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의 궁극적 지향은 휴머니즘이다”

[인터뷰] 최광빈 노원구 힐링도시국장
라펜트l김수현 기자l기사입력2021-05-23
노원구는 최근 ‘힐링노원’이라는 슬로건 아래 전국 지자체 중에서도 공원·녹지 확대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역의 명소인 ▲영축산 ▲불암산 ▲수락산 ▲경춘선을 중심으로 4개의 힐링타운을 만들어, 구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불암산 힐링타운에서는 노원정원지원센터와 산림치유센터, 무장애길, 무장애전망대 등을 조성되면서 다양한 연령대의 주민들이 신체적 장애에 구애받지 않고 자연 속의 복지를 누릴 수 있게 됐다. 

또한, 도시 권역마다 핵심적인 공원 시설을 갖추고 공원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면서 주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노원구의 공원·녹지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최광빈 힐링도시국 국장에게 노원구 공원 복지의 철학에 대해서 들어봤다.

최광빈 노원구 힐링도시국장

불암산 힐링타운에 무장애전망대가 4월 10일 개관하면서 완성된 모습을 갖추게 됐는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린다.

우선은 뿌듯함을 느낀다. 사업 자체의 시작은 작은 단위에서 출발했다. 주민들을 위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요소들을 하나둘씩 완성하는 과정이었다. 마지막은 전망대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방문객들이 불암산을 포함해 주변 일대의 산을 가슴에 품고 내려갈 수 있는 공간이 됐다고 생각한다.

힐링타운이 세워지기 전 불암산

어떤 과정을 통해서 불암산 힐링타운이 만들어졌는지 궁금하다.

이곳은 본래 서울시에서 관리하는 목공소와 소위 말하는 가든형 식당 등이 무질서하게 있던 곳이다. 산림의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아서, 무단 경작지에는 과수원이 있었고, 각종 무허가 건물과 쓰레기가 버려진 곳이었다. 노원구에서는 황폐화 되고 있던 불암산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해서 다양한 사업을 구상했다. 

최초 계획은 불암산 일대에 자연사 박물관을 짓는 것이었다. 2~3년 정도 예산 편성해 부지를 매입하면서,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사업의 추진력이 떨어지게 됐다. 결국 계획을 수정하게 됐고, 불암산 힐링타운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무장애길은 총 3단계로 나눠 구간을 조성했다. 1차로 순환산책로를 만들고 2차 사업으로 계곡을 넘어가는 브릿지를 만들었고, 3차는 철쭉동산까지 구간을 이었다. 그 과정에서 ▲생태학습관 ▲유아숲체험장 ▲나비정원 ▲산림치유센터 ▲철쭉동산 등을 순차적으로 조성했다.

무장애길을 구상하면서 숲을 파괴하는 것 아니냐 고민도 있었다. 그렇기에 숲의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시설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다양한 전문가들 도움을 받아 섬세하게 설계하고 공사를 진행했다. 

길을 막는 나무는 벌목하지 않고 오히려 데크에 구멍을 뚫어 나무를 살렸다. 그 결과 무장애길이 등산객으로 인한 산지의 훼손을 막아 산을 보호하고 있다. 숲을 활용한다는 것이 숲을 훼손하는 결과로 반드시 이어지지 않는다. 


불암산 힐링타운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가 듣고 싶다.

불암산 힐링타운은 모든 연령대의 시민이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되길 지향했다.

어린이들은 나비정원에서 4계절 365일 나비를 보면서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이와 함께 다양한 곤충을 전시하고 관련 박물관과 영상관람 시설도 갖춰 곤충에 대한 학습할 수 있다. 그리고 유아숲에서는 숲속에서 놀면서 사회성을 키우거나 강요 없는 자연을 배울 수 있다. 

