의 논의들이 최근 들어 더욱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한편, 조경 분야 중에서 시공 및 관리 분야는 계획, 설계 분야보다 탄소 배출량에 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인다. 계획과 설계를 통해 수립된 탄소중립 방안을 현실에 구현하는 시공 및 관리 분야에서도 탄소배출량에 관한 관심이 필요하다. 다양한 형태의 탄소 흡수원 조성 과정에서 생기는 탄소배출량까지 낮출수 있다면, 조경은 탄소중립에 더욱 큰 강점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조성된 조경 공간의 지속적인 관리로 흡수원 기능을 높일수 있다면 중장기적인 효과 또한 극대화될 것이다. 

조경시공 및 관리 분야의 탄소배출량 저감을 위해서는 특정한 세부 분야나 과정이 아닌 조경시공 및 관리의 전 과정에 대한 탄소중립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세부 분야 및 과정에 대한 탄소저감 노력도 중요하지만,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고려하지 못한다면 실질적인 탄소배출량 저감 목표 달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전과정평가(Life Cycle Assessment, LCA)란, 특정 제품, 공정, 활동의 전 과정에서 환경에 사용되고 배출된 에너지와 물질을 규명하고 정량화함으로써 환경 개선을 위한 기회를 찾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안중우, 1995). 


전과정평가의 개념도(출처 : https://stich.culturalheritage.org/life-cycle-assessment-explained/) 

그렇다면, 조경시공 및 관리 분야의 탄소중립화를 위한 전과정평가는 어떻게 고려될 수 있을까. 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과정일 것으로 판단된다. 원재료 채취, 원재료 가공, 제품제조 및 생산, 제품운송 및 유통, 제품설치 및 사용, 유지 및 관리, 재활용, 폐기이다. 이처럼 다양한 과정에서 서로 다른 방식에 의해서, 다른 양의 탄소가 배출될 수 있으며, 이를 저감하기 위해서는 전 과정의 배출량을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각 과정에 적합한 방안의 마련이 필요하다. 모든 과정에 대한 탄소배출량 저감 방안 제안은 세부적인 기술 수준과 배출량 정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어, 일부 과정에 대해서만 탄소배출량 저감 방안의 예시를 소개하고자 한다. 

제품 운송 및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 저감을 위해서는 공사 대상지가 속한 행정구역 내부 혹은 인근 지역의 자재나 제품을 활용하여 운반 거리를 최소화하고,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친환경 운반 수단을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조경 공사의 전체 공정을 고려하여 자재운반횟수를 최소화하는 등 분산된 자재 운반으로 인한 탄소 배출 저감 노력이 필요하다. 제품설치 및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저감을 위해서는 시공 과정에서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대규모 가설공사를 피하고, 가혹한 환경 조건을 가지고 있는 외부공간에서 장기간 사용하더라도 훼손되지 않아 안정적으로 탄소 고정이 가능한 시설물을 도입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유지 및 관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 저감을 위해서는 차량과 인력을 이용한 모니터링이 아닌 드론과 ICT 기술을 접목한 모니터링 기술과 같은 저탄소형 관리 기법 도입으로 관리 효율을 높여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환경연구원에서는 생태계 교란 식물 분포도를 구축하기 위해서 드론 영상과 이미지 검색기술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는 연구(김근한, 2019)를 하였는데, 조경 공간 관리에 효과적으로 접목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도시 내 교량하부공간, 기반시설 벽면과 같이 관리와 접근이 어려운 인공지반의 경우 저관리형 조경공간 조성을 확대하는 것도 관리에 소요되는 배출량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식물유지 및 관리에 시민참여를 적극적으로 권장함으로써 지역 주민의 노력을 통한 탄소배출량 저감도 가능하다. 그 외에 수목 뿌리 관수기와 같이 효율적인 관리 기술들을 도입하여 에너지 소비와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더불어 조성된 공간의 중장기적인 탄소저감 효과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탄소중립 관점에서의 관리의 적합성을 검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밖의 과정에 대해서는 기존 기술을 대체하는 친환경 기술개발, 개발과 연계된 설비, 재생에너지 전환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다양한 시설물과 재료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업체들의 공동 노력으로 여러 과정에서 배출량 저감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더욱 상세한 과정별 배출량 저감 방안은 분야별 전문가 논의로 마련되어야 하며, 이러한 논의에 추진력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제도가 필요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세부 과정에서 배출량 저감 노력도 중요하지만, 전과정을 고려하지 못하면 탄소중립 달성이 불가하다. 따라서, 이러한 과정들을 포괄적으로 고려한 탄소배출량 모니터링 제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도 전과정평가를 기반으로 하면서 탄소중립과 관련성을 갖는 제도들이 있다. 대표적인 제도로서 친환경 건축물 인증 제도인 G-SEED(Green Standard for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는 지속가능한 개발의 실현을 목표로 건축 전과정에 걸쳐 환경영향요소를 고려하여 건축물 환경성능을 평가하고 있다. 또한, 환경성적표지(Environmental Product Declaration, EPD)는 제품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성 정보(환경에 미치는 영향)를 계량화해 표시하는 제도로 탄소발자국 인증과 저탄소제품 인증의 2단계로 운영하고 있다(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2022.08.15.). 

