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경관을 만드는 조경(造景)

주신하 논설위원(서울여대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주신하 교수l기사입력2016-06-30
경관을 만드는 조경(造景)


_주신하 교수(서울여대 원예생명조경학과)




2016년도 국토경관디자인대전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상을 수상한 ‘역사와 문화를 담은 경의선숲길’


조경(造景)은 경관을 만든다는 의미의 한자어입니다. 아마도 조경을 전공한 분들이라면 조경학개론 시간에 ‘조경’이라는 용어는 landscape architecture를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라는 설명을 들으셨을 겁니다. 저도 그렇게 배웠고 지금은 학생들에게 그렇게 가르치고 있지요. 단지 건물 주변에 나무 심는 것이 조경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강조하면서 경관(景)을 만드는(造) 일이 ‘조경’이라고 꼭 설명을 해 줍니다. 이런 설명은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시민조경아카데미에서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어린이조경학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조경이 하는 일이 ‘경관’을 만드는 일일까요? 조경만이 경관을 만들 수 있을까요?


‘경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와 비슷한 수순으로, 소득수준이 올라가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주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높아진 사회적 관심은 보다 본격적으로 경관을 보전하고 관리하기 위한 제도로 이어져 지난 2007년 경관법을 제정하게 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당시 보도에서는 경관법 제정 배경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이 법안은 아름답고 쾌적하며 지역특성을 나타내는 국토환경과 지역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경관계획의 수립, 경관사업의 시행, 경관협정의 체결과 지원 등을 통해 보전가치가 높은 경관은 철저히 보호하고, 경관이 훼손된 지역에 대해서는 양호한 경관을 새로이 조성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이렇게 탄생한 경관법은 현재에는 어떻게 구성되었을까요? 조경인들은 경관에 대해 관심이 많으시지만, 실제 경관법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시는 분들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2007년 제정 이후 경관법은 2013년 전부 개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는데, 총 7개의 장과 부칙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경관법은 경관계획, 경관사업, 경관협정, 경관심의, 경관위원회 등을 규정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경관법시행령과 경관계획수립지침, 경관심의운영지침 등에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경관법 도입 이후 가장 큰 변화를 준 부분은 역시 경관계획입니다. 경관계획은 각 지자체 단위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작성하는 경관에 대한 일종의 마스터플랜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이미 법 제정 이전에도 경관에 대한 관심이 높은 지자체에서는 비법정계획으로 경관계획을 수립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계획에 법적 효력을 부여한 셈이지요. 법 제정 이후에는 더 많은 지자체들이 경관계획을 수립해 오고 있습니다. 상당히 많은 용역이 진행되기도 했고요.


그럼 경관계획은 누가 진행하고 있을까요? 불행히도 현재에는 다양한 계획‧설계분야를 모두 가지고 있는 종합엔지니어링사를 중심으로 일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실제 내용은 조경, 도시, 건축, 공공디자인 분야 인력이 참여하여 진행하고 있지만, 규모와 실적으로 용역사를 결정하는 관행이 조경분야의 직접적인 진출을 가로막고 있는 실정입니다. 입찰과 관련한 내용은 다른 기회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내용적인 측면만 본다면 경관계획은 조경인들이 충분히 참여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경관계획의 구성은 경관현황조사 및 분석, 경관기본구상, 경관기본계획, 경관가이드라인(또는 경관부문별계획), 실행계획 등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상세한 내용은 경관계획수립지침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계획과정은 조경계획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지요? 특히 조사와 분석, 구상 및 기본계획 부분에 있어서는 조경인들이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내용이 많습니다. 조경, 도시, 건축, 공공디자인 등 경관계획 참여 분야별로 경관계획에서 강점을 가진 분야가 조금씩 다른 것 같습니다. 조경분야에서는 아무래도 분석과 구상, 계획 부분에 강점이 있는데, 제 판단으로는 아마도 조경계획과의 유사성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경관가이드라인이나 실행계획 등의 부분은 조경인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덜 익숙한 편입니다. 조경에서는 계획과 설계를 한 후에 이를 시공하는 순서로 진행되어서 설계의도가 어느 정도 직접적으로 구현되고 있는데 비해, 경관분야에서는 개개인의 사유재산이 관련된 사항이 많기 때문에 보통은 가이드라인이나 다양한 제도를 활용하기 때문이겠지요. 바로 이 부분이 조경인들에게는 조금 어려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도시계획과 도시설계 같은 도시분야가 강점을 가졌다고 볼 수 있겠지요. 건축은 건축물에, 공공디자인은 개별 요소에 대한 디자인을 다루는데 익숙합니다. 이렇듯 각 분야마다 강점이 다르고 또 결국 경관계획을 잘 진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해와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봐야겠지요. 이런 상황을 요약하자면 간단히 말하자면 경관계획 분야에서의 조경인 참여의 가능성은 상당히 높으나, 타 분야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일 겁니다.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겠지요?


경관계획 외에도 조경인이 참여할 수 있는 경관분야는 더 있습니다. 건축물이나 개발사업, 도시기반시설 등에 대한 경관심의도 조경인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영역입니다. 경관영향평가와 매우 유사한 과정으로 경관적 영향을 미리 검토하는 제도인데, 이 역시 시뮬레이션이 익숙한 조경분야가 진출하기 유리한 분야입니다. 경관사업이나 경관협정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소규모 공간을 개선하는데 아이디어가 많은 조경인들에게는 경관사업이나 경관협정도 충분히 진출해 볼 수 있는 분야일 것입니다. 물론 각 내용에 대한 보완적인 이해가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건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경관에서 다루는 대상이 매우 복합적이어서 어느 한 분야에서 전체를 다 포괄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관분야에서는 교육과 상호 교류가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번에 한국경관학회에서 진행하는 경관아카데미도 이러한 취지로 진행하는 교육프로그램입니다. 조경인들도 관심을 가지고 많은 참여를 하셨으면 합니다.


조경이 만드는 경관. 저는 늘 더 많은 조경인들이 경관분야에서 활동했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접 분야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한다면 충분히 조경인들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고 성공할 여지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조경이 하는 일이 경관을 만드는 일은 맞지만, 경관분야의 일을 조경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경관계획이나 경관심의를 포함해서 전반적으로 경관관련 제도에 대한 조경인들의 관심과 실질적인 준비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_ 주신하 교수  ·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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