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우리 집 정원

손관화 논설위원(연암대학교 스마트원예계열 교수)
라펜트l손관화 교수l기사입력2017-11-10
우리 집 정원



글_손관화 교수(연암대학교 스마트원예계열 가드닝전공)



가드닝 전공을 담당하고 있어서 그런지 잡지사에서 우리 집 정원을 촬영하고 싶다는 연락이 온 적이 있다. 아파트에 살아 정원이 없다고 답변할 때마다 머쓱한 기분을 느끼면서 교수가 아파트 살면서 가드닝을 가르친다고 큰 소리를 치나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정원이 있는 집으로 이사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지는 꽤 오래 되었다. 지방 소도시라도 아파트 판돈으로 100평 정도의 땅을 사기는 어렵고, 변두리에 겨우 산다고 해도 집을 지을 비용이 없다. 대학에서 근무한 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데 작은 정원이 있는 주택에서 살 형편이 안 된다. 

부모님께 유산을 받지 않는 한 월급쟁이가 저축해서 주택을, 특히 정원이 있는 집을 가지기는 어려운 대한민국이다. 부동산 뉴스에서 농촌 빈집, 도심 구시가지 빈집 소식들을 접하면서 저렴한 구주택을 구매해 리모델링하는 것은 어떨까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한 집만 온전하다고 집값이 유지될 것 같진 않다고 한다.  

서울과 지방의 부동산 가격이 자꾸만 벌어진다니 서울 아파트를 팔아 지방으로 오는 사람들은 원하는 주택을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정원이 있는 주택 소유는 서울에서 귀농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제일 쉬운 일일지 모른다. 어쨌거나 퇴직하면 저렴한 오지로 가서 정원이 넓은 주택을 준비해야겠다고 꿈을 꾸어보는데 다들 노후에는 병원 가까운 도시에서 살아야 한다나...

다음 주 순천대학교에서 ‘정원산업의 전망과 진로’ 세미나가 열리는데 발표를 해달라고 연락이 왔다. 주제를 ‘전 국민의 가드닝’으로 잡아보았다. 노후를 가벼운 가드닝으로 보내고 싶은 나를 기준으로 우리 나라의 정원 산업은 전망이 있는 것일까 생각해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라펜트 인터넷 뉴스에서 정원과 관련된 소식이 들려오고 ‘월간 가드닝’ 잡지에서 예쁜 정원이 있는 한국의 주택이나 상업공간들이 소개되는 걸 보면서 사람들이 정원에 대한 꿈을 꾸지만 5,000만 인구수에 비해 잡지 발간 부수를 보면 마니아층 외는 관심을 표방하는 사람들이 너무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달 잡지를 넘기다 보니 몇 년 전 ‘아름다운 정원상’을 수상한 용인의 개인 주택 정원에서 경기정원문화대상 수상자들의 모임이 열린 것을 보게 되었다. 그때 심사위원으로 방문했었는데 규모에 있어 서민이 꿈꿀 수 있는 주택과 정원은 아니었다. 다만 그 넓은 정원을 주택 소유자가 잔디 깎는 차를 직접 움직이며 손톱이 까매질 정도로 잡초를 뽑으며 정원을 관리하는 마니아라는 것이 놀라운 일이었다.  

정원 만드는 업체 사장님들을 따라 서울과 근교의 정원을 많이 방문해 보았다. 부유층들의 정원은 시간이 흐르면서 리모델링되어 스타일이 바뀌고 있을 뿐 예나 지금이나 아름답고 새롭게 조성되는 주택의 정원들도 서민들과는 거리가 먼 느낌이었다. 그래서 정원 재료는 정원 전문가들에 의해 구매되면서 일반인들의 대중적인 구매가 이루어지는 가든센터의 전국적인 수요는 먼 훗날의 일이 아닐까?

국가가 정책적으로 정원에 대한 관심을 표방한다 해도 공공정원이나 마을정원 외 개인들의 정원에는 관여할 수 없다. 그래서 정원 산업의 발전 척도를 가늠해보려면 5,000만 명이나 되는 우리나라 인구수에 비추어 가드닝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어느 정도인 지 체크해보아야 하는데, 이 관심은 가드닝 관련 재료나 서비스의 구매에서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이러한 구매 수요를 충족해주기 위한 공급처는 화원이나 가드닝숍, 규모가 커지면 가든센터가 된다. 선진 외국에는 도시마다 규모가 큰 가든센터가 여럿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에는 이런 식의 가든센터가 거의 없다. 최근 기존 비닐하우스 화원이나 화훼도매시장들이 규모를 키우며 가든센터 간판을 걸기 시작하지만 시설면에서 미흡하고 판매 물품의 종류가 아직 부족하다.

여러 가지 이유로 정원이 있는 주택을 구입하지 못하면 도시의 아파트에 살게 된다면... 공원을 산책하거나 주말이나 계절별로 유명 정원(식물원, 수목원)을 들르는 정도로 만족해야 할 지 모른다. 그런데 지방 소도시의 공원은, 그리고 동네 자투리 공원은 아름다운 정원이라고 할 수 없다. 꽃 한 포기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 사는 아파트에서 가드닝을 하자고 부녀회에 건의를 할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내가 먼저 말을 꺼내면 결국 내가 준비하게 될 텐데 그렇게 된다면 재료 구매하러 서울로 올라가야 한다. 이곳에는 필요한 재료가 충분히 없기 때문이다. 아파트 공동정원이든 길거리 자투리땅이든 단순한 텃밭이 아니라 그보다는 아름다운 가드닝을 하려면 재료가 필요한데 적절한 구매처가 없는 것이다. 

재료 판매처가 없어 가드닝을 할 수 없다는 사람들과 수요가 없기 때문에 가든센터를 만들 수 없다는 사람들이 있다. 결국 대중적인 가드닝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재료 판매처가 충분히 갖추어져 있을 때 정원산업은 발전하고 있다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중산충인 줄 알고 살아온 교수가 정원이 있는 주택에서 살고 싶은 꿈을 가졌지만 실현시키기 만만치 않은 현 시점에서 과연 정원산업은 발전하고 있는 것인가 생각해보았다.




영국 시골의 가든센터




영국 시골의 가든센터 내 정원식물


영국 해드로우컬리지 부속 가든센터


영국 에덴프로젝트의 가든센터


영국 홈베이스의 가든센터


독일의 가든센터
글·사진 _ 손관화 교수  ·  연암대학교 가드닝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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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sohn@yo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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