한편, 영국은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의 시초로 불리는 BREEAM(Building Research Establishment Environmental Assessment Method)을 운영하는데, 우리나라의 G-SEED와 유사한 목적을 가지며, 9개의 전문분야, 47개 인증항목, 104개 인증기준으로 구성되어 있다. 미국은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인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를 운영하고 있으며, 모든 건물 유형과 건설 단계에서 적용 가능한 평가를 하여 에너지 절약, 이산화탄소 배출량 절감, 실내 환경 향상, 비용 절감 등의 건물의 친환경 기능 향상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기존의 건축물의 친환경성 평가에 집중된 LEED 평가체계의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건물이 포함되지 않은 대지나 포괄적인 외부공간을 대상으로, 대지의 개발단계에서부터 시공 및 관리에 이르기까지 사업 전 과정에서 지속가능성 및 친환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SITES(The Sustainable Sites Initiative)라는 지속가능성 관련 지표를 운영하고 있다. SITES는 미국 조경가 협회가 주도하여 만든 제도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전승훈과 채수권, 2021). 

SITES의 적용 범위 – 오픈 스페이스를 비롯하여 건축물 외부공간을 포함하고 있다.
(출처 : https://sustainablesites.org/certification-guide) 

전술한 바와 같이, 주로 건축물을 중심으로 전과정평가를 기반으로 한 탄소중립 관련 인증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며, SITES와 같은 외부공간의 탄소중립 관련 인증제도도 조경 분야의 주도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 조경 분야, 특히 조경시공 및 관리에 대해서도 탄소중립을 인증하는 전 과정 평가 기반의 제도 도입으로 탄소중립화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 한국인공지반녹화협회 이동근 협회장은 2022년 정기총회에서 인공지반녹화가 갖는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대응 능력을 강조하며, 인공지반녹화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환경과 조경, 2022.03.23.). 이처럼 탄소중립의 이슈화를 계기로 조경시공 및 관리와 관련된 법·제도 개선 노력이 추진되고 있는데, 인공지반뿐만 아니라 다양한 조경 분야에서 이런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탄소중립과 관련된 제도의 도입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이 있다. 아직 조경시공 및 관리 분야의 탄소배출량을 정량화하는 기술에 많은 한계가 있고, 분야 내 구성원 간의 합의와 설득도 필요하다. 

2015년 조경분야에 대한 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s)가 개발되었다. NCS란, 산업현장에서 직무 수행에 필요한 능력(지식, 기술, 태도)을 국가가 표준화한 것으로 교육훈련 ‧ 자격에 NCS를 활용하여 현장 중심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이다. 조경시공 및 관리 분야뿐만 아니라 조경 분야 전체의 직무정의, 능력단위, 학습모듈 등을 살펴보아도, 탄소중립이나 기후변화에 관한 내용은 명시되지 않고 있다(국가직무능력표준, 2022.08.15.). NCS와 같이 우리나라 교육과 직업의 주요 정책 및 제도에서 조경시공 및 관리가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기여가 높다는 것을 피력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어려운 숙제들이 많으므로, 조경시공 및 관리 분야의 탄소중립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와 도전이 필요하다. 탄소중립은 조경시공 및 관리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나아가야만 하는 길로써,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Landscape Times, 2021.12.15. 탄소중립공원이 필요한 시대 (링크)
국가직무능력표준, 2022.08.15. (링크)
김근한, 2019, 생태계교란 식물 분포도 구축을 위한 드론 영상과 이미지 검색기술의 적용 가능성 검토 연구, 한국환경연구원
라펜트, 2021.02.14. 우리나라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과 탄소 흡수 능력 제고를 위한 몇 가지 제안 (링크)
라펜트, 2021.08.13. 탄소중립을 위한 조경계의 실제적 역할 모델 만들어야 (링크)
라펜트, 2021.12.10. 탄소중립시대, 공원녹지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링크)
안중우, 1995, 환경진단을 위한 전과정 평가. Polymer Science and Technology 6(1)
전승훈과 채수권, 2021, 기후위기 대응 외부공간의 지속가능성 평가지표의 검토 및 고찰, 환경영향평가 30(6)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2022.08.15. (링크)
환경과 조경, 2022.03.23. 인지협 “인공지반녹화 활성화 법·제도 개선 역점”(링크)
_ 김호걸 교수  ·  청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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