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론] 꽃이 피니 정원에 봄이 오나보다

홍광표 논설위원(동국대 조경학과 교수, (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 회장)
홍광표 교수-동국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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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펜트l기사입력2019-04-04
꽃이 피니 정원에 봄이 오나보다




_홍광표(동국대 조경학과 교수,
(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 회장



겨우내 산천이 얼어붙어 있더니 어느 사이에 동백꽃이 빨간 봉오리를 열고, 매화의 꽃눈이 움터 진한 매향을 선물한다. 양지녘에는 복수초가 노란꽃망울을 터트리고, 급기야 노루귀가 앙증스러운 하얀 꽃잎을 살짝 내밀면 이에 질세라 산수유, 살구나무, 개나리, 진달래가 앞 다투어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그것뿐인가! 어느 사이에 언 땅을 헤치고 뾰족뾰족 내밀기 시작한 꽃풀들의 연한 녹색은 이미 정원 곳곳에 봄을 알리고 있다. 진정 봄이 된 것이다.

정원사에게 있어서 봄은 환희의 계절이 아니라 수고로움의 계절이다. 겨울에 손보지 못했던 정원의 구석구석을 살펴서 한 해 동안 정원이 제대로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겨울철 식물이 얼어 죽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했던 갖가지 겨울채비를 거두는 일부터 시작해서, 겨울정원을 치장할 목적으로 가을철의 모습을 살려두었던 사초류를 짧게 잘라줘야 하고, 초본류들은 묵은 잎들을 제거하여 새순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하며, 무질서하게 올라오는 싹들을 솎아주어 혼란스러울 상태를 미리 정리해주는 일도 해야 한다. 겨우내 쌓인 낙엽을 치워 봄꽃들이 숨을 쉴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이른 봄에 해야 할 일이며, 기운차게 자라날 채비를 하고 있는 잡초를 제거하는 일도 빠뜨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가지치기 또한 이른 봄에 해야 할 일로 죽은 가지나 혼란한 가지를 정리해서 새순을 받게 하고, 나무의 모양을 잡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땅을 일구어 숨을 불어넣어주고, 퇴비를 주어 땅의 기운을 북돋워 주는 것인데, 이것이야말로 시간을 놓치면 아니 될 것이니 정원사의 세심한 손길이 요구된다. 

지난 것들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지만, 봄이 되어 새로운 꽃과 나무들을 정원에 초대할 계획도 세워야 한다. 지난 해 정원을 보면서 아쉬웠던 일들을 떠올리면서 어떤 나무와 어떤 꽃들을 보식해줘야 할 것인지 결정하고, 구매계획과 식재계획을 세우는 것도 봄에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이다.

일 년 내내 정원이 변화하는 것을 보는 것만치 즐거운 일은 없다. 그러나 그러한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는 각 철마다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다. 봄에는 봄대로 앞서 말한 일들을 해야 하고, 봄부터 여름이 되기 전까지, 여름철, 가을철, 그리고 늦가을에 겨울채비를 하는 것까지 아름다운 정원을 위해서 해야 할 숙제들이 쌓여 있다.

정원은 보는 것보다도 가꾸는 것이 더 즐겁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정원을 모르면서 사랑하는 사람이거나, 정원을 잘 알면서 사랑하는 사람이거나 둘 중의 하나이다. 여름철 뙤약볕 아래서 허리도 제대로 피지 못하고 풀을 매고 나서 즐거운 표정을 짓는 사람이라면 후자에 속하는 사람일 것이고, 어렵고 귀찮은 일은 남에게 시키고 자기는 전지가위를 들고 정원사 흉내만 내는 사람이라면 전자에 해당하는 사람일 것이다. 모든 일들이 그러하듯이 정원 역시 내 손으로 하는 일이 많아야 얻는 즐거움 또한 큰 법이다.

최근 들어 한 개인을 위한 정원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를 위한 정원이 만들어지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공공정원 가꾸기는 대부분 시민정원사들이 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원문화가 대중화, 활성화되면서 시민정원사들을 배출하는 단체가 많아지게 되면서 시민정원사들의 숫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며칠 전 산림청에서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만들어 입법예고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정원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가정원, 지방정원, 민간정원의 경우 정원전문관리인을 법적 요건에 맞추어 의무적으로 두도록 한 것이다. 자격기준도 대폭 완화하여 어느 정도 정원을 아는 사람이라면 정원전문관리인이 될 수 있도록 한 것 또한 환영해야 할 일이다. 이제 정원이 한정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으며, 정원의 관리가 전문인에게 맡겨질 정도로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입법예고된 개정안에는 정원전문관리인의 자격을 학력이나 경력 같이 정량적인 측면에서만 규정하고 있어 혹시 경력만 있고 정원에 대한 애정이 없는 사람이 정원전문관리인이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사실상 정원전문관리인의 자격요건은 정원을 아끼고, 사랑하는 정성적 측면이 더 강조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정성적 평가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으니 당장은 어찌할 방법이 없어 보이기는 하다. 단지 정원전문관리인을 채용하는 주체가 잘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는 말밖에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일을 괜히 걱정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정원은 생명체가 살아가는 장소이고,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것은 애정 없이는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니 그런 걱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봄이 지나면 이제 곧 여름이 올 것이다. 정원에 손이 더 가야할 계절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봄의 수고로움을 넘어 여름의 고통을 즐기고 나면 가을의 정원은 우리가 원하는 것 이상으로 아름다워질 것이다. 이제 정원을 조금씩 알아가는 입장이 되고 보니, 정원을 사랑한다는 것은 보는 것보다 가꾸는 즐거움을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아직도 찬 기운이 조금은 느껴지는 정원에 서서 봄이 오는 모습을 보니, 정원사의 일상이 즐겁기만 하다.


동탄 여울공원 몽탄원에 핀 양지꽃, 노루귀 꽃


동탄 여울공원 몽탄원에 핀 매화꽃, 산수유 꽃
글·사진 _ 홍광표 교수  ·  동국대학교 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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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kp@dongg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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