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빅 데이터와 조경계의 위기탈출

김수봉 논설위원(계명대 생태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김수봉 교수l기사입력2016-03-18
빅 데이터와 조경계의 위기탈출


_김수봉 교수(계명대 생태조경학전공)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고경영자(CEO) 사티아 나델라는 "우리는 데이터가 미래의 전기(電氣)라고 생각한다. 전기가 2차 산업혁명을 촉발했듯이, 방대하게 축적되고 있는 데이터가 미래의 세상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기업용 데이터 관리·분석 시스템 'SQL 2016' 공개 행사에서 데이터 분석을 통한 전략 수립과 미래 예측의 중요성을 반복해서 강조했다고 한다. 그의 주장은 참으로 필자의 가슴에 와 닿는 말이었다.

 

최근 조경의 위기를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많다. 위기란 ‘개인이나 조직 그리고 단체가 안전, 경제, 정치, 사회, 환경 등의 면에서 불안정하면서도 예상 이외의 돌발적인 사건’을 말한다. 그러나 때로 ‘위기는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외부로부터 힘을 얻어 새로운 해결방법을 획득하려고 하는 상대동기가 높아지면 성장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도 있다’고 한다. 필자는 이러한 조경의 위기를 빅 데이터 읽기라는 해결방법을 통해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하리라 믿는다. 


필자가 조경을 공부한 이래로 조경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조경이 위기가 아니라는 말이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이번의 위기는 좀 느낌이 다른 것 같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라고 생각된다. 조경하는 사람들은 각종 사회지표나 여론조사의 데이터를 정확하게 읽고 그것을 분석해 조경의 미래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고 예측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KDI에서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국민들이 느끼는 미래 위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였다. 그 결과 1위는 사회계층 갈등, 2위는 저 출산 고령화, 3위는 기후변화, 그리고 에너지고갈, 삶의 질 가치증대, 세계경제 불안정성, 기술변화 가속, 정치 환경 다원화 그리고 신흥국 부상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필자는 이 단순한 데이터를 조경의 관점에서 읽고 분석해 보았다.


먼저 “사회계층 갈등”의 경우 이러한 갈등은 계층 간의 소득의 불균형으로 인하여 생긴 경제적인 위협일 것이다. 이러한 소득의 불균형을 다른 측면에서 가장 잘 해소해 줄 수 있는 것이 도시공원이 아닐까 한다. 소득의 격차로 인한 주거의 계층 간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조경이 제공하는 어린이공원을 포함하는 도시공원으로 인하여 그 갈등은 줄어들 것이다. 도시공원은 원래 그러한 목적으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사회계층의 갈등과 같은 위험요소는 조경계의 입장에서는 위기를 벗어날 좋은 명분을 제공하는 기회인 셈이다.


위험요소 2위인 “저 출산 고령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요즈음 사람들이 덜 붐비는 시간에 많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공원으로 산책을 나와 쉬고 계시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이는 출산율이 줄어드는 반면, 노인 인구의 비율은 점점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또한 도시에 공원이 더 많이 설치되어야할 타당한 이유가 아니겠는가? 그리고 도시공원 내에 특히 어린이공원의 경우 어린이를 위한 시설보다는 노인을 위한 시설을 더 많이 설치해야하지 않을까? 도시공원의 디자인도 노인 친화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토공의 시대에서 문화와 복지의 시대로 그 시대의 트렌드가 변해야 함을 우리는 감지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주목해야 할 세 번째 위험요소인 “기후변화”의 경우 우리 조경이 조연에서 주연으로 변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된다. 도시를 수목으로 녹화할 경우 그 수목으로 인하여 이산화탄소의 증가를 억제하고 도시의 기온을 조절하여 에너지의 소비를 줄이는 등 조경이 기후변화 시대에 위험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솔루션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2003년)에 따르면 플라타너스 한 그루의 도시기후 완화효과는 15평형 에어컨 7대를 10시간 가동한 효과와 맞먹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미국 농무부(U.S. Department of Agriculture)에서도 건강한 수목 한그루의 순 냉방효과가 가정용 소형에어컨 10대를 하루 20시간 가동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진다고 보고했다.


나의 이러한 단순한 설문조사 데이터의 해석을

아전인수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작은 데이터가 쌓여 빅 데이터가 될 경우에는 아전인수가 아니라 팩트가 된다. MS의 최고경영자(CEO)는 방대한 데이터의 활용이 촉발할 변화를 (증기·전기·IT에 이은) '제4의 산업혁명'에 비유하고 있다. 그래서 필자도 “방대한 데이터를 제대로 분석해 그 안에 있는 통찰력과 판단력을 얻어내는 자만이 미래의 승자”가 될 것으로 믿는다. 조경계도 이러한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미래의 승자가 될 생각은 없는지 묻고 싶다.

_ 김수봉 교수  ·  계명대학교 생태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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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kim@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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