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론] 한국의 가드닝은 언제쯤 꽃필까?

손관화 논설위원(연암대학교 화훼디자인계열 교수)
손관화 교수-연암대학교 가드닝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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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펜트l기사입력2017-03-08
한국의 가드닝은 언제쯤 꽃필까?



글_손관화 교수(연암대학교 화훼디자인계열 가드닝전공)



전국 대학, 특히 지방대학들은 구조개혁 하느라 바쁘다. 인구절벽의 시점에서 학생수 감소에 대응하는 교육부의 구조개혁 방침을 진행하지 않으면 점수를 받지 못하고 점수가 낮으면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점수가 매우 낮을 경우 퇴출대학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대학은 이사장이 바뀌어 변화의 물결이 더욱 거세다. 예상했던 대로 원예, 조경, 화훼디자인을 통합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하나의 계열 안에 세 개의 학과 또는 전공을 모두 전공으로 넣으라는 것이다. 그런데 가능하면 조경과 가드닝을 통합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가드닝 전공을 만들어 10년간 무척이나 노력했는데 이런 상황으로 흐른다.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한국의 가드닝은 나아지질 않는다. 학생수가 줄지 않으면 그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 조경과 교수와 만나 얘기하는 중에 그동안 고민했던 현상이 우리 과의 문제만은 아닌 것을 알았다. 생활수준이 좋아지고 외아들, 외딸로 곱게 자란 학생들이 대학 교육을 받고 사회로 나가 생활수준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하거나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하게 되면 그만두어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다들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선호하는 직장을 구하느라 실업의 기간이 늘어난다. 반면에 월급이 적고 힘든 일자리는 많은데 사람이 없어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차고 있다.



가드닝 전공이 처음 생겼을 때만 해도 성적이 좋은 학생들로 넘쳐났다. 가드닝에 대한 관심과 정원에서 하는 일들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2-3년 사이에 가드닝 전공은 ‘노가다’의 대명사로 여겨지기 시작했고, 정원만들기를 하면서 일어나는 토양 경운하기, 삽질하기, 나무 옮겨심기, 잔디깎기, 잡초 뽑기 등은 학생들이 기피하는 일이 되기 시작했다. 한번은 몸이 항상 아픈 학생이 있었는데 부모님이 총장실에 전화까지 했다. 왜 학교에서 학생들 잡초를 뽑게 하느냐고. 1년간 개인 실습정원을 배정해 책임지고 관리하는 교육을 하는데 잡초뽑기를 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으로 가드닝 전공을 졸업하고 취업하는 학생들은 근성이 있어 취업처에서 웬만한 힘든 일이 있어도 잘 버티는 편이다. 그래서 취업률이 높은 편이다.

유아 교육에 도입되는 가드닝을 위해 전국 유치원 원장님을 대상으로 가드닝 교육 의뢰가 들어왔다. 조경과는 이런 교육을 할 수 없는데, 가드닝 교육은 조경과 방향이 많이 다른데 통합해야 할까? 유치원 원장님들을 제대로 실습시킨다면서 삽질하도록 하고 무거운 나무를 들게 하면 다들 도망가시겠지. 우아하게 그림 그리는 디자인 교육을 해야 하나?

주택정원을 만드는 회사에 견학을 갔을 때, 정원 시공하는 사람들은 한국 사람이 없어 중국 사람들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업체 사장님에게 여름방학에 남학생을 실습 보내도 되냐고 물어보니 1명 정도 와서 옆에서 심부름 하면 된다고 할 정도로 실제 정원시공은 고된 일이었다. 오죽하면 TV의 극한직업 프로그램에 옥상조경이 방영되었을까?

외국에서 가든 디자인을 배워온 사람들, 특히 여자들은 대부분 국내에서 큰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가든 디자인은 감각만 있으면 쉽게 공부할 수 있는 편인데, 디자인을 실현시키기 위해 시공을 하는 것은 팀을 구성하고 일을 수주해 지휘하면서 계속 유지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원시공 일 외에도 요즘 학생들은 여름 작업이 힘든 식물원 취업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서 여학생이 많은 우리는 식물원이나 수목원보다는 작은 상업적 정원이나 실내 가드닝업을 경영하는 업체나 가드닝숍으로 취업을 시킨다.



몇 년 전에 아는 도사님에게 ‘가드닝 어때요?’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렇게 긍정적인 답변이 나오지 않았다. ‘도사님이라고 다 아는 것은 아니니까’라고 생각했었는데, 재작년엔가 산림청에서 하는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하면서 공개적으로 이런 얘기를 했다가 ‘실수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정원법을 만들어 한참 정원에 관심을 가지고 세미나까지 개최한 곳에서 부정적인 얘기를 했기 때문이다. 작년에 정원 산업을 1조6000억 규모로 육성하겠다는 산림청의 기사가 나와 무척 기대하고 있었는데 산림청에서 준비한 정원과 관련된 예산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거의 다 깎여버렸다고 한다.

네이버를 검색하면 가드닝숍은 계속 생기고 있고 정원 만드는 업체도 꾸준히 일이 들어온다고 한다. 세개의 과가 합친 계열이 만들어 진 후 가드닝 전공을 계속 유지하려면 학생들이 적정수로 지원을 해야 한다. 지원자가 정원의 50% 미만이면 그 다음해 바로 전공은 없어진다. 가드닝 전공에 대한 학생들의 선입견 때문에 교육방식을 바꾸어야 할까? 디자인만 하고 노가다 교육을 없애고 시범만 보여주어야 할까? ‘이렇게 하는 겁니다’라고. 그러면 취업하기 힘들 텐데. 

오늘도 통합 관련 회의를 하는데 가드닝의 전망이 좋다는 설득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등학생들에게도 원예와 조경은 잘 알려져 있지만 가드닝이라는 용어는 생소하다. 그렇다고 ‘정원 만들고 가꾸기 전공’이라 할 수도 없고. 가드닝을 접으면 조경과에서 가드닝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국내에서 처음 만들어져 다른 대학에서 만들기도 전에 사라져야 하는 걸까? 세상일에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데, 언제 어떤 끝을 만들어야 할까?


글·사진 _ 손관화 교수  ·  연암대학교 가드닝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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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sohn@yo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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