불암산에 아이들을 데리고 온 보호자를 위한 공간도 필요했다. 이를 위해서 노원정원지원센터를 건립했다. 정원지원센터에서는 아파트 중심의 주거문화에서도 자신만의 정원을 가꾸고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다. 정원문화 복합커뮤니티 공간으로 기능하면서 ▲홈가드닝샵 ▲반려식물병원 ▲가든라이브러리 등을 통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정원지원센터에는 카페 ‘4rest’가 있다. 불암산의 풍경을 보면서 따뜻한 커피 한잔 마시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카페에서 제공되는 음료와 다과의 가격의 최대한 합리적인 가격으로 설정했다. 외부사업자가 운영하는 것이 아니고 구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바리스타 역시 최고 실력을 가진 분으로 영입했다. 덕분에 4rest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산림치유센터는 숲과 자연에서 몸과 정신을 치유하는 공간이다. 김주연 센터장을 비롯해서 전문가들이 투입된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철쭉동산은 이전에 무허가 과수원이 있던 장소를 활용해서 지난 3년에 걸쳐 철쭉을 식재했고, 앞으로 3년 정도 공간을 채워 넣을 계획이다. 


무장애길, 무장애전망대 등 교통약자들을 배려하는 시설도 돋보인다. 얼마 전에는 장애인 단체가 답사를 하기도 했다. 시설과 시설에 담긴 철학을 들려달라.

무장애길은 장애인을 위해서 배려한 것은 경사를 낮추고, 혹시나 생길지 모를 사고를 예방하는 안전시설도 신경을 많이 썼다. 그리고 휠체어와 방문객들이 함께 다닐 수 있도록 길의 너비를 확보하고, 코너는 더 큰 공간을 제공하면서 운행의 편의를 도모했다. 

또한, 무장애길 사이 사이에 있는 휴게공간은 휴게 시설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휠체어의 방향전환 공간을 확보하는 역할을 하거나 휠체어 때문에 발행할 수 있는 교통체증을 예방하기도 한다.

장애가 없는 정상인들은 무장애 길이 가진 장점에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어떤 장치가 없다면, 집 밖을 나가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산과 숲같이 제대로 길을 닦여있지 않은 곳을 혼자 방문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눈으로 산과 숲의 겉모습을 보지만, 그 안에 쉽게 들어오지 못하고 항상 숲속을 궁금해한다. 어떤 장애인은 이곳에 와 태어나 처음으로 자연에 직접 들어오게 되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분에게는 이런 시설이 정말 간절했던 것이다. 이제 무장애전망대가 세워지면서 산의 전체적인 모습까지 불편함 없이 체험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산림치유센터에서는 장애인을 위한 치유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장애인은 집이나 시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치유센터에서 마음속의 응어리를 풀거나 자신을 성찰하고 치유하는 시간이 더욱 필요하다. 김주연 센터장은 국내 산림치유학 1호 박사다. 김 센터장의 지휘 아래 일반인은 물론 지체 장애와 정신 장애를 지니신 분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불암산 힐링타운의 시설들

힐링타운 조성과정 중 어려움이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불암산 힐링타운을 비롯해 힐링타운 조성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은 없었다. 공원과 녹지시설을 늘려 복지를 증진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힐링타운 설립 자체를 반대하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

대신 무장애길 내려오는 곳에서 주변 아파트의 실내가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 이 부분은 스크린 망을 설치해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전동휠체어 이용의 편의를 늘리기 위해서 휠체어 충전기 설치를 하고, 옷에 묻은 먼지를 털 수 있는 에어건을 설치했다. 민원이 발생하기 쉬운 화장실은 좋은 설비와 상시 관리를 통해서 쾌적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불암산 힐링타운의 경우 주차장이 부족한 것이 아쉬움이 남는다. 이용객들에게 대중교통 이용을 최대한 권장하고 있지만, 유아를 동반한 가족의 경우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자가용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분들을 위한 주차장이 필요한 실정이다. 주자장 부지를 매입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서울시 차원에서 함께 해결책을 고민해 줬으면 좋겠다.

영축산 힐링타운의 경우 사업 구역에 군 시설이 있어 국방부의 협조를 얻어 완성했다. 평소에는 크게 사용하지 않는 시설이었지만, 군 시설이기 때문에 국방부를 설득하기 쉽지 않았다. 나와 공무원들, 지역 의원들이 국방부와 해당 군부대를 20~30번 찾아가 끈질기게 설득해 사용 허가를 얻게 됐다.

대신 군 시설을 훼손하거나 통행이나 훈련을 방해가 되는 요소는 전혀 없도록 신경 썼다. 평소에는 시민들이 쉼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유사시 군에서 이용하기 전혀 문제가 없도록 했다. 

