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론] 꽃으로 가득 찬 정원이어야...

손관화 논설위원(연암대학교 화훼디자인계열 교수)
손관화 교수-연암대학교 가드닝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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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펜트l기사입력2017-05-11
꽃으로 가득 찬 정원이어야...



글_손관화 교수(연암대학교 화훼디자인계열 가드닝전공)



2017년 고양국제꽃박람회를 다녀왔다. 국내 초화류 이용 현황을 체크해보느라 3년째 고양국제꽃박람회장의 초화류 종류를 조사하고 있다. 꽃박람회장에서 열리는 코리아가든쇼 정원을 둘러보는데 올해는 주제 때문인지 작년보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많다. 그런데 옆 공간에 비해 어째 사람들이 별로 없다. 옆 공간은 코리아가든쇼만큼 멋진 정원은 아니지만 아기자기 다양한 시설물과 조형물에 활짝 핀 꽃들이 가득 차 있어 남녀노소 꽃을 보느라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고양국제꽃박람회 전시 사업체 심사에 여러 번 참여한 적이 있다. 기존 스타일의 꽃박람회에서 벗어난 새로운 정원 디자인이 보이면 심사시 ‘이런 것으로 좀 바꾸자’고 건의했는데 그럴 때마다 ‘안됩니다. 꽃으로 가득 차 있어야 됩니다.’라는 답변을 듣곤 했었다. 꽃박람회장에 꽃을 보러오는 사람들의 생각을 대변한 답변인 것이었다.



첫 번째 코리아 가든쇼에는 꽃으로 가득 찬 정원 디자인들이 많았는데 점점 기존 조경인들의 스타일로 바뀌면서 건축적 요소가 강해지고 식물은 녹색으로 들어차 꽃의 색이 별로 보이질 않는다. ‘꽃이 중심인 정원이어야 한다’는 생각과 ‘꽃으로 덮인 정원은 관리하기 어렵고 지속적이지 않다’는 생각의 차이로 코리아 가든쇼의 스타일은 4년 만에 많이 바뀐 것 같다. 

건축적 요소가 가미되고 꽃으로 가득 찬 정원은 어려울까? 고양국제꽃박람회 전시기간에는 어려울 것 같긴 하다. 4월말에서 5월초까지 열리는 고양국제꽃박람회의 꽃의 종류는 한계가 있다. 제 계절에 피는 꽃은 몇 가지 안 되고, 전시장은 개화조절로 일찍 개화한 꽃들, 더구나 주문 재배한 꽃들로 가득 채워진다. 이것으로도 모자라면 전시효과를 위해 열대식물로 채워진다.

그러나 일부는 축제 같은 전시 효과를 위한 일시적인 정원이 아닌 정원 가꾸기를 위한 모범 사례를 보여주는 정원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정원에 제 계절에 피는 꽃이 들어서야 사람들이 꽃의 종류와 식재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제 겨우 가드닝의 걸음마를 떼었는데 너무 앞서가는 생각일까? 또 코리아가든쇼도 매번 시멘트 바닥 위에 쌓아올린 옥상정원 스타일이 아니라 토양 위에서 나무를 제대로 심을 수 있는 정원을 선보여야 할 때가 왔다.

또한 영국의 플라워쇼처럼 5월부터 6, 7, 8, 9, 10월까지 매월 다른 지역에서 플라워쇼가 열리는 한국이면 좋겠다. 그리고 기간이 조정되어 꽃의 신선도를 높이면 좋겠다. 첼시플라워쇼(2017.5.23.~27)는 5월에 5일간 열리고 그 외 영국의 여러 플라워쇼도 대부분 3-6일 짧은 기간에 열려 꽃의 개화 상태와 신선함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는데 우리는 기간이 길어(예-고양국제꽃박람회 2017.4.28~5.15, 18일간) 식물의 개화와 신선함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 같다. 아니면 프랑스의 가든페스티벌이나 독일의 원예박람회처럼 몇 달에 걸쳐 유지되는 정원 행사이면 꽃을 교체하면서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재작년에 처음 개최된 서울정원박람회의 전시 정원에 식재된 나무는 대부분 말라 시들고 있고 꽃들의 신선도는 떨어졌다. 더구나 초가을정원이라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초화류는 국화와 아스터가 대부분이어 키 큰 초화류를 식재해야 하는 공간에는 억새를 비롯한 그라스류들로 가득 찼었다. 

영국에서 초청되어 온 가든 디자이너가 ‘한국은 정원용 꽃을 구하기 너무 어려우니 다양한 꽃을 재배하면 좋겠다’면서 나에게 퇴직하고 농원을 하라는 제안을 했다. 한국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잠시 말문을 닫았다. 스마트팜처럼 투자할 수 없는 노동 집약적인 생산 체계에서 퇴직자가 적은 퇴직금을 투자하여 인건비를 주면서 유지하기엔 수익이 오르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한국의 정원용 꽃들의 생산과 유통, 이용 상황은 몹시 열악하다. 산림청에서는 야생화를 정원용으로 이용하기 위한 연구들이 진행되지만 야생화만으로 아름다운 정원 만들기는 부족하다. 꽃이 화려한 다양한 초화류가 재배 생산되어야 하는데 아름다운 외국산 신품종 꽃들은 한국 기후에 맞지 않는 것이 많다. 더구나 외국산 신품종은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농원에서 재배해 유통시켜도 디자이너나 일부 사람들에게만 팔리니 일반인을 대상으로 많이 생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봄에 구할 수 있는 키 큰 꽃은 디기탈리스가 단골로 이용되고, 올해는 키 큰 우단동자가 많이 출하되어 고양국제꽃박람회장에서도 상당수 볼 수 있다. 키 큰 델피늄은 꽃대가 약해 잘 휘어지니 파랑색이 화려해도 많이 이용되질 못한다. 고양국제꽃박람회와 날짜가 겹친 우리 대학의 가드닝 전시를 위해서도 초화류가 많이 필요한데 초보 학생들을 데리고 화훼시장을 전전해도 특별한 꽃을 살 수가 없다. 사람들이 많이 보러 올 테고, 매년 보던 꽃만 심을 수 없는데도 몇 년째 그 시기에는 비슷한 꽃들만 구할 수 있다. 아마도 정원 출품 전, 가든 디자이너들은 화훼농원을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소수의 독특한초화류들을 찾아다닐 것이다. 차가 없는 우리 학생들은 화훼단지에서 구매할 수밖에 없다.

초화류를 비롯한 식물 및 식물 외 재료들을 한꺼번에 구매하던 과천화훼집하장은 길이 뚫리면서 반토막이 나고, 임대했던 장소를 비워야 하는 상황에서 화훼 산업의 침체와 맞물려 꽃들의 다양성은 줄고 있다. 과천화훼집하장의 상인들은 인근 헌인릉 화훼단지로 이전을 하고 있다는데 한국 최대 화훼 구매처의 상황은 정말로 열악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꽃으로 가득 찬 정원이 나올 수 있을까?

화훼인들에게 이제는 절화와 분화를 넘어서 정원수와 정원 초화류까지 연구하고 개발해서 시중에 유통되도록 하자고 해보지만 조경수와 야생화는 산림청에서, 화훼는 농식품부에서 관할하면서 정원 식물의 통계조차 따로 잡히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의 플라워쇼처럼 다양하고 화려한 정원용 초화류를 생산하고 유통, 이용되려면 몇 년이나 흘러야 할까?


글·사진 _ 손관화 교수  ·  연암대학교 가드닝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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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sohn@yo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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