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옛 것의 현대적 의미

신경준 장원조경 대표,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운영위원
라펜트l신경준 대표l기사입력2016-06-22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Series No.13


옛 것의 현대적 의미

 : 박제된 문화유적의 개방




신경준 장원조경 대표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운영위원




우리나라에서 자랑할 만한 볼거리는 서울에 가장 많다. 그 중에서도 고궁이야말로 가장 볼만한 한국의 대표적인 옛 구경거리 이다. 또 고궁들 중에서 가장 볼만한 곳은 조선의 정궁인 경복궁이고, 경복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은 경회루와 향원정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공간을 먼발치로만 바라보게 되고 정작 그 정자에 올라 옛사람들이 누렸던 풍류를 느껴볼 기회는 드물다.

현재 우리의 옛 유적이 많이 복원되거나 새로이 보수되어 그 지방의 자랑거리로 소개되고 있음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예전에는 마음대로 올라가 보고 만져보면서 생각에 잠길 수도 있던 공간이 복원이나 개보수를 하고 나면‘출입금지’라는 푯말과 함께 그 구조물은 경관의 대상으로만 자리매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자나 누각은 빼어난 주변 경관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지점에 세워지기 마련인데, 그곳에 오르지 못하고 바라만 본다면 그 정자나 누각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 본다.


경복궁 내 경회루, 경복궁 내 향원정 ⓒ신경준

외국을 여행하다보면 오래된 유적지에서 무분별한 사람들의 이용으로 망가진 건물을 많이 보게 된다. 동남아 일부 국가에서는 곳곳에 돌조각이 흩어져있고 구석구석마다 오물 냄새가 진동하는 경우가 있다. 또 이런 나라의 박물관을 가면 사진을 못 찍게 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문화재를 다른 사람이 모방하거나, 유사품 제작을 방지하기 위함인지? 그렇게 자신의 문화에 대한 자신감이 없나하는 생각이 든다.

이에 비하여 유럽을 가보면 유서 깊은 성당이나 교회에는 아름다운 조각과 그림이 많이 있다. 조용한 가운데 묵상을 하는 사람과 관광객들로 항상 붐비지만 플래쉬를 터트리지 않는다면 아무리 사진을 찍어도 별로 제재를 받지 않는다. 걸려 있는 그림을 사진 못 찍게 하는 곳도 간혹 있지만 제지를 받아 본적이 별로 없다. 이렇듯 그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작품에 대하여 자신감이 넘친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예전에 이런 것을 어떻게 만들었을까하는 시샘과 함께 현대는 이렇게 인력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작품은 만들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교회의 종탑(minaret)에 올라가 조각된 돌을 마음껏 만지고 사진을 찍고, 높은 곳에서 그 도시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도 있다. 이렇게 마음대로 올라가보고 구경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으니 둘러보다가 피곤하면 몇백 년 된지도 모르는 의자에 앉아 쉬기도 하면서 찬찬히 훑어보고 생각에 잠길 수도 있어 좋다. 그래서 항상 관광객이 붐비고, 그곳을 가봤는데 보지 못한 형상을 다른 사람이 보고 온 것을 자랑하면 다시 갈 기회가 주어질 때 입장료를 내고도 반드시 확인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입장료 수입도 상당하여 계속적인 보수를 할 수 있고 건물을 깨끗이 유지할 수도 있다. 보수를 하지만 새로이 만들었다는 느낌보다는 고풍스러움이 넘쳐 그 시대의 느낌이 나게 복원해 놓은 것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런 느낌이 나게 복원하는 것이 선진 기술이지 않겠는가? 그리고 당시의 귀족이나 왕이 서 있던 장소에서 우리도 풍광을 감상할 수 있으니 시대를 초월한 색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어 더욱 좋다.

우리의 유적지도 복원과 보존을 통하여 잘 유지되었으면 하는 마음은 모든 사람의 한결같은 마음이겠지만 복원 후 보존에 너무 치중하다 보니 그 전통적 건물들이 박물관에 있는 호랑이 박제나 신라금관과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 현세를 사는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건물은 문화재 보전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면 좋겠다.

