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정원박람회를 돌아본다

홍광표 논설위원(동국대 조경학과 교수, (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 회장)
라펜트l홍광표 교수l기사입력2018-05-22
정원박람회를 돌아본다




_홍광표(동국대 조경학과 교수,
(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 회장



우리나라에 정원 바람이 분 것은 2011년 첼시플라워쇼에서 황지해가 ‘해우소’라는 작품으로 골드메달을 수상하고, 2012년 ‘DMZ’로 연속 골드메달을 따면서 시작된다. 그 후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리면서 그 바람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하나의 경향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 후 코리아가든쇼,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순천한평정원박람회, 서울정원박람회가 성공적으로 열리면서 해를 거듭하고 있고, 올해는 태화강정원박람회까지 열려 바야흐로 우리가 정원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정원박람회는 영국의 첼시(Chelsea) 플라워쇼에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다. 그 후 프랑스의 쇼몽(Chaumont) 가든페스티벌, 독일의 부가(BUGA)쇼와 이가(IGA)쇼, 일본 하우스텐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가드닝월드컵, 중국의 여러 지방에서 열리고 있는 정원박람회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정원을 조성하고 그것을 전시하는 박람회 성격을 가진 정원의 향연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이렇듯 정원박람회가 유행하는 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만큼 자연과 멀어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어서 현대도시인들의 삭막한 심정의 일단을 살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현대인들이 정원에서 예술과 문화를 읽으려고 하는 새로운 취향을 살필 수 있어 성숙된 인간미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정원박람회를 가까이에서 보면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점들은 정원박람회의 수준과 격을 떨어뜨리는 매우 중대한 요인이 될 수 있고, 결과적으로는 정원문화의 확산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박람회를 개최하는 정부부처나 지자체에서는 이러한 점들이 조속히 바로잡아질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만 한다.

아쉬운 점들 가운데 먼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정원박람회의 준비기간에 대한 것이다. 정원박람회는 소재가 중심이 되는 하나의 이벤트이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여유를 가지고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정원을 조성할 때, 필요한 소재를 건강하고 성숙한 상태로 박람회장으로 옮길 때 비로소 정원의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박람회를 준비하는데 시간적 여유를 가져야 함은 당연히 필요한 조건이 된다. 첼시플라워쇼나 쇼몽가든페스티벌이 1년여 전부터 정원박람회를 준비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정원박람회는 행사 4~5개월 전에 공고를 해서 작품을 모으고, 심사하고 준비하는 기간을 빼면 실제 정원을 조성하는 기간은 겨우 1달 정도 밖에는 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작가들이 여유를 갖고 정원을 만들기가 어렵고, 좋은 재료를 구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정원박람회에 전시될 작품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노출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정원박람회는 작품이 접수가 되면 심사위원회를 구성해서 작품을 선정하게 된다. 그런데, 정원박람회의 작품심사가 너무 짧은 시간에 그리고 한 번의 심사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작가들의 작품성이 제대로 평가되었는지 의심받을 수도 있다. 더구나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심사를 할 경우 혹여 제출된 패널의 화장술에 속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물론 심사위원들의 전문성을 절대적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그러한 문제는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지금까지 열린 정원박람회에 출품된 정원 가운데에서 수준 이하의 작품들이 없지 않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심사과정과 방법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

세 번째는 작품의 표절시비에 관련된 것이다. 정원은 하나의 예술이기 때문에 저작권문제는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하며, 이미 발표된 정원을 표절한다는 것은 심각한 범죄행위가 된다. 이미 우리나라 정원박람회에 출품된 작품 중 표절시비가 불거진 작품들이 있었으며,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이러한 문제는 정원박람회에 출품된 작품 전부를 욕보이는 일로 진화될 수도 있다. 만약 표절이 사실이었다면 이러한 문제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심사과정이 너무나 단순하고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없어 심사가 엄정하게 진행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수밖에 없다. 

네 번째 지적할 것은 작가들이 작품조성에 참여하는 절대시간에 대한 문제이다. 정원은 계획, 설계, 시공, 유지관리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어져야 작가의 작품의도가 제대로 표현될 수 있다. 그런데 일부 작가들의 경우에는 설계만 하고 시공과정에 참여하지 않거나, 참여를 하더라도 현장방문 횟수가 한 두 번 밖에 되지 않아 작품이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반영하였는지 의심되는 사례가 있다. 물론 작가들이 모든 공정에 참여해서 정원을 만들 수는 없다. 그러나 작가가 현장에 있어야 작품의 의도가 제대로 표현될 수 있는 중요 공종의 경우에는 작가가 직접 참여하여 공사를 해야 할 것이다.

다섯 번째는 작품의 조성비에 대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열리고 있는 정원박람회의 경우 조성비가 5000만원이 넘는 경우는 많지가 않다. 올해 열린 태화강정원박람회의 경우 쇼가든 부분의 정원조성비가 5000만원이었던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정원박람회가 1000만원에서 3000만원 수준의 조성비를 지원한다. 정원의 조성은 공사비에 따라서 정원의 품질과 수준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조성할 때 돈에 맞추어 공사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최 측에서 좋은 작품을 원한다면 당연히 그에 합당한 조성비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

여섯 번째는 작가들이 작품을 조성할 때 정원박람회를 주최하거나 주관하는 측에서 담당해야 할 작가들에 대한 협조와 협력에 대한 문제이다. 작가들은 작품을 만들 때 다양한 협조를 요구한다. 그것은 기반조성에서부터, 전기와 물의 공급, 심지어는 식사와 휴식을 할 수 있는 공간의 제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어떤 것은 협조가 어려울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요구들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다.

정원박람회가 돈 조금 들이면서 단체장의 공적을 홍보하는 하나의 팻 프로젝트(Pet Projects)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나라 정원박람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러한 몇 가지 아쉬운 점들을 해결해야만 한다. 정원박람회를 주최하는 단체에서는 시간적으로 여유를 가지고 작품을 모으고,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조성예산을 합당하게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며, 작가들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최대한의 협조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한편, 공모된 작품의 선정이나, 조성된 정원에 대한 심사가 엄격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원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을 가진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심사위원으로 선정해야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심사위원들은 작품에서 자신의 분야에 해당되는 내용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작품에 담겨있는 작가들의 의도를 읽어야 하며, 혹시라도 작품에 표절의 기미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확인하여야 한다. 또한 사적인 감정이나 친분으로 작품을 선정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작가들은 자신이 제안한 작품이 그대로 시공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가능하면 주어진 예산범위 내에서 작품의 품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여야 한다. 더불어 자신이 만드는 정원이 한국정원문화를 활성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책임감을 느낀다면 작품조성에 직접 참여하여 작품을 만드는 성의도 보여야 한다.

정원의 시대에 정원박람회는 매우 필요한 과정이며, 다양한 실험의 장이다. 이러한 정원박람회를 정책으로 채택한 지자체나 정부에서는 정원이 가지는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정원박람회의 품격을 높이는데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향후 우리나라의 정원박람회는 정원문화의 대중화와 활성화에 기여하는 하나의 중요한 이벤트가 될 수 있어야 하고, 한편으로는 정원 작가들의 등용문이 될 수 있도록 최적화되어야 한다.

_ 홍광표 교수  ·  동국대학교 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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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kp@dongg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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