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4.16안전공원공모 당선자 전진현·송민경

″주어진 조건들을 중재하고 디자인 언어로 변환하는 작업″
라펜트l기사입력2017-05-04

 

세월호 참사3주기를 맞아 안산에 희생자를 기억하기 위한 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모두의 기억을 담은 공간’이라는 주제로 공모전이 열렸고, STUDIO M.R.D.O.의 전진현, 송민경 씨의 ‘하늘로 오르는 304개의 선들, 304개의 빛들’이 당선됐다.

당선작은 ‘4.16안전공원’이라는 다소 예민하고 어려울 수 있는 대상지임에도 불구하고 추모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끌어내고, 물과 빛을 사용해 희생자의 넋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특히 봉안시설이 혐오시설이 아닌 상징성과 미적인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선보였다는 호평이다.

이상과 현실, 도시와 자연, 개념과 현실, 건축과 조경,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와 같은 이중성 사이의 균형을 탐구하고 조정” 하기 위해 Studio M.R.D.O.를 설립했다는 두 설계가에게 작품과 설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전진현, 송민경 씨 ⓒSTUDIO M.R.D.O.


DMZ 대중목욕탕 공모 인터뷰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아 또 좋은 소식이 들렸습니다. 당선 소감 부탁드립니다.
 
세월호 유족들이 작품을 볼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작은 위로가 될까 싶어 참가했습니다. 마음이 조금이나마 전해진 것 같아 기쁩니다.

 
지난 번도 그렇고 이번도 세월호 관련 공원인 만큼 국내에서 중요한 이슈가 되는 지역입니다. 작품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희생자 추도라는 주요 목적에 세월호 당시의 상황이 환기될 수 있는 공간적 체험을 어떠한 방식으로 결합하는지가 디자인 과정의 가장 중요한 부분 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용자는 다음과 같은 단순한 체험을 통해 당시의 사건과 희생자들을 기억하게 됩니다.

마른 초지 위의 연못 한가운데에는 구멍이 나아있고 이용자는 그 구멍을 향해 물 속으로 걸어 내려가게 됩니다. 뒤집어진 범선 내부를 암시하는 지하 돔에 도착하면 천장의 작은 구멍으로 빛과 물이 새어 들어오고 있는 것이 먼저 눈에 띄게 됩니다. 

물고인 돔의 바닥과 벽면을 따라 파여진 304개의 홈들은 하늘을 향해있는데, 아래에서 위로, 물에서 하늘로 닿아있는 선들은 희생자들의 넋을 은유 합니다. 이용자는 희생자의 이름이 새겨진 벽면을 따라 돔을 한 바퀴 돈 후 다시 수면위로 올라오며 체험을 마치게 됩니다.


2014년 바다 밑으로 가라앉은 304인의 넋을 기리며, 누구보다도 사랑 받았을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STUDIO M.R.D.O.

혐오시설이나 기피대상인 봉안시설을 상징적인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해 높은 점수를 받으셨습니다. 봉안시설에서 아이디어를 얻게 된 특별한 배경이 있으신가요?
 
Maya Lin의 베트남 추모공원이나 Peter Walker의 911 Memorial 등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추모시설에 실제 희생자의 이름을 새겨 넣는 것은 추모하는 이와 추모 대상의 거리를 좁히는 효과적 장치입니다. 조금 더 직접적인 방향으로 나아가 희생자각각의 이름이 새겨진 벽면에 유골을 안치한다면 보다 더 의미 있는 지하 분묘시설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작품에 세월호를 추모하고자 하는 마음이 잘 묻어나오는 것 같습니다. 세월호 사건을 떠올리며 작업을 하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으셨을텐데, 작업에 임하실 때의 심정은 어떠셨나요?

해외에서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큰 관심이 주목되었습니다. 뉴욕 곳곳에서 한인들을 중심으로 추도 행렬이나 퍼포먼스 등이 크게 열렸고, 이곳의 외국인 동료들도 그 사건에 관해 잘 알고 있고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유족들이 결과물을 볼 것을 염두에 두고, 저희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그 사건을 안타까워 한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Studio M.R.D.O.는 어떤 곳인가요?
 
Studio M.R.D.O.는 ‘무릉도원(武陵桃源)’에서 유래했습니다.  무릉도원은 동양의 대표적인 유토피아 공간으로 시인 도연명(陶淵明)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나오는 이상향 입니다. 그러나 사실 그 신화 속 공간은 금으로 장식된 궁전도 없고 초자연적인 현상도 일어나지 않는 일반인들에게 매우 친숙한 현실적 장소입니다. 다만 그곳의 풍경은 복숭아 꽃과 동굴을 비롯해 모두가 꿈꾸는 이상적인 공간적 이미지를 담고 있습니다. 도교와 같은 동양적 개념 역시 그 공간에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합니다. 무릉도원은 현실이 이상적 이미지로 표현된 대표적인 공간입니다. 이러한 이중성의 균형 또는 조합은 Studio M.R.D.O.가 추구하는 주요 가치입니다.

Studio M.R.D.O.는 이상과 현실, 도시와 자연, 개념과 현실, 건축과 조경,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와 같은 이중성 사이의 균형을 탐구하고 조정하기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건축, 조경, 도시디자인 등을 구분하기 보다, 대상지의 주어진 조건들을 중재하고 이를 디자인 언어로 변환시켜 결과물을 도출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Studio M.R.D.O.홈페이지


전진현 씨는 조소와 조경을, 송민경 씨는 건축과 도시설계를 공부하시기도 하셨는데요, 여러 분야에 대한 공부가 설계가에게 어떤 이점이 있을까요?
 
우리는 도시 환경의 여러 현상을 해석함에 있어 다중적 시각을 바탕에 두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건축, 조경, 미술, 도시 등의 다양한 프레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 설계가로서 더욱 다양한 폭의 사고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국내에도 설계가를 꿈꾸는 많은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선배로서 해줄 조언이 있다면?
 
서울 도시건축 박물관(세종대로 역사문화공간 설계공모)과 몇몇 조그마한 프로젝트를 제외하면 저희 역시 콘셉트를 현실화시키고 있는 프로젝트가 많은 편이 아닙니다. 그러한 면에서 저희는 기성 건축/조경가 그룹과 학생 그룹의 중간쯤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입장에서 공개적으로 조언을 한다는 것이 조금 부끄럽지만, 가능한 많은 경험을 하는 것과 끊임없는 다작을 통해 정체성을 찾아 나가는 것이 디자이너로서의 가치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들인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글_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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