일전에 전라도 금산사의 미륵전 안에 있는 미륵보살이 아름답고 거대하여 사진을 찍었다. 그 때 미륵전 안에는 관리인 외에는 나밖에 없었는데 관리인이 사진을 찍는다고 야단을 쳤다. ‘왜 사진을 찍으면 안되느냐’고 물으니‘불상에 칠해놓은 금색이 변한다’고 한다. 주위에 예불을 드리는 사람이 있어 방해가 되었다면 사과해야할 일이나, 플래쉬 없이 사진을 찍는데 금색이 변한다는 말은 아직도 납득이 안된다. 이렇듯 우리의 현실은 아직 뭔가 불합리하고 문화재의 보존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다.

왜 수원성의 팔달문(남문)에서 북쪽에 있는 장안문(북문)을 조망할 수 없는지, 경회루에 올라가서 옛 사람을 생각하며 현재의 눈으로 경복궁의 풍광을 돌아보는 기회를 막아놨는지... 이러한 시설들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느껴야 자랑스런 민족의 문화로서 더욱 애착이 가고 문화적 수준도 높아지지 않을까? 관계 기관에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만 갈 수 있는 공간으로 존재하는 것은 국민적인 손실이다. 혹자는 과다한 이용으로 문화재가 훼손되는 것을 걱정할지 모르지만 합리적으로 이용객을 조절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리고 사용을 하다보면 닳고 망가질 것이다. 그러면 보수를 하고, 그래야 보수하는 기술도 발전하고, 수백년 된 건물을 깨끗하게 지금도 사용할 수 있고, 최근에 보수를 해도 몇백 년 된 건물처럼 보이게 하는 기술을 가질 수 있지 않겠는가? 또 인간이 만든 구조물이란 인간이 사용하지 않으면 어떻게 된다는 것은 잘 알지 않는가?

최근에 복원되어 있는 여러 장소를 가보면 가관인 경우가 많다. 너무 과도하게 해 놓았거나 너무 허술하게 해놓아 사람이 앉으면 무너질 것 같은 정자와 마루판(그래서 못 올라가게 막아 놓았는지 모르지만...), 탱크가 지나가도 될 듯 과도한 포장,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이거나 뭔가 어색한 안내 간판, 조잡하기 그지없는 부속 구조물, 생뚱맞게도 복원한 사람을 기리는 기념비... 이런 것들이 전부 우리 문화재의 격을 떨어뜨리는 행위이다.

한때는 청와대 앞도 못 지나가게 막아 놓은 적이 있었으나 개방되었고, 조선시대 대표적 궁원인 창덕궁의 후원은 제한적으로 개방되고 있다. 창덕궁 후원을 복원할 당시는 막대한 자금을 들여 복원(?)하였고 국민의 인식도 낮으니 출입을 제한하여 잘 보존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세상이 바뀌지 않았는가? 예전에는 경회루 누각에서 어린이백일장대회를 열기도 하였는데, 대대적인 수리를 한 다음부터는 일시적으로 며칠간만 경회루에 올라갈 수 있게 개방된다고 하니 전면 출입금지 보다는 일진보하였다 할 수 있으나 아쉬움이 남는다. 당연히 상시 개방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규제일변도에 살아온 우리들이 역사어린 경관 명소에 올라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날이 언제나 올지 기대해본다. 박제가 되어버린 역사적 장소를 살아있는 장소로 만들어 일반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마땅한 일이 아닐까?

라펜트는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과 함께 조경의 미래방향을 모색하는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를 매달 1회씩 게재하고 있습니다.  

 

미래는 현재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향방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조경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논의의 장으로서 조경인 모두의 관심과 함께 연재가 이어가기를 기대해봅니다.

 

*7월 필자는 강연주 대표(우리엔디자인펌)입니다.


_ 신경준 대표  ·  장원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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