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제4차 산업혁명과 조경

『제4차 산업혁명』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라펜트l오정학 과장l기사입력2016-07-19
제4차 산업혁명과 조경


제4차 산업혁명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지음, 송경진 옮김, 새로운 현재 출판, 2016
오정학 경기도시공사 과장 (ohjhak@daum.net)


BSI 77.6. 건설 분야의 6월 기업경기실사지수이다. 작년 8월 이후 줄곧 90 밑을 맴돈다. 7월은 81.1로 예측되어 좀 낫지만 현상유지(100)도 안 되긴 마찬가지이다. 건설경기의 영향권 속에 있는 조경업의 어려움을 느끼게 해 준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이 아니라 앞날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희망이 있으면 기운이 날 텐데 미래는 어떠할까?

센트럴 파크 등의 도시공원과 함께 시작된 근대조경은 도시문화의 산물이었다. 산업화로 도시화가 촉발되자 도시문제 발생은 필연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간적 장치가 공원이 아니었던가. 결국 조경의 변화와 새로운 대안은 앞으로의 산업구조 및 도시변화의 연관성 속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눈여겨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그야 말로 대전환이자 세계의 재편이며, 새로운 세계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지금까지 자격증은 전가의 보도였고 법제도는 칸막이였다. 그런데 그 효력이 자꾸만 떨어지는 것 같다. 업역의 파수꾼이라는 존재감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다보스 포럼의 설립자 크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은 이렇게 말한다. “열리는 빗장을 구차하게 몸으로 막고 버티기 보다는 차라리 활짝 열고 먼저 밖으로 뛰어 나가라”고 말이다. 어떻게? “네트워크의 힘을 빌려 효과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한 뒤 선제적으로 경계를 넘어서라”고 귀띔한다(253쪽). 

1~3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육체(노동력)’를 기계로 대체했다. 자동화를 이루고 연결성을 높여왔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두뇌를 인공지능으로 대체하는 시대이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 봄의 알파고를 통해 뚜렷이 감지된다. 슈밥이 전망하는 4차 산업혁명기는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의 연속선에 있다. 작년의 다보스 포럼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고용시장에 미칠 영향을 발표했다. 향후 5년간 전세계적으로 75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대신 4차 산업혁명이 만드는 일자리는 210만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마음에 들진 않지만 이는 결국 양극화의 심화이며, 승자독식구조의 고착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2020년에 요구되는 능력. 복잡한 문제 해결능력, 사회적 기술, 시스템 기술이 육체적 능력, 기술적 능력, 자원관리기술보다 더 필요하다고 보고되었다.(73쪽) 

여기에서 승자란 물적/지적 자본의 소유자라고 슈밥은 말한다. 물론 지금의 평범한 자본이나 일반적 지식이 아니다. 기술력과 인재를 겸비한 물적 자본과 이노베이터(innovator) 수준의 지적자본을 말한다. 이를 테면 낱낱의 사회적 현상을 수집하여 특정 정보를 추출하거나 일정한 트렌드를 예측할 수 있는, 빅데이터 수집과 분석 및 해석능력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융합적 능력의 유무에 따라 개인·기업·국가간의 양극화가 심해진다는 것이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연결된 디지털 플랫폼과 시장은 소수의 승자들에게 지나치게 큰 보상을 줄 것으로 예측한다(149쪽).’ 

그가 전망하는 도시의 변화상을 보자. 전세계적으로 도시의 기술 인프라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투자가 늘고 있다. 구글, IBM, 마이크로 소프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스마트시티 조성에 통 큰 투자를 하고 있다. 그 결과로 도시는 점점 더 도로, 건물, 공원 등 많은 공공 공간이 인터넷과 연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중의 하나인 스페인 북부의 산탄데르시를 살펴보자. 이 도시는 2만개 센서가 빌딩, 사회기반시설, 교통, 공익사업에 걸쳐 연결되어 에너지와 물자흐름, 로지스틱스와 교통상황을 관리한다. 이러한 스마트시티 성립의 승패는 바로 데이터 개방에 있다. 스마트시티는 정보를 바탕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스마트시티는 고도의 기능적 효율성을 추구한다. 이를 위해 정보와 네트웍으로 공간의 용도가 재편성됨을 예상할 수 있다. 특정 공간을 체육관, 공연장, 영화관, 소셜 센터 등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하여 공간이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식이다. 그 결과 도시는 과거보다 좁은 공간에서 더 많은 사회적 활동이 이루어지는, 24시간 작동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최근 들어 빠르게 증식하고 있는 도심의 숍인숍에서 이러한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조경공간의 컨버전스는 과연 어떠한 형태가 가능할 지 자못 기대된다. 

이러한 도시변화는 조경의 활로를 두 가지 각도에서 바라보게 한다. 첫째는 도시의 한 구성요소로써 동질적인 변화이다. 도시가 변한다면 당연히 공원/녹지를 포함한 공공 조경공간에서도 데이터 수집과 서비스 제공을 위한 각종 장치들이 요구된다. 이를 매개로 전체 도시와 네트웍을 이루고 각 조경공간들은 한층 더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개별 이용자들 역시 어떤 조경공간에 있더라도 정보의 흐름에서 소외되지 않을 수 있다. 

둘째는 정반대의 시각이다. 스마트 시티의 첨단 테크놀로지는 또 다른 측면에서 네트워크 강박감과  디지털 피로증을 가져다 준다. 그럴 때 조경공간이 그러한 피로를 줄여주고 녹색의 에너지로 도시민을 포용할 수 있지 않을까. 과거의 도시문제는 도시화의 동력이었던 공업화·기계화 때문이었다. 따라서 앞으로의 도시문제도 새로운 동력인 디지털과 네트워킹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인터넷 등의 새로운 정보화 매체가 인간관계망을 강화시킨다고 여겨져 왔지만, 사실은 오히려 인간소외를 높이고 있다는 주장들이 계속 제기되고 있음은 이러한 측면에서 의미심장하다. 

사실 새로운 산업구조와 미래 전망은 슈밥 이외에도 최근에 사망한 엘빈 토플러를 비롯하여 존 나이스빗, 제레미 리프킨 등의 학자들과 여러 경제단체들의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클라우스 슈밥은 보수 진영의 세계경제포럼 회장답게 극도의 양극화와 승자독식사회를 예고한다. 당연히 받아들이기 불편한 내용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제4차 산업혁명>의 메시지는 간과하기 힘들다. 지금의 상황이 여러모로 4차 산업혁명기로 진입하는 전환기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숲을 보여주는 그의 메시지에서 작은 오솔길일 수 있는 조경의 갈 길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다만 산업구조의 변화와 그로 인한 도시변화가 조경에 많은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그것을 잘 감지하는 이가 “지나치게 큰 보상”의 주인이 되지 않을까?
_ 오정학 과장  ·  경기도시공사 사업기술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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