국방부에서 군 시설을 유연하게 활용한 사례로 영축산 힐링타운을 꼽아줬으면 좋겠다. 서울시 곳곳에 있는 군 시설을 지혜롭게 활용해, 주민들과 상생한다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를 꼽자면, 요즘이다. 코로나19의 방역을 위해서 시설 곳곳에 인원들이 상주하는 천막을 설치했다. 약 30여 명의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을 운용하면서 집중관리를 하고 있다. 안전하고 쾌적한 힐링타운이 되기 위해서 많은 사람이 노력하고 있다. 


4개의 힐링타운 외에도 추진하고 사업이 있는가?

중량천과 당현천, 목동천 인근을 정비해 주민들이 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할 수 있는 수변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하천들이 노원구의 4가지 권역을 잇는 보도축으로 기능할 것이다. 힐링타운과 보도축이 완성이 되면 노원구 어디를 가더라도 꽃과 나무를 볼 수 있는 공간이 갖춰진다. 

이 밖에도 노원구에는 작은 공원들을 포도송이처럼 분포해 있다. 구에서 관리하는 작은 공원들을 중심으로 집에서 가깝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늘릴 계획이다. 전국에서 노원구가 공원 서비스를 가장 강력하게 추진하는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노원구의 슬로건이 ‘힐링노원’이고, 공원·녹지 담당 처부의 ‘힐링도시국’이라는 이름도 독특하다. 노원구의 공원녹지 정책 방향과 사업들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 싶다.

노원구는 크게 ▲중계동권 ▲상계동권 ▲월계동권 ▲공릉동권 등 4개의 생활권으로 나눠져 각자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각 생활권에 맞는 상징적인 공원 서비스 사업을 추진 중이다. 

중계동권은 불암산 힐링타운을 조성했고, 상계동 권역 수락산 쪽은 동막골 자연 휴양림을 조성하고 있다. 수락산에도 무장애 숲길을 만들고 있다. 주거구역 근처이기 때문에 주민들의 호응이 좋다. 

월계동권 영축산을 중심으로 무장애 순환산책로 4개 코스를 3~4년에 걸쳐 만들었다. 산 곳곳에서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게 됐다. 월계동 일대의 복지가 다소 약한 측면이 있었는데, 영축산 힐링타운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공릉동권에는 경춘선을 축으로 조성된 ‘경춘선숲길’을 따라 ▲경춘선역사관 ▲불빛정원 ▲경춘선숲길갤러리 ▲경춘선철길 등을 만들었다. 현재 폐역이 된 화랑대역은 도심지 안에서 다양한 문화 행사와 지역 축제를 열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되고, 사람들이 건강과 주변 경관, 조경의 가치를 깨닫기 시작했다. 국민의식에 발 맞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복지·건강 시설을 조성하면, 삶의 질이 올라갈 수 있다. 공원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휴머니즘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살기 좋은 도시와 환경을 생활과 밀접한 곳에 마련해줘야 한다.

주민들은 굉장하고 어마어마한 것을 희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까운 곳의 주어진 자연을 만끽하고 한나절 정도의 휴식을 원한다. 불암산 힐링타운의 경우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불암산을 집 앞 정원처럼 생각하고 편하게 이용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서울의 숲은 큰 잠재력을 지닌 자산이지만, 숲을 보존만 하려고 하는 시각도 있다. 숲을 해치지 않으면서, 인간과 함께 공생할 수 있는 방식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공원 시설이 좀 더 늘어나고 잘 관리해야 하는데, 제일 어려운 것이 토지 확보다. 예산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사유지를 임대하거나, 일부 구간을 매입하는 방식 등의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불암산 힐링타운을 찾는 시민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린다.

코로나19로 인해서 멀리 여행을 가거나, 실내활동에 많은 제약이 생겼다. 모든 것이 불안정하고 불안한 상황이다. 당연히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스트레스가 쌓였을 것이다. 

이런 시간일수록 가까운 곳에서 꽃과 새, 맑은 공기를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도심과 가까운 자연인 불암산 힐링타운에 한 번 들려 일상의 작은 행복을 느끼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힐링의 베이스캠프’로 이용했으면 좋겠다.
글·사진 _ 김수현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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